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안된 ‘물리적 통합’… 아이들 마음엔 상처만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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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 1급 문모(14)군은 물건이나 사람을 붙잡고 놓지 않는 버릇이 있다. 6살 때 특수교육 대상자가 됐다. 학교 배정을 담당하는 특수교육지원센터는 일반학교 진학을 권했다. 입학을 2년 미루고 유치원에서 비장애 아동들과 ‘연습’을 했는데 문제가 없었다.

문군은 2011년 서울 마포구의 한 일반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일반학급에 소속을 두고 주요 교과는 특수학급에서 배웠다. 일반학급에선 ‘보조교사’인 특수교육실무사가 함께했다.

하지만 3학년이 되면서 학교생활이 무너졌다. 보조교사가 맡은 학생이 늘어나다 보니 문군에게 신경 쓸 시간이 줄어든 게 발단이었다. 보조교사가 없는 사이 문군은 짝꿍인 여학생을 붙잡고 놓지 않았다. 여학생의 부모는 문군을 특수학급으로 옮기라고 항의했다. 문군의 어머니 김모(46)씨는 교장, 담임교사 등을 찾아다니며 거듭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했다.

4학년이 되자 담임교사는 문군을 방치하며 특수학급으로 보내라고 요구했다. 친구들의 따돌림도 시작됐다. 문군은 마구 물건을 던지는 거친 행동으로 마음의 상처를 풀었다. 수업 도중 집으로 가기도 했다.

특수학교로의 전학을 알아봤지만 쉽지 않았다. 특수학교마다 정원이 꽉 차 대기자가 수두룩했다. 지난해에야 종로구의 한 학교로 전학해 6학년 수업을 받고 있다. 김씨는 19일 “일반학교에서는 힘들면 특수학교에 가라는 식이다. 괜히 상처만 받았다”고 했다.

장애학생 70%가 일반학교 다니는데

문군 같은 특수교육 대상자를 일반학생과 함께 교육하는 게 ‘통합교육’이다. 학교에서부터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별 없이 더불어 사는 사회를 경험하게 하자는 취지로 1994년 도입됐다.

숫자만 보면 2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통합교육은 자리를 잡았다. 지난해 특수교육 대상자 8만8000명의 70.4%(6만1000명)가 일반학교를 다닌다. 이 중 일반학급(전일제 통합학급)에서만 교육받는 학생도 1만5000명에 이른다. 일반학교에 다니는 장애 학생은 2003년 2만9000명에서 지난해 6만1000명으로 매년 증가세다.

교육 당국은 통합교육이 장애 학생의 발달과 장애인식 개선 등에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본다. 지난해 교육부가 연구용역을 맡겨 특수·통합학급 교사 4698명, 교장·교감 등 관리자 2372명, 장애·비장애 학생 학부모 1260명을 면접 조사했더니 각 조사군의 70.78%, 75.93%, 64.84%가 “장애 학생의 대인관계 능력이 향상됐다”고 답했다. 의사소통과 행동 관리·통제 능력이 좋아졌다, 장애를 바라보는 일반 학생의 인식이 나아졌다는 응답도 상당했다. 연구를 맡았던 박은혜 이화여대 교수팀은 “통합교육이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평가했다.

‘미완’의 교실에서 상처받는 아이들

그러나 ‘진정한’ 통합교육은 멀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군처럼 학년이 올라가면서 적응을 못하고 특수학교로 옮기거나 다른 일반학교로의 전학을 거듭하는 장애 학생이 많다.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일도 잦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매년 특수학교 신입생 배정 기간이 되면 전학을 받아달라는 일반학교 학부모들의 민원이 쇄도한다”고 말했다.

인권위가 2014년 12월 발표한 ‘장애학생 교육권 증진을 위한 실태조사’를 보면 장애학생의 36.7%가 일반학교에서 학교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언어폭력(24.0%), 따돌림 등 괴롭힘(19.2%)을 겪었다는 응답도 많았다. 정광윤 한국특수교육총연합회 정책실장은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이 개선되지 않은 채 물리적으로만 장애·비장애 학생을 함께 두는 통합교육이 능사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교사 역량 강화를 통해 이런 한계를 보완하고자 통합학급을 맡은 담임교사에게 특수교육 관련 연수를 받도록 권장한다. 다만 의무가 아니다. 지난해 통합학급을 맡은 교원 4만9645명 중 1만519명은 연수를 받지 않았다.

장애 학생의 통합학급 적응을 돕는 특수교육실무사 채용도 문제다.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투입하다 보니 시·도교육청 예산 사정에 따라 수급이 들쭉날쭉하다. 일반학교에 배치된 특수교육실무사는 2013년 7653명에서 지난해 7223명으로 되레 줄었다. 이경아 한국장애인부모회 특수교육분과 부회장은 “담임교사가 일일이 돌보지 못하는데 보조교사도 부족해 교실에 앉아만 있는 장애 학생이 많다. 교사들이 신경 못 쓰면 학생들 사이에서 소외받기도 쉽다”고 말했다.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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