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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밥·사랑 나누는 ‘빈민들의 방주’… ‘바하밥집’ 김현일 대표

‘바하밥집’ 김현일 대표

따뜻한 밥·사랑 나누는 ‘빈민들의 방주’… ‘바하밥집’ 김현일 대표 기사의 사진
김현일 바하밥집 대표(왼쪽)가 23일 서울 성북구 보문로의 바하밥집 내 만두가게에서 만두를 찌는 법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전호광 인턴기자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가석방으로 풀려난 무기수 브룩스는 자유에 적응하지 못해 다음과 같은 유언을 들보에 새겨놓고 목숨을 끊는다. “브룩스 여기 있었다(Brooks was here).” 이를 ‘브룩스 여기 있다(Brooks is here)’로 고쳐 슬로건으로 삼은 카페가 있다. 서울 성북구 보문로 바하밥집 내 ‘카페 브룩스’다. 이곳에는 28년간 교도소에서 복역한 미스터 브룩스(61·가명)가 바리스타로 일한다.

“카페 브룩스는 전과자인 브룩스 형님을 돕기 위해 지난해 문을 연 카페예요. 형님이 교도소에서 나와 노숙을 하다 흰 와이셔츠에 테이크아웃 커피를 든 직장인을 봤는데 ‘천국에서나 볼 법한 풍경’ 같았대요. 그 커피를 대접하니 감개무량하다며 드시더군요. 이 말을 듣고 카페를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23일 카페에서 만난 김현일(51) 바하밥집 대표의 말이다. 바하밥집은 독거노인, 미혼모, 전과자 등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도시빈민의 자립을 돕는 직업자활시설이자 무료급식소다. 바하밥집은 ‘바나바하우스 밥집’의 줄임말로 성경 속 사도 바나바의 이름에서 따왔다. 긍휼과 위로의 사도인 바나바처럼 사람을 위로할 수 있는 공동체를 꿈꾸며 붙인 이름이다.

바하밥집은 바나바하우스에서 파생된 사역이다. 바나바하우스의 시작은 김 대표가 미혼모와 가출·탈북청소년 10명에게 자신의 집을 개방한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특별한 철학이 있어 한 건 아니었어요. 제가 시골 출신인데, 부모님은 어려운 이웃 밥 먹고 가라고 대문도 없이 사셨어요. 우리 집도 고향집처럼 갈 곳 없는 이를 품어주는 곳이 되고 싶었죠.”

당시 김 대표는 나들목교회(김형국 목사)에 출석해 신앙을 키우고 있었다. 그가 오갈 데 없는 청소년과 공동체를 이뤄 산다는 소식을 들은 교회는 그의 사역에 ‘바나바하우스 프로젝트’란 이름을 붙이고 사역비를 지원했다.

바하밥집으로 사역을 확장한 건 교회 앞에서 마주친 노숙인 때문이었다. 매주 일요일 교회가 예배를 드리는 대광고를 나서면 맞은편 다리 밑에 노숙인들이 항상 누워있었다. 2009년 설날, 충동적으로 편의점에서 컵라면 5개와 빵, 우유를 사 예배당 맞은편 노숙인을 찾아갔다. 사비를 털어 매주 컵라면과 밥을 전달하자 입소문이 나 점차 많은 노숙인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에게 제대로 된 식사를 제공키 위해 문을 연 곳이 ‘바하밥집’이다. 2014년부터는 현재 자리에 조리공간을 마련해 매주 화·목·토요일 대광고 근처 노숙인에게 따뜻한 한 끼를 배달하고 있다.

무료급식 조리공간으로 출발한 바하밥집이지만 식사만 조리하는 건 아니다. 49.6㎡(15평) 규모의 밥집에는 카페와 만두가게, 베이커리가 소속돼 있다. 이들 가게의 공통점은 대표나 직원이 모두 도시빈민 출신이며 김 대표와 한동네에 같이 사는 이웃사촌이라는 것이다.

김 대표와 밥집을 중심으로 이룬 생활공동체에는 현재 40가구가 살고 있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이 미혼모, 노숙인, 장애인 등 사회 적응이 어려운 도시빈민이다. 나머지는 이들을 섬기기 위해 이사온 고정 봉사자다. 이들은 도시빈민과 어울려 살며 월세와 일자리를 지원하는 생활공동체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생활공동체에는 ‘적금·보험에 들지 말 것’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노동하지 말 것’ 등 독특한 수칙이 있다. 대신 일주일에 4일만 일하고, 소득의 40%를 공동체 헌금으로 내 사회안전망을 위한 자금으로 쓴다. 여가시간엔 무조건 쉬기보다 세월호 참사 현장, 제주도 강정마을 등을 찾아 사회적 약자의 곁을 지키는 데 힘쓴다.

김 대표의 꿈은 생활공동체 고정봉사자의 비율이 51%로 늘어 도시빈민 49%를 돕는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공동체’가 되는 것이다.

“복음으로 회복된 봉사자 수가 조금 더 많아야 서로 지치지 않고 오래 가는 공동체가 되겠더라고요. 생활공동체가 도시에서 노아의 방주 같은 ‘피난처’이자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고자하는 이들이 모인 ‘수도원’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시빈민에게 인격적이고 진실한 이웃이 되고자 노력하겠습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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