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불안한 동거’에 들어갔다. 새누리당에 맞서 국회 현안에 대해선 손을 잡으면서도, 대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물밑 경쟁에도 착수했다. 야권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를 흐트러뜨리지 않으면서도 주도권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싸움이 시작됐다.

◇협력…국정교과서와 테러방지법·세월호특별법=더민주와 국민의당은 국정교과서 폐지 결의안과 테러방지법·세월호특별법 개정안 처리를 위해 협력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당이 먼저 이슈를 제기하며 치고나갔고, 더민주는 “원론적으로 공감한다”며 화답했다.

국민의당은 여야가 극명하게 대립했던 3가지 사안을 주도해 ‘가짜 야당’ ‘새누리당 2중대’ 의혹을 씻어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쟁점 사안에 모호한 태도를 보이며 행동을 꺼려했다는 비판도 희석할 수 있다. 확고한 원내 제3당을 구축해 ‘캐스팅보트’로 떠오른 상황에서 첫 이슈를 제기하면서 존재감도 과시했다는 평가다.

특히 여당이 밀어붙인 국정교과서와 테러방지법 같은 경우에는 반대 여론도 적지 않았던 만큼 정부도 자세를 낮출 수밖에 없고 야권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효과도 낼 수 있다.

더민주도 당론으로 추진했던 일이라 반대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국민의당이 먼저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평가다. 더민주가 총선이 끝나자마자 이들 사안을 가지고 여당을 압박할 경우 ‘강경 운동권 정당’이라고 공격받을 수 있어서다. 그렇다고 마냥 손놓고 있다면 원내 제1당이 돼서도 새누리당을 견제하지 못한다고 지지층이 등을 돌릴 수 있다. 국민의당이 제기한 이슈에 공조하는 모양새를 취하면 운동권 정당이란 비판을 피하면서도 원내 제1당으로서 실질적으로 정국을 주도할 수 있다.

◇이견과 경쟁…야권연대, 대선 결선투표제=하지만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언제까지 정부·여당 견제를 명분으로 화해무드를 지속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로서 역할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야당뿐 아니라 여당과도 협력이 필요하다. 더민주 역시 국민의당이 선점한 이슈 위주로 끌려다닐 경우 내년 대선 정국에서 국민의당에 밀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

벌써부터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제 도입을 두고 두 당이 엇갈리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는 “제3당 후보도 야권연대 없이 대통령선거를 완주할 수 있어야 한다”며 결선투표제 도입을 주장했다. 결선투표제는 대선에 후보자가 다수 출마하더라도 과반 득표자가 없다면 1·2등만 재투표를 한다. 인위적 야권연대 없이도 자연스레 여당과 야당의 1대 1 구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부정적 입장을 내비치며 ‘3자 구도’ 대선을 밀어붙이고 있다. 더민주는 현행 제도상 거대 양당이 아닌 제3당 후보가 대선레이스를 완주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김 대표가 겉으로는 ‘3자 구도 대선’을 준비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실제로는 대선 정국에서 국민의당 분열로 사실상 양당 구도가 전개될 것이란 속내를 숨기지 않는 이유다. 다만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가 대선 후보 당시 결선투표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만큼 무턱대고 거절하기에는 명분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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