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빅데이터 뒤에 숨은 감시의 그림자 기사의 사진
디지털시대가 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편리함이 아니다. 감시다. 디지털시대는 우리가 남기는 데이터를 이용해 사상 유례가 없는 감시체제를 구축했다. 우리는 24시간 도처에 데이터를 남기고, 그 데이터들은 모조리 저장된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 데이터를 들여다본다. 반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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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시대 인간의 활동은 배기가스를 남겼다. 디지털시대 인간의 흔적은 데이터를 남긴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우리는 매 순간, 어디서나 데이터를 남긴다. 모든 것이 기록되고 영구히 저장된다. 그런데도 우리는 데이터를 누가 어떻게 수집하고 이용하는지 모르고, 그 데이터를 삭제할 권한도 가지고 있지 못 하다.

디지털 감시와 정보 보안에 대한 사회적 토론을 이끌어온 미국의 보안전문가 브루스 슈나이어의 책 ‘당신은 데이터의 주인이 아니다’는 ‘좋아요’에 목매고 스마트폰을 안고 자는 이 시대 시민들에게 보내는 경고문이다. 우리가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사용하면서 배기가스처럼 유출하는 데이터가 우리를 어떤 위험에 처하게 했는지 섬뜩하게 드러내 보인다. 배기가스가 기후변화를 초래한 것처럼, 데이터는 감시사회의 도래와 프라이버시의 종말을 가져온다.

2013년 스노든의 폭로로 NSA(미국 국가안보국)가 모든 미국인의 휴대폰 통화 기록을 수집하고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그때 이후로 반복되는 정부의 변명은 그들이 “메타데이터만” 수집했다는 것이다. 그들이 수집한 것은 통화 내용이 아니라 전화번호, 통화한 날짜와 시간, 소요 시간뿐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전화나 컴퓨터를 사용할 때 남기게 되는 메타데이터를 누군가 수집하고 이용하는 건 괜찮은 것일까?

메타데이터에 대한 무감각을 깨는 것이 이 책의 첫 번째 타깃으로 보인다.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지원자의 메타데이터를 조사해 추론해낸 결과를 보자.

“참가자 A는 지역의 여러 신경학 단체, 전문 약국, 희귀병 관리 서비스, 재발성 다발성경화증 치료를 위한 약물 상담 서비스와 대화를 나누었다.”

“참가자 B는 어느 날 이른 아침에 언니와 오래도록 통화했다. 이틀 뒤에 그녀는 동네의 가족계획을 위한 사무실에 연달아 전화를 걸었다. 2주 뒤에 다시 짧게 통화를 했고, 한 달 뒤에 마지막으로 전화를 걸었다.”

연구진은 메타데이터만으로 A는 다발성경화증 환자이고, B는 낙태를 한 사람이라는 걸 알아냈다. 저자는 “전화 메타데이터만으로도 많은 사실이 드러난다. 데이터가 내용이라면 메타데이터는 맥락이라는 식으로 생각할 수 있다. 메타데이터는 특히 전체적으로 수집될 경우 데이터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말해줄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의 두 번째 타깃은 기업과 정부가 우리의 데이터를 다 들여다볼 수 있으며 들여다보고 있다는 걸 알려주는 것이다. 우리는 공짜와 편리함을 얻는 대가로 우리의 데이터를 기업에게 넘겨주고 있다. 내비게이션을 이용하려면 위치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것처럼.

“우리는 서비스를 제공받는 대신 우리를 감시하는 시스템을 이용한다. 이것은 오늘날의 인터넷이 작동하는 방식일 뿐이다. 어떤 서비스가 무료라면, 당신은 고객이 아니라 상품이다.”

정부는 기업의 감시 능력을 이용해 국민들을 관찰한다. NSA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 야후 같은 인터넷 기업들을 상대로 수천 명의 관심 대상에 대한 데이터를 제공하라고 합법적으로 강요한다. 기업들은 자진해서 협력하기도 하고, 법원에 의해 대개 비밀리에 강제로 데이터를 넘겨주기도 한다. 저자는 “어떤 기업도 고객에게 자신들이 미국 법원의 명령을 무시할 거라고 약속할 수 없다… 어떤 기업도 고객에게 제대로 된 보안을 제공해줄 수 없다”고 단언한다.

누구도 감시에서 빠져나가기 어렵다. 저자는 페이스북 개인 계정을 열지 않았고, 지메일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심지어 구글 검색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무리 최선을 다해 빠져나오려 해도 놀라울 만큼 자동적으로 감시된다. 우리와 관계를 맺는 다른 사람들이 관찰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SNS나 스마트폰은 족쇄가 된다.

데이터에 힘입어 국가의 감시는 유례없이 강화됐다. 감시가 무엇을 희생시키고 있는가를 탐구한 이 책의 2부는 국가정보원의 폭넓은 감청권을 허용하는 테러방지법 시행을 앞둔 한국에서도 경청할 대목이 많다. 가장 크게 희생되는 것은 물론 자유와 민주주의다. 정부가 나를 주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결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억누른다. 또 반대자도 없고 발전도 없는 사회가 된다. 지나친 감시에 대한 반작용으로 인터넷이 해체될 가능성마저 있다.

이 책은 디지털시대의 전면에 일렁거리는 스마트함과 편리, 번영 등이 아니라 그 후면에서 배출되는 데이터와 그것에 기반한 감시체제의 성립에 주목해 디지털시대의 기존 담론들을 전복하고자 한다. 마지막 3부에서는 데이터 감시체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원칙과 방안들을 논한다. 일단 무료 서비스라면 의심해볼 일이다.

“자신의 데이터가 최종적으로 누구 손에 들어갈지 모른다면, 그 바보 같은 온라인 테스트는 부디 하지 말기 바란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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