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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토크] 가장 깊은 곳

[사이언스 토크] 가장 깊은 곳 기사의 사진
챌린저 해연. 위키피디아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했다. 수치상으로 ‘길’은 우리 고유의 척도로 열 척에 해당하는 3m를 이르는 단위지만 일상에서는 어른 키 정도의 길이를 말한다. 열 길과 한 길의 깊이가 지닌 장단을 대비해 사람 마음을 헤아리기 어렵다는 것을 빗댄 속담이다. 알 수 없는 옆 사람의 마음도 그러하지만 때론 나 자신의 마음도 알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는 것이 세상사이다.

마음에도 굴곡이 있듯 지구의 지각 표면도 굴곡져 있다. 이 굴곡진 지표면 중 지구상 가장 움푹 들어간 곳은 제주도로부터 남동 방향으로 2800여㎞ 떨어진 곳의 마리아나 해구 남단에 위치한다. 해구란 바다 속 좁고 긴 도랑 모양의 계곡을 의미하는데, 이 해구는 그 길이가 약 2500㎞에 이른다. 해구 중 가장 깊은 곳을 해연이라 하는데 비티아즈와 챌린저 해연으로 명명된 두 곳이 가장 깊은 약 11㎞의 수심을 나타낸다. 챌린저 해연은 영국 탐사선 챌린저호가 1951년에, 비티아즈 해연은 그로부터 6년 후 옛 소련 탐사선 비티아즈호가 측정해 알려졌다.

에베레스트 산정을 거꾸로 넣고도 3㎞ 정도를 더 들어가야 하는 챌린저 해연의 수압은 지상 기압의 약 1000배에 이르는 엄청난 압력을 지녀 인간의 접근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이곳 해연에 도달한 4번의 하강 중 첫 번째와 마지막 네 번째는 유인 탐사선이었다. 극한 수중 환경을 뚫고 지구의 가장 깊은 계곡에 최초에 이른 것이 1960년이었으니 챌린저 해연이 알려진 후 9년 만의 일이다.

인간의 의지는 참으로 경이롭다. 이토록 극한 환경으로 도달하기 힘든 지구의 가장 깊은 계곡에서부터 지붕에 이르는 모든 곳에 족적을 남기니 말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한 길 정도의 사람 속을 알 수 없듯이 가장 깊은 곳은 실제 깊이와 상관이 없는지 모른다. 마음이 행동으로 이르지 못하는 곳, 그곳이 세상에서 가장 깊은 곳일 것이다.

오늘(4월 16일)은 세월호가 45m 깊이의 바다 속으로 안타깝게 모습을 감춘 지 꼭 2년이 되는 날이다. 이 상처가 치유되지 않는 한 맹골수도 해역은 아마도 세상 가장 깊은 곳이 아닐까 싶다. 이 심연의 슬픔이 하루빨리 치유되길 간절히 기도한다.

노태호(KEI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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