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빛 선물로 주셔서 감사합니다”… 각막 기증한 故민병학 권사의 목사 아들-시각장애인 엄마 만나

“희망의 빛 선물로 주셔서 감사합니다”… 각막 기증한 故민병학 권사의 목사 아들-시각장애인 엄마 만나 기사의 사진
지난 21일 인천 강화군 창후교회 앞에서 민중인 창후교회 목사(오른쪽)와 손용남 강화복음감리교회 권사(가운데), 조정진(생명을나누는사람들 상임이사) 목사가 하트를 그리며 활짝 웃고 있다. 강화=강민석 선임기자
강화 창후교회에서 지난 21일 만난 민중인(53) 담임목사는 고 민병학(85·주안감리교회) 원로권사의 아들이다. 민 원로권사는 고관절 수술 후 요양병원에 들어간 지 5개월여 만인 지난 13일 기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별세했다.

장례식장에서 지인들에게 문자 메시지로 부고를 알리던 민 목사는 조정진(생명을나누는사람들 상임이사) 목사로부터 생각지 못한 연락을 받았다. “‘선친의 사후 각막을 기증할 수 있느냐’고 묻더군요. 제 신분증에 장기기증 서약 스티커가 붙어있는데도 실제로 내 가족의 신체 일부를 기증하는 결정을 내리게 되는 순간이 닥치게 되니 멍해지더라고요. 일단 다른 가족들의 의사를 확인하고 연락을 주기로 했죠.”

민 목사가 다시 연락을 취하는 데는 1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누님과 형님 등 곁에 있던 가족들에게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하나같이 ‘아버지께서 천국 가시는 길에 마지막까지 귀한 일을 할 수 있게 돼 감사하다’고 입을 모았어요.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을 가훈으로 세우고 살아오신 아버지의 임종 앞에서 온가족이 그 뜻을 실천했다는 것에 놀랐죠.”

민 원로권사의 각막은 최근 서울과 경기도 부천의 시각장애인 두 사람에게 이식돼 ‘희망의 빛’을 선물했다.

손용남(48·여·강화복음감리교회) 권사는 지난해 12월 각막을 기증받아 이식 수술을 받은 최은진(22) 양의 어머니다. 최양은 4년 전 병원에서 ‘각막 혼탁’이 심해져 이식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손 권사는 놀란 마음을 추스를 겨를도 없이 각막이식이 가능한지 사방으로 수소문했지만 “아직 나이가 어리니 회복 경과를 지켜보자”는 답변만 돌아왔다. 그 사이 딸의 시력은 더 떨어졌다. 학업도 포기해야 했다. 손 권사는 “착하기만 하던 딸이 세상을 등진 것처럼 차가워지는 모습을 보면서 매일 기도하며 울었다”고 고백했다.

지난해 11월 30일 밤. 손 권사는 전주의 한 병원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각막을 구해 수술이 가능하다”는 소식이었다. 각막 이식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은 지 3년 만이었다. 수술비는 생명을나누는사람들(이사장 임석구 목사)이 지원했다. 손 권사는 “각막기증은 환자 본인뿐 아니라 가족들의 삶도 바꾼다”며 “최근 직장에 취직한 딸로부터 ‘다른 사람을 위해 헌신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얘길 듣고 감격했다”고 말했다.

조 목사는 “사후 각막기증 운동은 한국교회가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 희망의 빛을 주는 사역”이라며 “사후 각막기증자의 부고 소식을 제 시간에 ‘생명을나누는사람들’에 알리는 것만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새 빛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1588-0692).

강화=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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