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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도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 <상> ] “집값 하락” 반발… 서울 특수학교 14년간 증설 못해

<상> 우린 어디에서 배울 수 있나요- 님비에 우는 장애인

[장애인도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 <상> ] “집값 하락” 반발… 서울 특수학교 14년간 증설 못해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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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학생이 배울 수 있는 학교가 부족하다. 서울에선 14년 동안 특수학교를 한 곳도 짓지 못했다. 이 때문에 아이들은 불편한 몸으로 먼 거리를 통학해야만 한다. 교육부도 이런 문제를 알고 특수학교를 지으려고 하지만 '집값이 떨어진다' 등 편견을 넘어서기가 쉽지 않다. 주민 반대에 부닥쳐 학교 설립계획이 표류하는 일도 허다하다.

◇2002년 이후 서울에 세워진 특수학교 ‘0’=18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으로 특수교육 대상 학생은 8만8067명이다. 이 가운데 특수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2만5531명이다. ‘통합교육’(일반학교에서 일반학생과 장애학생이 함께 받는 교육)을 원하는 학부모도 있지만 장애 정도에 따라 특수학교에서 ‘맞춤형 교육’을 받아야 하는 학생도 있다. 그러나 장애 학생을 수용할 학교는 턱없이 모자란다. 특수학교에 가고 싶어도 자리가 없어 입학을 거절당하는 일이 벌어진다.

법으로 정한 특수학교의 고등과정 학급당 학생 수는 7명이지만 현실은 다르다. 안지현(18)양이 다니는 서울 구로구 궁동 정진학교 2학년 4반에는 8명이 공부하고 있다. 마미화(49·여) 담임교사는 “화장실을 혼자 가지 못하는 아이도 많다”며 “모두에게 눈길을 주기 위해선 법정 정원인 학급당 7명이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워낙 특수학교가 과수요 상태라 특수학교를 한두 개 지어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교육부도 심각성과 필요성을 알고 있다. 더 짓고 싶지만 특히 수요가 많은 서울에서 반발이 심하다. 2002년 경운학교 이후 서울시내에 특수학교는 한 곳도 들어서지 못했다.

서울시내 특수학교는 29개에 불과하다. 25개 자치구 중 특수학교가 없는 곳은 양천·금천·영등포·용산·중구·성동·동대문·중랑구 등 8곳에 이른다. 이 지역에 사는 학생들은 매일 ‘구’를 넘어 장거리 통학을 한다.

교육 당국이 손놓고 있는 건 아니다. 서울시교육청은 2013년 강서구와 중랑구에 각각 특수학교를 세울 계획을 세웠다. 강서구의 경우 폐교가 된 공진초등학교를 지적장애와 발달장애가 있는 학생을 위한 학교로 만들려고 했다. 주민 합의만 이뤄지면 바로 시작할 수 있었지만 매번 주민 반발에 부닥치고 있다. 강서구에서 특수학교 학생은 218명이다. 이 가운데 강서구에 있는 학교를 다니는 학생은 94명뿐이다. 중랑구의 경우 주민을 설득하지 못해 부지 확보조차 못하고 있다. 두 곳 모두 2018년 완공이라는 계획을 세웠지만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했다.

교육부는 ‘님비’(지역이기주의)에 부닥치자 처음으로 특수학교 인근 집값을 전수조사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특수학교가 지역사회에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객관적 반박자료를 내놓기 위해 전수조사를 하게 됐다”며 “결과는 오는 11∼12월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2시간 걸려 특수학교로 통학하기도=지난해 서울의 특수학교 학생 4646명 가운데 통학시간(편도 기준)이 30분∼2시간인 학생은 2081명(44.79%)이나 됐다. 지방도 사정이 다르진 않다. 경기도 여주시에 사는 임현(10)군은 경기도 광주시에 있는 곤지암학교로 간다. 편도로만 약 2시간이 걸린다. 임군은 지적장애를 앓아 걷는 게 불편하고 신장도 안 좋다. 피로가 쌓이면 경기 증세를 보여 통학길은 그야말로 고난의 길이다.

지난해 교육부 조사결과 편도 2시간 이상을 통학하는 특수학교 학생은 103명, 1∼2시간은 2791명에 달했다. 30분∼1시간은 9966명이나 됐다. 몸이 불편한 장애 학생들이 일반학교에 다니는 비장애 학생보다 더 먼 길을 매일 오가고 있는 것이다.

통학거리에 대한 특별한 기준은 없다. 교육부는 “짧을수록 좋다”고만 권고하고 있다. 이화여대 특수교육과 김유리 교수는 “비장애 학생들은 본인이 특별히 사립학교 등을 원하지 않는 이상 대부분 걸어서 다닐 수 있는 학교에 배정을 받는다. 복잡한 논리를 대지 않더라도 학교가 없어서 혹은 특수교사가 부족해 멀리 있는 학교에 간다면 그건 ‘학습권 침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은애 전수민 기자

limitle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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