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해운 경영권 포기 기사의 사진
조양호(사진) 한진그룹 회장이 한진해운의 경영권을 포기하고 회사를 채권단 자율협약에 맡기기로 했다. 정부가 산업계에 대한 구조조정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결과다. 다른 취약 업종인 조선·철강·건설·석유화학에 대한 구조조정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한진해운과 대한항공은 22일 오전 각각 이사회를 열고 채권단의 자율협약에 의한 경영 정상화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회사 설립 39년 만이다. 자율협약은 오는 25일 신청할 예정이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해운업 업황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한진해운이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놓였다”며 “독자적 자구 노력만으로는 경영 정상화가 어렵다고 판단해 자율협약을 신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채권단 지원을 토대로 한진해운 정상화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율협약은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보다 강도가 낮은 구조조정 수단이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주관 하에 채권은행협의회를 열어 100% 동의를 받으면 자율협약에 들어가게 된다. 현대상선은 이미 조건부 자율협약에 들어간 상태다. 한진해운도 현대상선과 비슷한 수준의 구조조정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진그룹은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한진해운을 지원하기 위해 2013년부터 1조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했다. 한진해운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1조7000억원 규모의 전용선 사업부문을 매각하고, 4000억원 상당의 유상증자도 단행했다.

그러나 한진해운은 자력 회생에 성공하지 못했다. 지난해 말 기준 한진해운의 총 부채 규모는 5조6219억원이다. 금융권 차입금은 7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1년 이내에 갚아야 할 부채가 3조1808억원이다.

해운 호황기에 체결한 과도한 용선료 계약도 발목을 잡고 있다. 지급해야 할 총 용선료는 약 5조5487억원이며, 올해에만 9288억원을 줘야 한다. 지난해 영업이익 369억원, 당기순이익 30억원으로 간신히 흑자를 이루기는 했지만 지난 4분기에만 188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최근 실적도 부진했다. 그룹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까지 유동성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한진해운 채권단을 대표하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말 조 회장을 만나 경영개선 방안을 조율하며 한진해운의 경영권 포기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부는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등에서 대량 해고 움직임이 가시화되자 조선업 전체를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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