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이재훈] 20대 국회와 고령화 대책 기사의 사진
4·13총선이 끝났다. 이젠 정쟁을 접고 국가적 과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때다. 시간이 많지 않다. 어떤 과제들은 골든타임을 놓친 감마저 있다. 저출산·고령화 대책만 해도 그렇다. 상당수 중진국까지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국가 전체의 생산성이 가장 중요함을 인식하고 있는데 10년 가까이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대에 묶여 있는 우리만 손을 놓고 있는 듯해 답답하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2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다. 2020년 즈음해서 인구절벽이 도래하고 2100년쯤에는 현재 인구의 절반만 남게 될 거라는 연구보고서도 나왔다. 더 심각한 것은 가용노동인구가 줄어드는 고령사회로의 진입이다. 전체 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라고 한다. 한국은 2018년에 고령사회에 진입하고 2026년이면 초고령사회가 된다. 부양받아야 할 인구는 계속 늘어나는데 경제활동을 통해 이들을 부양해야 할 인구는 점점 줄어들게 된다는 얘기다. 그 간격을 메우려면 경제활동인구가 감소해도 그 생산성만큼은 더 높아져야 한다. 그래야 나라 전체의 성장과 분배가 제대로 돌아간다.

불행히도 지난 20년간 한국의 생산성은 거꾸로 가고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1995∼2004년 제조업의 노동생산성은 연평균 9.0% 증가한 반면 2005∼2014년엔 3.5% 증가에 그쳤다. 미국도 추이는 비슷하다. 1995∼2004년 노동생산성이 연평균 2.8% 증가했는데 2005∼2015년엔 1.3% 증가에 머물렀다. 기술 진보가 눈부신 근년에 가까울수록 생산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는데 결과는 딴판이다. 여기에 공통된 이유가 있는 걸까.

기술 진보에 따른 생산성 증가 여부에 대해서는 양론이 있다. 미국 MIT대 에릭 브린졸프슨 교수는 20세기 말부터 시작된 정보통신기술로 경제 전체의 생산성이 크게 증가했다고 보는 대표적인 학자다. 반대로 노스웨스턴대 로버트 고든 교수는 1970년 이전 100년 동안 전기, 전화, 내연기관, 비행기, 항생제 등 역사상 괄목할 만한 발명으로 전 세계의 생산성이 크게 향상됐지만 1970년 이후 인터넷 빼고는 주목할 만한 기술혁신이 이뤄지지 않아(생산성에 대한 기여가 크지 않아) 정체상태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논쟁 추이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인구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우리에겐 시사하는 바가 많다. 어떤 기술혁신이든 생산성 증가로 이어지려면 당장 산업과 사회 전반에서 충분히 쓰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컴퓨팅, 가상현실(VR) 등 각광받는 신기술들이 몇몇 기업이나 특정산업의 영역에서 벗어나 활용 가능한 모든 분야에 투입돼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구슬이 서 말이면 뭐하나. 꿰어야 보배 아닌가. 전기가 발명된 이후 미국에서 두루 이용되기까지 50년이 걸렸다지만 우리 형편이 그렇게 한가롭지 않다.

또한 노동생산성 증가를 위해서는 자본 투입, 곧 투자 확대가 이뤄져야 한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우리 기업들의 해외투자 금액은 모두 2200억 달러인데 같은 기간 국내에 투입된 외국인 투자는 860억 달러에 그쳤다. 기업들의 국내 투자가 작아지면 자본장비율 및 노동생산성 제고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역시 중요한 것은 간단없는 기술혁신이다. R&D 및 교육에 대한 획기적인 투자가 그 밑거름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투자가 제대로 성과를 내려면 경제 전반에 걸쳐 강력한 경쟁 촉진 및 규제완화 정책이 선행되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20대 국회 당선자들부터 저출산·고령화시대에 대비하는 국가백년대계를 마련하는 데 앞장서줄 것을 간절히 희망한다.

이재훈 한국산업기술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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