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모지스 할머니, 평범한 삶의 행복을 그리다] 75세부터 101세까지 활동한 ‘국민 화가’의 열정 기사의 사진
모리스 할머니가 표지 모델로 나왔던 1953년의 시사주간 타임(왼쪽)과 마을 아낙들이 함께 모여서 퀼트를 했던 당시 문화를 그린 ‘퀼팅 모임’(1950년작. 나무에 유채, 51×61㎝). 홍익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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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따뜻해지는 이야기다. 75세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101세에 세상을 떠나기까지 1600점의 작품을 남기며 대중에게 사랑받는 화가로 살았다. 100세 이후에 그린 그림이 250점이 될 정도로 생의 마지막까지 건강했고, 열정적으로 살았다. 미국 주간지 타임지 표지 모델로까지 나왔던 미국의 ‘국민 화가’, 모지스 할머니 얘기다.

본명은 애니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늦어도 너무 늦은 늦깎이 화가로서 거둔 성공은 단순히 성공 스토리로 치부하기에는 결이 너무 곱다. 화가가 되겠다며 운명을 거슬러 살아온 의지, 투혼 같은 것도 없다.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고 자신의 주변을 사랑했던 삶의 결과가 화가로 이어졌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살다보니 어느 날 화가가 된 할머니 얘기다.

미국 뉴욕주 그리니치의 가난한 농장에서 1860년 태어난 모리스는 10남매 중 셋째 딸이었다. 그 시절의 가난한 집이 그러했듯이 그녀도 12세 때부터 부유한 남의 집 가정부로 일해야 했다. 학교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27세에 결혼해서는 남편과 함께 열심히 농사를 지었다. 유일한 취미는 자수였다. 특히 자식을 가슴에 묻은 후로는 자수를 하면서 위로를 얻었다. 그러나 그런 자수를 70대에는 놓아야 했다. 관절염이 심해져 바느질이 여의치 않았던 것이다. 그 때 눈에 들어온 것이 그림이었다.

그는 자신의 주변의 사람과 풍경을 그렸다. 자잘한 일상에 대한 사랑과 기쁨이 넘쳐나는 그림들이다. 시간이 나면 창밖으로 펼쳐지는 마을풍경을 관찰했다는 그녀. 먼 산을 배경으로 늘어서 있는 침엽수림. 주택가 농장에서 풀을 뜯는 젖소와 말들, 시선을 가까이로 당겨보면 말을 타기 위해 허겁지겁 울타리를 향해 달려가는 꼬마, 읍내로 가려고 마차의 고삐를 죄는 아저씨가 보인다. 그런걸 화폭에 담았다. 폭설이 내려 휴교한 날, 동네를 가득 채운 아이들이 신나하는 모습, 마을 행사인 칠면조 잡기, 단풍나무 시럽 끓이기…. 그렇게 마을의 구석구석을 담은 그녀의 그림은 서툴지만 진심이 담겼다. 그게 통했다. 그녀의 작품은 뉴욕에서 활동하는 딜러 겸 수집가의 눈에 띄었고, 뉴욕에서 전시가 열렸다. 반응은 놀라웠다. 미술사적인 새로움은 없었다. 그런데도 소소해서 정겨운 그림에 사람들은 매료됐다. 그녀의 그림은 크리스마스실이나 우표, 카드에 사용돼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다. 가장 큰 감동은 진정성에 있는 것이다.

모지스 할머니 얘기는 미술 전문 저술가 이소영(33)씨의 오랜 추적의 산물이다. 대학 때 영문 책자를 통해 이 할머니의 삶을 접한 이후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지속적으로 자료를 모아 이번에 책으로 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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