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르코르뷔지에와 사촌 잔느레, 인도에 꽃 피운 실용 가구의 美

국제갤러리서 내달까지 가구展

르코르뷔지에와 사촌 잔느레, 인도에 꽃 피운 실용 가구의 美 기사의 사진
‘캥거루 의자’로 불리는 앉은뱅이 의자와 원목을 이용한 커피 테이블(아래). 국제갤러리 제공
1947년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뒤 펀자브주는 파키스탄과 인도로 갈라졌다. 주도(州都)를 파키스탄에 양도한 인도는 찬디가르에 새로운 주도를 건설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인도판 세종시의 탄생이다. 근대 건축의 3대 거장인 스위스 출신 프랑스 건축가 르코르뷔지에(본명 샤를 에두아르 잔느레·1887∼1967)가 이 프로젝트를 의뢰받았다. 르코르뷔지에는 사촌인 건축가 겸 디자이너 피에르 잔느레(1896∼1967)를 주요 협력자로 불렀고 의회의사당, 도서관, 법원 청사, 학교, 문화시설 등이 이들에 의해 탄생했다.

전시장엔 찬디가르 의회의사당 사진이 한 벽면 전체를 채우고 있다. 요즘 인기 있는 노출 콘크리트 기법을 선구적으로 사용한 건물이다. 그러나 전시는 건축물이 주제가 아니다. 의사당 사진은 당시의 분위기를 가늠하는 데 일조하는 보조물이다. 이번 전시는 건축물에 들어간 책상, 의자, 책꽂이, 스툴 등 가구가 주인공인 가구전이다.

특히 두 사람 중 잔느레는 찬디가르 건축사무소의 책임자로 15년간 인도에 진득하게 머무르며 프로젝트의 관리감독을 총괄했다. 섬세하고 조용한 성격 탓에 르코르뷔지에만큼 유명세를 누리지 못한 그에게 방점이 찍힌 이유다. 잔느레는 르코르뷔지에 대표 건축인 ‘사부아 주택’ 등을 함께 설계하는 등 50년간 협력자로 일했다.

두 사람의 가구는 모더니즘이 추구하는 실용주의 미학의 정수를 보여준다. 최상급 야자수, 값비싼 염소가죽, 악어가죽을 재료로 쓰던 고급 장식 미술인 ‘아르 데코’를 거부했던 그들이다. 나이테가 드러나는 버려진 원목을 상판으로 활용한 커피 테이블, 카스트 제도의 관습이 남은 인도의 전통을 감안한 앉은뱅이 의자(일명 캥거루 의자), 현지에서 많이 생산되는 장미목과 대나무를 활용한 미니멀한 의자…. 실용성과 함께 토속적인 재료를 사용해 현지화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의자들엔 특유의 X, U, V 형상의 다리가 있다. 단순한 디자인과 최소한의 재료를 사용한 덕분에 대량생산도 용이하다. ‘르코르뷔지에, 피에르 잔느레: 인도 찬디가르 1951-66’전. 서울 종로구 삼청로 국제갤러리에서 5월 29일까지.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