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만 칼럼] 임기 말에 자주 웃는 대통령 기사의 사진
4·13총선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많이 내려가고 있다. ‘집권불가능당’ ‘식물정당’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야당에 제1당의 자리를 내줄 만큼 참패를 한 상황이라면 총선 이후 청와대와 집권여당의 자세는 과거와 달라야 마땅하다. 그러나 국면이 어려워지면 언급을 회피했던 과거의 자세가 그대로 이어지면서 대통령의 때 이른 레임덕 현상은 불가피하다는 우려를 낳게 한다.

대통령과 청와대 사람들이 당장 해야 할 일은 잘한 것이 거의 없으면서도 170석 이상이라고 여권에서 선창을 하면, 결코 신뢰할 수 없는 이 나라의 여론조사는 그 가락에 맞춰 기타 줄을 튕겨주는 그런 뽕짝 리그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지상파 방송3사의 ‘선거현장’ 출구조사조차 집권당이 야당에 제1당의 위치를 넘겨주는 참패를 비슷하게나마도 인지해내지 못하는 그런 엉터리들로 이루어진 리그 안에서 집권세력이 계속 국가주의의 낡은 재봉틀을 돌린다면 점점 더 민의와 벽을 쌓게 될 것이다.

전두환에서 이명박까지 한 사람 예외 없이 임기 말에 큰 시련을 겪는 것을 보아온 국민들은 대통령이 임기 말일수록 아집에서 벗어나줄 것을 요구한다. 이번 선거에서 표심은 여소야대 국면을 통해 성공할 수 없는 사안에 매달리지 말고 낮은 자세로 돌아가라고 분명하게 명령했다. 그 명령에 복종하기 위해서는 그간의 잘못된 것을 돌아보아야 한다.

박 대통령의 지금까지의 집권기간 중에서 가장 매끄럽지 못했던 사안은 국정원의 대선 개입 여부를 수사하는 검사들이 전부 교체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국민들의 교육 정도로 볼 때 대통령이 국정원 선거 개입으로 당선됐다고 생각할 사람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해당 검사들이 차례차례 바뀌고 물을 먹었다. 국정원의 자잘한 선거 개입은 있었을지라도 이것이 중대한 국가권력의 개입이라는 데에는 동의하지 않던 사람들의 인식은 검사들의 좌천성 인사를 보면서 변하기 시작했다. ‘떳떳하지도 않고, 민주적이지도 않다’는 쪽으로.

두 번째 문제점은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을 ‘종북’처럼 인식하고 있다는 흔적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대선 과정 중에 100% 한국을 주창했던 대통령은 당선 후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눈길을 주지 않았다. 세 번째는 의견이 다른 사람을 매장시키려 든 것이다.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은 종북이고, 지지하더라도 의견이 다르면 배신자로 몰아가는 대결의 정치는 경쟁이 심하고 갈등이 많은 환경에서 살아가는 국민들을 피곤하게 만든다.

임기 말에도 즐거운 나날을 보내기 위해서는 이런 문제를 점검하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감추거나 권력의 힘으로 제압하려 하면 점점 더 큰 부작용을 부른다. “나 이런 것이 부족하니 좀 도와줘”라고 말하는 사람은 뛰어난 인물임에 틀림없다. 그럴 때 힘이 생긴다.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을 적처럼 몰아서는 곤란하다. 국가 지도자는 이념에 대한 폭넓은 인식을 갖고 나라를 경영해야 한다.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 달라고 했는데, 임기 중에 국민들이 그것을 거부했다는 것은 심각한 사안이다.

임기 말은 정리의 기간이다. 이럴 때일수록 권력자들은 수첩에 적힌 인사들에게 한자리 주고 싶고, 여론 형성을 위해 관제 데모를 유도하고 싶어질 것이다. 이런 유혹을 물리치고 고언을 하는 자에게 귀 기울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셰익스피어는 ‘햄릿’에서 묘지기들의 노래를 통해 “알렉산더 대왕도 시저 황제도 사라지고, 그가 묻힌 흙이 점토가 되고, 그 점토가 술통마개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고 말했다. 권력의 변천을 이 정도로 투명하게 인식한다면 임기 말도 즐거운 기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임순만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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