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항 칼럼] 정당투표도 소중하다 기사의 사진
침몰 후 2년이 지났지만 세월호는 물론 세월호의 진실도 아직 물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세월호를 둘러싼 쟁점들이 보수와 진보 양쪽의 진영 논리로 빨려 들어가는 구조 탓에 얘기를 꺼내기도 싫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그건 명쾌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미흡하다는 점이다. 물론 해양경찰청이 해체됐고, 해양수산부의 실무자들이 책임을 지고 징계를 받거나 옷을 벗었다. 그러나 장·차관급 이상 인사 가운데 분명한 형식을 갖춰 문책하거나 인책 사퇴한 경우는 없다. 우리나라 정무직 공무원들에게는 ‘신상’만 있고, ‘필벌’은 없는 것인지 의문이다.

사퇴 의사를 표한 경우는 있다. 하지만 결국 모두 제자리를 지켰다. 이주영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은 침몰사고 후 8개월여 만인 그해 12월 말에야 사퇴했다. 이 전 장관에 대한 호의적인 평가도 있으나, 결국 면죄부를 받은 셈이다. 2014년 7월 세월호 침몰사고 국정조사 특위에서 “제가 무한책임을 져야 된다”고 말했던 그는 이번 총선에 출마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사고 한 달여 만에 단행된 일부 인사에서 남재준 국가정보원장과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을 내보냈지만, 세월호와 직접적 관련은 없어 보였다. 정홍원 전 총리는 세월호의 책임을 지고 사표를 냈으나 총리 후보자들의 잇단 낙마 탓에 결국 유임됐다.

책임질 위치에 있는 리더들의 책임회피 경향은 결국 메르스 사태 초기대응 실패에서도 똑같이 재연됐다. 의사결정에 늑장을 부린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으로 옮겼고, 질병관리본부 국장급 이하 간부들만 징계 대상에 올랐다. 청와대가 패장인 마속의 목을 베지 않고, 오히려 감싸고도니 공공조직의 기강이 설 리 없다.

또 이른바 ‘하명대로’ 장관과 ‘복지부동’ 장관들은 장수하는 반면 직언을 하거나 ‘괘씸죄’에 걸리면 가차 없이 교체됐다. 역대 정부에서도 인사보복이 있기는 했으나, 그래도 쉬쉬하면서 했다. 박근혜정부는 국민의 눈치를 별로 보지 않는 것 같다.

미국에서 한때 ‘도덕적으로 역겨운 엘리트’를 일컫는 MOE(Morally Obnoxious Elite)라는 약어가 유행했다. 엔론 사태 전후로 부각된 전문가들의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했던 2001년 무렵이다. ‘Obnoxious’는 ‘극도로 불쾌감을 주는’, 즉 우리 유행어로 말하자면 ‘토 나오는’ ‘토 나오게 하는’ 정도가 될 것이다. 이런 리더들이 우리 주변에도 적지 않게 있다.

힘 센 정치인과 정부 고위직들이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인사 청탁과 공조직의 자기 식구 감싸기는 도를 넘었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의 경우 자신이 데리고 있던 인턴직원을 중소기업진흥공단에 채용토록 압력을 행사한 의혹에 대해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은 채 이번 총선에서 국회의원 후보로 나섰다. 검찰은 100억원 이상의 차익을 남긴 진경준 검사장의 주식 내부자 거래 의혹에 대해 적극적인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야당도 비리를 저지른 동료의원을 감싸고돌기는 마찬가지다.

투표일이다. 그런데 이번 총선의 경우 여든 야든 콕 집어서 책임을 묻기가 쉽지 않다. 야당 분열이 큰 원인이지만,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는 어차피 당보다 인물을 우선적으로 보고 뽑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정당명부제 투표는 다르다. 큰 정당인 여당과 제1야당에 경종을 울리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총선에 출마한 MOE에게 따끔한 경고를 던질 수도 있다. 이를 위해 젊은이들이 SNS를 통해 “정당투표로 지역감정에 터 잡은 무능한 거대정당을 심판하자”는 교감을 확산시켰으면 한다.

임항 논설위원 hngl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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