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교회를 가다] “느려도 함께… 손 내밀어준 교회로 출근합니다”

③ 자활·자립 현장을 가다(상)

[장애인, 교회를 가다] “느려도 함께… 손 내밀어준 교회로 출근합니다” 기사의 사진
서울 도봉구 염광교회 피어라희망 카페에서 일하는 발달장애인들이 손으로 ‘브이’자를 그리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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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려도 함께, 함께 희망을.’ 서울 도봉구 도봉로 염광교회(황성은 목사) 1층 ‘피어라 희망’ 카페에 걸려있는 문구다. 장애인을 고용해 자립을 돕는 이곳의 성격이 잘 드러난다. 이 카페에선 9명의 20∼30대 장애인이 일하며 사회성과 자립심을 키우고 있다. 이곳은 이들에게 ‘희망의 보금자리’다.

지난 12일 오후 3시 이곳을 방문했을 때는 오후근무조인 5명의 장애인이 갈색 모자를 쓰고 앞치마를 두른 채 일하고 있었다. 계산대 앞에서 능숙하게 주문을 받고 있는 이는 숫자에 제일 강하다는 이동욱(22)씨였다. 꼼꼼한 성격의 이씨는 음료 주문과 커피 재고 파악 등을 담당한다. 카페의 ‘애교’ 담당인 신정선(34)씨는 손님들에게 직접 만든 음료를 웃으며 건넸다. 그는 카페의 모든 음료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직원이다. 가장 자신 있게 만들 수 있는 음료는 아메리카노와 카페모카. 앳된 외모의 신씨는 “이곳에서 일하는 게 너무 재밌다”고 말했다.

이들은 오전·오후 조로 나눠 매일 4시간 넘게 일한다. 교대할 때는 30분씩 성경 필사를 한다. 매일 성경 1장씩 쓰는데 이를 통해 인내력을 키우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예절·위생·음료 교육도 매주 받는다.

카페의 장연주 총괄매니저는 “교육받은 친구들은 보통 한 달이면 기본 업무가 가능하다”면서 “일을 하면서 사회성과 의사소통의 능력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들은 장애 자녀들이 일을 하는 데 큰 의미를 두고 반긴다”고 덧붙였다.

염광교회는 2008년 장애인에게 전문적 돌봄과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피어라희망센터’를 설립했다. 센터에서 성인 중증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복지재활사업에 주력하다 2013년 ‘피어라희망협동조합’을 만든 이후 장애인을 위한 직업재활사업을 본격 시작했다. 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카페와 베이커리, 농장 등 3개 사업장에는 19명의 발달장애인이 근무한다. 수익금은 장애인 복지 등에 쓰인다.

피어라희망센터 시설장 이상록 목사는 “늘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던 장애인들이 일하고 경제활동을 하면서 자존감이 높아졌다”며 “교회 성도들은 열린 마음으로 장애인들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도록 기다리고 지원했다”고 말했다.

교회가 장애인선교에 뜻을 두고 있어도 장애인의 자립·자활을 지원하는 사역을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 장애인 고용 작업장을 만드는 데 적지 않은 재정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염광교회처럼 장애인의 ‘진정한 자립’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중소형 교회들이 적지 않다. 서울 광진구 서울시민교회(권오헌 목사)는 2010년 장애인을 위한 보호작업시설 ‘희망일터’를 만들었다. 현재 30명이 미니 화분과 쇼핑백 등을 만들며 자립 훈련을 받고 있다. ‘희망일터’에서 지난해 11월 만든 ‘희망나무 장애인 마술단’은 장애인에게 마술 교육을 한 뒤 공연을 하도록 해 수익금을 전액 지원한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 샘물교회가 주도해 2006년 설립한 말아톤복지재단의 ‘사랑 온 보호작업장’도 일반고용이 어려운 발달장애인 등에게 직업 훈련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 19명이 수제도시락을 만들고 있다. 2010년 샘물교회 1층에 오픈한 ‘올 커피 앤 티’ 카페 역시 발달장애인의 일터다. 은혜 샘물교회와 분당 샘물교회, 서울 영동교회, 잠실중앙교회, 서울시민교회 등이 이 사역에 협력하고 있다.

경기도 화성 와우리교회도 2014년 ‘와우리 장애인 보호 작업장’을 설립했다. 현재 30여명의 장애인이 카페와 제과점, 도자기 사업장 등에서 일하고 있다.

글·사진=김아영 기자 cello08@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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