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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와 축제 사이] <16> 제암리 추모제

[축제와 축제 사이] <16> 제암리 추모제 기사의 사진
화성시 제공
삼일절도 지났는데 독립운동 얘기라니…. 97년 전 오늘. 도대체 우리나라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것도 서울에서 지척인 경기도 화성시에서 일어난 사건이라니 금시초문이었다. ‘4·15 제암·고주리 학살사건’ 얘긴데 숨겨진 이야기를 알면 알수록 밤잠을 설치며 분노하게 되는 것은 나뿐이 아닐 것 같다.

모두가 알다시피 1919년 3월 1일은 식민지배에 저항하여 전국적인 독립만세운동이 일어났던 날이다. 3·1운동은 그 뒤에도 방방곡곡 이어졌는데 특히 4월 5일 경기도 화성시의 발안장터에서 있었던 만세운동은 일찍이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매우 강력하고 격렬했다고 한다. 기록을 살펴보면 이때 당황한 일본 군사들은 화성시 전역의 10개 면, 63개 리, 329채의 가옥을 전부 불태우는 등 강경 진압을 펼쳤다. 그중 가장 소름끼치는 사건이 제암리 학살사건이다. 일본 군사들이 제암리 마을로 찾아와 ‘강경 진압에 대한 사과를 하고 싶으니 마을 교회로 모여 달라’는 거짓말을 전했다. 이후 일본군은 모여든 주민들을 교회에 감금한 채 그대로 총격을 가하고 완벽한 증거인멸을 위해 교회를 통째로 불태우는 믿지 못할 만행을 저질렀다. 당시 교회 안에는 15세 이상 남자가 주를 이뤘고 아이만은 살려달라며 아기를 창밖으로 내민 아낙도 있었으나 일본 군사들은 갓난아이까지 29명 모두를 그 자리에서 불태워 죽이고 말았다. 그날이 1919년 4월 15일 오늘이다.

솔직히 천안 독립기념관도 안 가본 지 오래다. 오랜 식민지배로 많은 희생이 있었다는 것은 알지만, 제암리처럼 잔인하고 치 떨리는 학살 현장은 우리 아이들에게 좀 더 자세히 알려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

사람들의 관심을 전혀 이끌어내지 못하는 전형적인 검정 추모식은 마음에 안 들지만, 오늘만큼은 제암리를 꼭 기억하는 날이 됐으면 좋겠다. 오늘날의 축제도 결국은 추모의 확장이었다.

유경숙(세계축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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