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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해운업계 벌집 쑤신듯 ‘줄초상’ 분위기

구조조정 본격 돌입… 깊어지는 한숨

조선·해운업계 벌집 쑤신듯 ‘줄초상’ 분위기 기사의 사진
“이런 상황이 하루빨리 끝났으면 좋겠어요.”

중소 해운업체 관계자는 2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국적선사인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해운업 전체가 침체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가 조선과 해운업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업계의 근심도 깊어지고 있다.

◇“빨리 끝났으면”=조선업계와 해운업계는 그야말로 줄초상 분위기다. 동종 업체와 하도급 업체는 물론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있는 지역 상권까지 영향을 받지 않은 곳이 없다.

경남 거제시 옥포에서 만난 크레인 기사 김모(38)씨는 “예전에 월 500만원을 받았으나 지금은 절반도 안 된다”고 호소했다.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등에 조선기자재를 납품하는 부산·울산·경남지역 업체들은 ‘줄도산’을 우려하고 있다. 대불산단 기업들은 일감 부족에 대비해 벌써부터 임금을 일당제에서 시간제로 전환하고 있다.

부산 녹산산단 내 선박 엔진룸 제조업체의 김모(60) 대표는 “올 들어 수주가 전혀 없다. 연말이면 공장 가동률이 뚝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경제도 직격탄을 맞았다. 울산의 현대중공업 인근 A음식점 주인 강모(54·여)씨는 “종업원 인건비도 안 나와 사장 혼자 장사하거나 문을 닫는 곳도 많다”며 한숨을 쉬었다. 중소형 해운사들은 구조조정이 해운업 전체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까 노심초사다.

한 해운사 관계자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덕에 부산항과 광양항이 국제 항구 역할을 했다”면서 “덕분에 우리도 해외에서 많은 물량을 받았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백점기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당장 어렵다고 인력과 설비를 줄이면 선박 발주가 늘어날 때 그 위상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법정관리’ 독이 든 성배?=한진해운과 현대상선 구조조정을 두고 해운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글로벌 얼라이언스(해운연합체)다. 전 세계 대부분의 화물운송을 맡고 있는 16개 선사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해운연합체를 구성, 노선에 따라 선박의 공간을 공유해 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경기 침체로 수출 물량이 줄면서 위기를 맞았고 해운사들은 지난해부터 합종연횡에 나섰다. 프랑스의 CMA-CGM과 싱가포르 APL, 중국의 CSCL과 COSCO가 하나로 합쳤다. 해운사가 14개로 줄면서 해운연합체도 변화가 생겼다. 세계 1, 2위인 덴마크의 머스크와 스위스 MSC의 연합체 2M을 뺀 나머지 3개 연합체가 내년 협정기한 만료를 앞두고 새로운 연합체 구성에 나섰기 때문이다.

해운 전문가는 “4개에서 3개로 줄 것으로 보인다. 법정관리 기업이 새롭게 짜여지는 연합체에 들어가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두 국적선사가 해운연합체에 들어가지 못할 경우 문제는 곳곳에서 발생한다. 우선 광양항과 부산항은 대규모 물량 이탈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 지난해 부산항에서 처리한 전체 컨테이너 화물 1945만개 중 환적화물은 1008만개였다. 주로 한진이나 현대가 속한 연합체의 해외 선사들이 이곳을 찾았다.

연합체에 들어가기 위해 현대와 한진이 해외 해운사들을 설득하려다 ‘용선료(선박 임대료)’ 협상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또 다른 해운 전문가는 “법정관리는 양날의 칼”이라며 “연합체에 들어가려면 법정관리는 문제없다고 설득해야 하는데 용선료 협상에서는 법정관리가 중요한 협상 카드”라고 했다.

현대와 한진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선주들은 임대료를 한 푼도 받을 수 없고 배만 돌려받는다. 결국 용선료를 낮추는 주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세종·부산·거제·울산·영암=

서윤경 윤봉학 이영재 조원일 김영균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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