[시론-권순원] 최저임금 유감 기사의 사진
2017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활동 시작과 국회의원 총선이 맞물리면서 최저임금 논란이 뜨겁다. 최저임금법의 목적은 ‘근로자의 생활 안정, 노동력의 질 향상,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 등 3가지로 요약된다(최저임금법 1조 ‘목적’). 따라서 최저임금 효과를 논하자면 이상의 핵심 요소들이 적절히 기능하는지 따져보아야 한다.

먼저 최저임금으로 근로자의 생활 안정이 가능한가. 올해 최저임금은 6030원으로 일급 환산 시 4만8240원, 월급으로는 126만270원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15년 말 우리나라 근로자 가구 하위소득 20%의 가계지출은 179만9479원이고 이 중 소비지출은 149만9548원이다. 산술적으로 최저임금으로는 가구의 최소 생계 유지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현재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활 안정을 도모하기 어렵다.

두 번째는 노동력의 질 향상 문제다. 이는 노동력의 안정적 재생산과 생산성 유지에 관련된 문제로 건강한 심신으로 매일의 노동을 성과 있게 지속할 수 있느냐 여부가 관건이다. 그런데 현재의 최저임금으로는 지출이 소득을 초과하는 구조적 적자 상태라 노동력의 단순 재생산을 넘어 질적 개선을 도모하기 어렵다. 요컨대 노동력 질 향상의 관점에서도 우리 최저임금은 역할의 한계가 명확하다.

마지막은 국민경제에 대한 기여 여부다. 건전한 경제라면 근로자는 소비하고 남는 돈을 은행에 저축하고, 은행은 기업에 생산 자금을 대출하며, 기업은 이를 이용해 돈을 번 뒤 근로자에게 임금으로 환원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 경제는 기업이 저축(유보)하고, 은행은 이를 가계에 대출하는 역의 구조다. 임금이 충분치 않으니 근로자들은 소비를 대출에 의존한다. 따라서 최저임금으로는 경제에 기여할 여유가 없다.

더 큰 문제는 최저임금도 못 받는 근로자가 다수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최저임금 적용 근로자는 2016년 기준 약 1877만6000명, 이 가운데 약 342만명이 최저임금 수혜 대상(18.2%)이다. 비공식 통계이기는 하지만 이들 중 약 200만명가량이 최저임금 이하 임금을 받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면 수혜 대상 근로자의 58.47%가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다는 말이다.

결론적으로 최저임금이 법의 취지에 부합하는지, 합의로 확정한 수준을 기업들이 적절히 이행하고 있는지 확인해보는 것은 제도의 효과성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인데 현재 상태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수혜 대상 근로자의 절반 이상이 최저임금도 못 받는 상태라면 법은 있으나 마나 한 무용지물이다. 따라서 최저임금의 예외 없는 적용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

최저임금 위반 사례가 많은 이유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제도적 감시 수준이 낮아 비용이 크지 않기 때문이며, 다른 하나는 기업들의 복잡한 임금체계를 최저임금이 적절히 수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저임금 회피에 따르는 처벌 비용을 높이고, 최저임금 구성 항목을 단순화해야 한다. 최저임금 산입 항목을 통상임금과 일치시키는 방법도 적극적으로 고려할 일이다.

노동력은 상품으로 존재하며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되지만 인류는 노동력의 극단적 상품화가 초래할 파멸적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수단을 개발해 왔다. 노동조합을 통한 임금의 집단적 조정, 복지국가 시스템을 활용한 소득 재분배, 그리고 최저임금 제도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수단이 없었다면 자본주의 노동시장은 극단적 양극화와 갈등으로 그 유지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들 가운데에서도 최저임금 제도는 가장 기초적인 수단이다.

권순원 경영학부 숙명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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