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여소야대] 정치 삼국지… ‘식물 국회’ 살려내라 기사의 사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4·13총선 참패에 대해 의자를 잡고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김 대표는 “국민이 매서운 회초리로 심판했다”며 이날 당대표직을 사퇴했다. 이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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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16년 만에 ‘여소야대(與小野大)’ 정치 지형을 만들어 놓으면서 정치권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여야 각 정당은 무서운 민심을 절감하는 동시에 무거운 과제를 떠안게 됐다. 특정 정당에 표를 몰아주기보다 기존 정치권을 심판하려는 민심이 이번 총선에서 강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한순간에 제1당 자리를 야권에 넘겨준 집권여당의 변화가 가장 시급해 보인다. 야권 분열이라는 유리한 구도에서 여권 지지층은 새누리당 텃밭인 대구와 부산, 서울 강남 등에서 과거와 달리 새누리당에 몰표를 주지 않았다. 선거일을 코앞에 두고 ‘막장 공천’으로 대표되는 내분으로 당 지지율이 하락세를 거듭하는 등 지지층 결집도가 이완됐기 때문이다. 보수 성향 표는 방관자적 태도를 취하거나 이를 넘어 상당 부분 국민의당으로 분산되기까지 했다.

야당 역시 웃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더민주는 여당의 과반 확보를 저지했다는 점을 가장 큰 공(功)으로 보고 있지만 이미 내상은 깊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유권자들이 수권정당으로서의 가능성이 아니라 ‘차악’으로 더민주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14일 “정부·여당에 대한 심판뿐 아니라 ‘호남의 여당’으로 볼 수 있었던 더민주에 대한 심판 역시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국민의당의 약진 역시 새로운 ‘대안 정당’을 향한 기대감보다는 ‘양당 심판론’에 표심이 움직였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총선의 의미는 한마디로 분노”라며 “제3정당이 지지를 받은 이유는 기존 정당 정치에 대한 처벌적 성격이 강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친박(친박근혜) 주류와 친노(친노무현) 세력에 돌아선 민심이 적극적으로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와 야권의 심장부인 호남에서 ‘반란’이 일어났다는 측면에서다.

당장 정부·여당으로선 향후 국정 운영에 비상이 걸렸다. 여권 성향 무소속 당선인들을 새누리당에 받아들이더라도 의석수는 과반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법안 처리가 뒷받침돼야 하는 노동개혁과 경제 활성화 정책을 밀어붙이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여권에선 청와대 참모진 개편과 개각 등 쇄신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김무성 대표가 물러나면서 비대위 체제에 돌입했다.

그러나 단순히 보여주기식 체질 개선에 그치거나 향후 당권 투쟁에서 여당 내 계파 갈등이 또다시 노출될 경우 권력 누수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3당 구도로 재편된 정치권이 새로운 변화를 꾀할지가 최대 관심사다. ‘입법 마비’에다 당리당략 싸움만 거듭하면서 최악으로 불렸던 19대 국회의 구태를 벗어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더민주와 새누리당이 모두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만큼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로서 키를 거머쥔 형국이다. 하지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야권이 헤게모니 싸움에 매몰될 경우 민심은 더욱 싸늘하게 돌아설 수 있다. 법안 협상이나 예산 심의 과정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할 경우 대안 정당으로서의 실험은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선 국민의당이 더민주와 새누리당 사이에서 의미 있는 중재자 역할을 하기에는 ‘호남의 압도적 지지’라는 태생적 한계가 크다는 지적도 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호남 정당’ 또는 ‘안철수 정당’이라는 한계를 어떻게 탈피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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