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김대식의 인간 VS 기계] 약한 인공지능은 현실… 강한 인공지능은 SF 기사의 사진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정보통신기술(ICT)이 주도하던 3차 산업혁명에 이은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됐다. 지금까지의 산업혁명이 인간의 육체적인 노동을 기계에게 넘겨준 것이라면, 이번의 4차 혁명은 지적인 노동을 기계에게로 이전하는 과정이다. 동아시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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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 이후 국내에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어떤 책을 봐야 하는지 묻는 이들이 많아졌고, 언론의 도서 추천도 이어졌다. 그러나 인공지능에 초점을 맞춘, 국내 필자가 쓴, 최신의 정보를 담은, 과학적으로 엄밀하면서도, 쉽고 대중적인 책이라는 조건을 두루 만족시키는 경우는 찾기 어려웠다.

이번에 출간된 ‘김대식의 인간 VS 기계’는 국내 독자들이 기다리던 인공지능 책의 요건을 상당 부분 충족시킬 것으로 보인다. 카이스트에서 전기 및 전자과 교수로 근무하는 김대식은 알파고 충격 이후 청와대에 초청돼 강의를 했을 정도로 인공지능과 뇌과학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또 강연, 저술, 기고, 방송 등으로 대중들에게도 친숙한 편이다.

출판사 동아시아는 지난해 5월 열린 김 교수의 독자 강연을 토대로 알파고 이후 저자 인터뷰를 추가해 이 책을 뽑아냈다. 책 전반부에서는 인공지능이란 무엇인지, 딥러닝(deep learning)이 왜 그토록 대단한 혁신인지, 기계학습의 알고리즘은 어떤지 등을 설명한다. 후반부에서는 알파고 얘기와 인공지능을 둘러싼 여러 쟁점들을 다룬다.

김 교수는 인공지능으로 증기기관, 전기, 정보기술에 이은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됐다고 본다. 그에 따르면 인공지능 혁명의 핵심은 인간이 담당하던 지적 노동이 기계에게로 이전된다는 데 있다.

“신기하게도 육체적인 노동은 기계에게 거의 다 넘겨줬는데, 지적인 노동은 아직 수작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딥러닝 혹은 인공지능이 보여준 시나리오를 통해 어쩌면 머지 않아 상당히 많은 지적인 노동 역시 자동화될 수 있음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김 교수는 인공지능을 ‘약한 인공지능’과 ‘강한 인공지능’으로 구분해 인공지능에 대한 오해와 논란에 답한다. 사람하고 비슷한 수준으로 인지하고 이해하는 인공지능을 약한 인공지능으로, 여기에 독립성과 자아, 정신, 자유의지 등을 가진 기계를 강한 인공지능으로 설명한다. 약한 인공지능은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그러나 강한 인공지능은 여전히 SF의 세계에서만 존재한다. 강한 인공지능은 등장할 것인가?

“강한 인공지능이 여전히 불가능한 이유는 강한 인공지능에 필요한 뇌과학적 요소들, 정신·감정·창의성·자아에 대해 뇌과학적으로 이해를 못 했기 때문입니다… 이해를 못 했기 때문에 아직 못 만든다고 말해야죠. ‘아직 못 만든다’와 ‘영원히 못 만든다’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잖아요.”

강한 인공지능의 등장이라는 시나리오가 항상 인류멸망으로 끝나는 이유에 대한 김 교수의 해석도 흥미롭다.

“강한 인공지능이 어느 한 순간 인간을 놓고 질문을 하게 됩니다. ‘인간은 지구에 왜 있어야 되나?’… 만약에 제가 강한 인공지능이라면 ‘지구-인간’이 더 좋으냐, ‘지구+인간’이 더 좋으냐 하고 물어볼 거예요. 강한 인공지능 입장에서 가만히 생각해보면 ‘지구-인간’이 더 좋다는 논리적인 결론을 충분히 낼 수가 있다라는 거예요.”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지구 전체로 볼 때 더 낫다고 결론내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인간의 길에 새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약한 인공지능은 100퍼센트 실현됩니다. 다시 말해, 내가 하는 일이 이미 기계 같다면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인간이 가진 유일한 희망은 ‘우리는 기계와 다르다’입니다.” 김 교수의 이 말이 위로가 될까.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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