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이준협] 성난 청년과 열정페이 기사의 사진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성난 민심, 특히 청년들의 일자리 분노가 이번 총선 판도를 갈랐다. 선거일에도 무기력하게 독서실에서 취업 준비나 할 것이란 우려와는 달리 적극적으로 투표장으로 뛰쳐나와 울분을 표출한 것이다. 그들의 일자리 분노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는 방증이다.

청춘을 오롯이 취업에 헌납하고 있는 젊은이들의 불만은 ‘일자리의 질’에서 비롯된다. 청년들은 좋은 일자리를 원하는 반면 그들이 접하는 일자리의 상당수는 나쁜 일자리이기 때문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별이 너무도 견고한 현실에서 한번 비정규직에 빠지면 아무리 많은 경험과 실력을 쌓더라도 그 굴레에서 좀처럼 빠져나오기 힘들다. 미래가 어두워지고 결혼과 출산, 내 집 마련의 꿈도 멀어진다. 그래서 청년들은 어떻게든 처음부터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졸업 후에도 3년, 5년 취업 준비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나쁜 일자리의 대명사는 역시 열정을 빌미로 최저시급에도 못 미치는 임금으로 청년들을 착취하는 ‘열정페이’다. 그런데 열정페이에 시달리는 청년이 2011년 45만명에서 2015년 63만명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그들의 시급은 겨우 4515원으로 비(非)열정페이 청년 1만741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그들의 월평균 임금은 71만원으로 비열정페이 청년 185만원의 38%에 불과하다. 그들의 공적연금 가입률은 18%로 비열정페이 청년의 82%와 천양지차고, 근로계약서 작성 비율도 28%에 불과해 언제든지 부당하게 해고될 수 있는 상황에 처해 있다. 비열정페이 청년의 교육훈련 기회는 지난 5년간 36%에서 60%로 크게 개선된 반면 열정페이 청년은 13%에서 19%로 제자리걸음이다. 교육훈련 격차가 벌어지면서 ‘일자리 상승 사다리’도 점점 더 약화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마디로 열정페이는 청년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나쁜 일자리다. 최저임금은 인간다운 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임금이자 헌법 32조에 보장된 당연한 권리이며, 그래서 최저임금 미만의 저임금 노동은 현행법상 불법이다. 청년 63만명이 열정페이라는 불법 상태에 방치돼 있는데 그 책임은 정부·여당뿐만 아니라 야당까지 포함한 기성세대에 있다.

정부가 곧 청년고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성난 청년을 조금이라도 위로하기 위해서는 열정페이를 해소하고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해법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역시 청년들이 선호하는 좋은 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하는 것이다. 구조개혁을 통해 고부가가치 산업구조로 재편하고 유망 서비스업종을 육성하며, 교육 안전 소방 보건복지 등 국민을 위해 꼭 필요한 공공분야에서 좋은 일자리를 당장 늘려야 한다. 대기업만으로는 한계가 명백한 만큼 연구개발 능력을 갖춘 강소기업 1만개를 집중 육성해 이공계 고학력 청년을 흡수해야 한다.

둘째, 일자리 이동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선회해야 한다. 비록 비정규직으로 첫발을 내디디더라도 경험과 실력을 쌓아 정규직으로 상승할 수 있도록, 비록 첫 직장이 중소기업이라 하더라도 연구개발과 교육훈련, 대기업과의 상생을 통해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일자리 상승 사다리’를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도 자연스레 좁혀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요즘 같은 경기 후퇴기에 열정페이가 급증하는 만큼 고용유지 장려금, 근로장려세제 등의 임금보완 대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표준근로계약서 관행을 정착하고 필요시 법제화하며, 근로감독관을 확충하고 열정페이에 대한 처벌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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