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김재익] 주거불안 해소 정책 있어야 기사의 사진
집 없는 사람은 늘 불안하다. 집값과 전월세 오른다는 소식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가중시키며 가슴을 더욱 조이게 만든다. 그러면서 소득은 좀처럼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 88만원세대 등으로 표현되는 저소득 청년세대들이 내 집 마련을 포기한 지 오래며 이것이 출산 포기로 이어진다고 한다.

한편 우리나라 국민은 최소한 이 정도 수준 이상의 집에서 살아야 한다고 국가가 정해놓은 수준, 즉 최저주거 기준에도 못 미치는 집에서 사는 가구도 2010년 기준으로 10%에 이른다. 주거기본법 제2조 주거권 조항은 ‘국민은…물리적·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 환경에서 인간다운 주거생활을 할 권리를 갖는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한 주거정책의 기본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아직 주거생활이 불안하거나 열악한 계층이 적지 않으며, 국가는 법을 정하여 이들의 주거 안정을 도모하고자 한다.

그런데 현실은 아이러니하다. 이명박정부 이후 지금까지 정부 정책은 한결같이 집값을 올리기 위해 취득세 등록세와 양도세 감면, 재건축 규제 완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한도 조정 등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왔다. 이 과정에서 집값 상승으로 피해를 보게 되는 무주택자와 세입자에 대한 배려는 찾아보기 어렵다. 전월세가 너무 올라 감당하기 어렵다면 돈 빌려줄 테니 집 사면 된다는 식의 소유촉진 정책을 제시했을 따름이다. 또 주거빈곤 가구에 대한 별다른 대책도 없다.

정부의 의도는 집값이 상승하면 집 가진 계층의 자산 가치가 높아지고 이는 수요 창출과 고용 촉진, 궁극적으로 소득 향상→경제성장으로 연결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경제정책으로서는 시각에 따라 설득력을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정책효과의 여부를 떠나 정책 발상의 관점에서 보면 문제가 적지 않다. 우리 속담에 도와주지 못할망정 쪽박은 깨지 말라고 했다. 집 없는 자의 주거 불안을 가중시키면서 집 가진 자의 자산 가치를 불리는 정책은 국가의 재분배 기능에 역행하는 동시에 결과 중시의 개발시대적 발상으로서 선진국을 지향하는 오늘날에는 적절치 않다.

이러한 정책 발상의 근원은 주택시장이 주택정책 담당 부처가 아니라 경제담당 부처에 의해 정책수단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부작용이 없는 것도 아니다. 예컨대 빚내서 집 사기를 부추기다 가계부채가 급증하자 주택담보대출 심사를 강화해 다시 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다. 여기에 주택정책 주무기관이 개입할 여지는 별로 없고 주택정책 관점에서 보면 일관성도, 당위성도 없는 정책이 된다.

주지하다시피 우리 사회의 패러다임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주택 분야도 공급의 시대에서 관리의 시대로, 다시 주거복지의 시대로 이전되고 있다. 이에 동반하여 주택 관련법도 개발시대에는 주택건설촉진법, 21세기 들어서는 주택법, 지금은 주거복지에 초점을 둔 주거기본법으로 진화했다.

경제정책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시대에 걸맞은 정책적 발상이 요구되며, 정책이 경제적 약자의 불이익을 전제로 한다면 온당치 않다. 반드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택시장이 경제정책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사이 정작 주택정책 부처는 가중되는 주거 불안을 완화하기 위해 어떤 보완책을 준비해 놓았는지 궁금하다. 국가 경제성장 정책의 그늘 속에 가려 인간다운 생활의 필수품인 주거 서비스가 불안한 계층을 위해 주택정책 당국이 앞장서 주기를 기대해본다.

김재익 계명대 도시계획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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