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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아픔 함께한 ‘천막카페 2년’ 이야기… ‘광장의 교회’

광장의 교회/양민철·김성률 지음/새물결플러스

세월호 아픔 함께한 ‘천막카페 2년’ 이야기… ‘광장의 교회’ 기사의 사진
서울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 있는 ‘광화문 천막카페’의 모습.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과 카페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시민들이 마음을 나누고 서로 위로를 주고 받은 공간이다. 천막카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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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6일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일어난 세월호 참사는 기독교인들의 가슴에 납덩어리 같은 질문을 안겼다. 하나님은 왜 이런 고통을 주시나. 그리고 지금 울고 있는 저들을 어떻게 위로해야 하나.

한국교회는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해왔다. 책 ‘광장의 교회’에 실린 ‘광화문 천막카페’는 그 다양한 시도 중 유의미한 사례다.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 자리 잡은 천막카페는 2014년 8월 1∼9일 국민휴가 기간 중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커피와 차를 제공한 것을 계기로 시작됐다. 책은 천막카페의 2년 남짓한 시간을 담고 있다.

천막카페는 여러 면에서 기독교계 안팎의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고통 받는 이들의 현장을 찾는 일은, 에큐메니컬이라 불리는 진보적인 교회들의 몫이었다. 반면 복음주의권으로 불리는 보수신학 위에 선 교회들은 예배와 기도 등 개인 영성에 치중해왔다.

하지만 천막카페는 교회2.0목회자운동 소속 복음주의권 젊은 목사들이 주축이 됐다. 카페에 상주하며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운영해온 카페대표 양민철(구리 희망찬교회·기독교한국침례회) 목사와 카페지기 김성률(인천 함께하는교회·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목사가 대표적이다.

양 목사는 13일 전화 인터뷰에서 “복음주의권 교회들도 어려운 사람을 많이 돕지만 주로 사회시설을 통한다”면서 “세월호 유가족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는 정치적 편견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섬김의 능력은 있지만, 고난의 현장에 대한 정보와 접근 방법을 찾지 못한 복음주의권 교회들을 안내하고 싶었다”고 책 집필 동기를 밝혔다.

그는 ‘광장의 교회’란 개념을 이렇게 설명했다. “‘광장의 교회’란 교회당 안에 머무는 지역교회가 아니라 (세상 속으로) 흩어진 교회의 모습이 광장에서는 이러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붙인 이름입니다. 교회당 안에서의 빛을 넘어 세상의 빛으로,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하며 그들 가운데서 하나님의 성품을 드러내는 삶을 살라는 가르침을 천막카페를 통해 전한 것입니다. 사회 속에서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어 사는 것을 사회적 영성이라 했을 때 천막카페는 개인영성을 넘어 사회적 영성을 실천한 셈입니다.”

이들은 ‘오는 자의 눈물을 닦아 준다’는 생각으로, 광장에서 ‘꾸준히’ 희생자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목마른 사람에게 시원한 물을 건네고, 커피 한 잔을 나누며 대화를 나누고, 배가 고플 때 함께 식탁에 앉는 ‘일상의 방식’이었다. 삭막한 도심 한가운데, 세월호 광장에 자리한 천막카페는 희생자 가족과 광장을 찾는 이들에게 물을 제공하는 유일한 곳이었다.

그들은 집회를 열어 구호를 외치는 방식과 다른 길을 택했다. 목요일마다 광장문화제를 열자 자발적으로 무대에 서는 이들이 늘었다. 찬송가밴드, 길가는밴드, 가수이자 시인 홍순관, 가수 백미현, 김응교 숙명여대 교수 등 다양한 이들이 무대에 섰다.

천막카페가 일종의 ‘정거장’이 되자 다양한 계층의, 서로 다른 이유를 가진 사람들이 찾아왔다. 반대로 술을 먹고 행패를 부리거나, 왜 이러고 있느냐며 폭력을 행사하는 이들도 없지 않았다. 그럼에도 2년 가까이 천막카페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빛도 없이 이름도 없이 찾아와 후원물품을 건네고, 함께 부둥켜 안고 울다 간 시민들 덕분이다. 양 목사는 이런 자발적인 환대와 연대의 움직임에 대해 “하나님이 우리에게 어떤 선한 일을 맡기실 때는 그 일을 할 수 있는 힘과 동역자도 함께 주신다”고 적었다.

책에는 그가 기록한 천막카페 이야기와 더불어 단원고 2학년 고(故) 김동혁군의 어머니 등 희생자 가족과의 대화, 천막카페 자원봉사자들과의 대화, 그리고 세월호 광장에 대한 목회자들의 신학적 대담이 담겨 있다.

카페지기로 활동한 김성률 목사는 대담을 통해 ‘광장의 하나님’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제가 광장에서 경험한 화해의 하나님은 추상적이지 않아요. 광장에 모인 사람들이 함께 말을 섞고, 밥을 먹고, 노래를 부르고, 같이 아파하고, 어깨동무하고 웃을 때 정치·사회적 구분짓기에 의해 만들어진, 우리 안의 차별과 배제라는 질서가 허물어지더군요. 저는 인간이 만들어 놓은 공교한 질서를 전복시키고 해체시키는 광장의 하나님이야말로 진정한 성서의 하나님이라고 믿습니다.”

아파 본 사람은 안다. 누군가 건넨 위로의 손길이 진심인지 아닌지. ‘내가 위로해줬다’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잠시 머물다 기념사진 찍고 사라지는 이들이 많다는 건, 역설적으로 아픈 이들의 곁을 꾸준히 지키는 것이 그만큼 어려운 일임을 말해준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에게 한국교회는 선한 이웃이었느냐’는 질문에 선뜻 답하기 어려운 오늘, 천막카페의 존재는 그 자체로 위안이자 희망이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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