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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와 축제 사이] <17> 마라톤

[축제와 축제 사이] <17> 마라톤 기사의 사진
마라톤대회에 참가한 시민들
딱 10년 전 얘기다. 신나게 직장생활하면서 주말엔 동료들과 산악승마나 패러글라이딩 같은 좀 멋스러운 레포츠를 즐겼다. 운동했다는 착각은 들지만 실은 말이나 낙하산이 운동하는 레저스포츠들이 인기가 많았던 시절이었다. 그렇게 30대에 접어드니 제대로 땀 흘리는 운동을 찾게 됐는데 처음 찾아간 곳이 잠실 마라톤 동호회였다. 제일 어린 회원이 그해 환갑을 맞았고 다른 회원들도 평균 연령 65세였다. 동료 회원 환갑잔치에 다녀온 후 나는 조용히 탈퇴했다.

그랬던 마라톤이 요즘 그야말로 대세다. 불과 10여년 사이 마라톤의 위상은 선수들만 하는 비인기 종목에서 신체적·정신적으로 매우 건강한 생활스포츠이자 힐링에도 크게 도움이 되는 만능 스포츠로 인식이 전환되면서 각광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축제 콘텐츠로서도 마라톤은 전형적인 선진국형 콘텐츠이자 도심축제의 단골 소재로 자리 잡았다. 벚꽃길 같은 지역 명소를 순회하거나 도심 속을 달리며 도시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움직이는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해외의 주요 도시도 제각기 마라톤 축제를 개최하고 있는데 미국의 보스턴과 뉴욕 마라톤, 영국의 런던 마라톤, 스웨덴 스톡홀름 마라톤이 특히 명성이 높다. 호주 골드코스트 마라톤 대회는 올해로 38년이 되는 장수 축제로 장애인과 일반인이 함께 즐기게 돼 있다.

요즘 한국에서도 연간 개최되는 마라톤 대회만 200개가 넘고 연령과 성비가 다양해졌고, 각 지역 언론사들의 문화사업 대표 종목으로 주목받는 것이 특징이다. 연중 4∼5월에 가장 많은 대회가 개최되고 서울·경기에서 집중적으로 펼쳐진다. 이번 주말에도 제주와 서울 상암동·뚝섬·삼척·해운대·동두천 등 16개 마라톤 대회가 줄줄이 이어진다. 오랜만에 땀 흘리는 내 모습, ‘태후’의 송중기가 부러우랴. 어디로 향하든 봄엔 달려야 제 맛이다.

유경숙(세계축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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