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박창균]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의 성공 조건 기사의 사진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뜨겁다. 시판된 지 한 달이 채 안 됐으나 140만 계좌에 8800억원에 이르는 자금이 유입됐다고 한다. 성공적 정착 여부를 판단하기는 조금 더 기다려봐야 하겠지만 적어도 현재까지는 2013년 3월 파격적인 금리와 세제혜택으로 초반에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재형저축에 버금가는 실적이다.

저금리 고령화 시대 전 국민의 자산 형성을 지원한다는 목적으로 금융정책 당국이 야심 차게 내놓은 금융상품이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지만 시장에서 들리는 소리는 상당히 걱정스럽다. 계좌당 평균 가입금액이 60여만원에 불과하고 자산관리 계좌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투자 수익보다는 안정적인 이자 확보를 추구하는 신탁형이 98%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등 내용적으로 그리 만족스럽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한 달여 동안 이룩한 물량적 성과가 상품 매력에 끌린 소비자 선택의 결과라기보다 신상품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한 금융회사들의 판촉 경쟁에 기인한 것 아닌가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단기실적 확보를 위한 금융회사의 과도한 경쟁과 그로 인한 불완전판매의 가능성에 대해 금융위원장이 여러 차례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필자를 포함해 전문가 상당수는 우려스러운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고가의 경품을 내걸고 고객 유치에 나선 금융회사가 출현했으며 실적 독촉에 쫓긴 창구 직원들이 지인의 명의를 빌려 잔고 5000원짜리 소위 깡통계좌를 대량으로 개설했다는 보도가 그저 일부의 비정상적 과열 현상이기를 바랄 뿐이다. 금융회사의 실적 경쟁이 불완전판매로 이어져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가져옴은 물론 금융시장과 금융회사에 대한 국민 불신으로 이어져 모두가 피해를 보는 사태를 많이 봐왔다. 저축은행 후순위채권 사태와 동양종금 사태의 충격이 아직 말끔히 가시지 않은 상태다. 우리 사회가 또다시 불완전판매로 인한 홍역을 치르지 않도록 금융감독 당국이 각별히 살피고 필요한 경우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할 것이다.

종합자산관리계좌는 개별 상품이 아니라 자산 포트폴리오에 대해 세제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지나치게 안전자산 위주로 편성된 금융자산 포트폴리오의 문제점을 해소하고 장기적으로 국민의 노후 소득 확보를 위한 재산 형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는 획기적인 금융상품이다. 특히 포트폴리오에 포함된 개별 상품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통산해 상계하는 것을 허용함으로써 금융소득과세의 문제점으로 지적돼오던 소득과 손실의 비대칭적 처분을 상당 부분 해소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가계의 위험자산 보유를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투자 중심의 일임형보다는 저축 중심의 신탁형이 지배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손실 상계를 통한 위험자산 보유 촉진이라는 제도의 장점이 발휘될 기반 자체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신탁형과 일임형에 비대칭적 세제혜택을 부여해 본래 취지를 살리는 방향으로 제도 조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종합자산관리계좌에 예금이나 펀드 등 전통적 금융상품은 물론 파생결합상품을 편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데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주식연계증권(ELS)과 같이 비교적 간단한 구조의 상품이 판매되고 있으나 향후 매우 복잡한 상품이 출현해 계좌에 편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상당한 경험과 지식이 필요한 금융상품에까지 국가가 세제혜택을 주면서 노후 소득 확보를 위한 금융상품으로 장려해야 하는지 근본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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