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맹경환] 마윈이 사들인 SCMP의 미래 기사의 사진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비교적 중국에 대해 비판적 논조를 갖고 있었다. 공산당 지침에 따른 평가나 해석만 있는 중국 관영언론에서는 보지 못하는 신선함도 많다. 113년 역사를 자랑하는 SCMP가 중국 재벌 마윈에게 인수된다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이제 SCMP도 바뀌겠구나’였다. 최근 기사를 봐도 중국 입장이 상당히 녹아들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마윈의 알리바바는 SCMP 인수를 선언하면서 가장 먼저 편집권 독립 보장을 얘기했다. SCMP도 최근 마윈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마윈이 왜 SCMP를 인수했는지를 설명했다. 마윈은 “기사를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로 판단하지 않는다”면서 “편파적이지 않고 균형이 잡혀 있느냐가 문제”라고 말했다. 또 “중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있도록 독자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균형 잡히고 공정한 보도는 참 좋은 말이다. 문제는 판단 기준이다. 중국은 서방 언론들이 중국에 대해 편파적이고 공정하지 못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윈의 최측근으로 SCMP 회장을 맡은 차이충신 알리바바 부회장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는 인터뷰에서 “서방 언론들이 중국의 통치방식을 수긍하지 못하면서 중국에 대한 보도시각이 오염돼 있다”고 비난했다. 결국 SCMP에 중국에 보다 우호적인 시각을 갖고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주문이다.

마윈의 인터뷰가 등장한 날 환구시보에는 마침 일방적인 서구의 시각에 대한 ‘억울함’과 ‘반박’이 실렸다. 국경 없는 기자회(RSF)가 발표한 언론자유지수에서 중국은 180개국 중 176위였다. 베트남이 한 계단 위였고, 중국 밑에는 시리아(177위)와 북한(179위)이 있었다. 환구시보는 국경 없는 기자회가 사실은 운영 인원이 단지 20명에 불과하다거나 ‘국경 없는 기자회의 숨겨진 얼굴’이라는 책을 인용해 이 단체가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재정지원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70위)과 싱가포르(154위)를 끌어들여 순위의 신뢰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남미의 가난한 나라들과 옛 유고연방에 속했던 나라들, 후진국 아프리카의 나라들이 한국보다 순위가 높다는 게 이해가 안 되고, 아프가니스탄과 레바논이 싱가포르보다 높다는 게 터무니없다는 주장이다. 결국 하고 싶은 말은 이라크(157위)와 르완다(161), 소말리아(167)의 언론자유가 중국이나 베트남보다 높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무엇보다 사설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중국이 생각하는 언론관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개발도상국가에서는 서방이 말하는 언론의 자유보다는 언론의 건설적 역할이 더 중요하다. 언론의 건설적 역할은 언론의 자유와 함께 여론의 감독도 포함한다. 언론의 목적은 자기의 절대적인 자유 권리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조건 하의 합리적인 방식과 힘으로 사회의 발전을 도와야 하는 것이다.”

중국에는 ‘민간이 관료와 다투지 못한다(民不與官鬪)’는 말이 있다. 지난해 마윈은 이를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알리바바는 산하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의 정품 판매율이 40%도 되지 않는다는 공상총국의 보고서에 반발했다가 결국 무릎을 꿇었다. 마윈의 SCMP가 이 길을 걸을 수도 있다. 현재 중국에서 SCMP는 다른 비판 언론과 마찬가지로 차단돼 있다. 보려면 우회 통로를 이용해야 한다. 앞으로도 계속 이 방법으로 접근해야 할지 아니면 차단이 풀릴지 궁금하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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