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히스토리] 온난화에 식탁 풍경이 달라졌다… 먹거리로 보는 한국 기후변화

전어 대신 참치 먹고, 후식으론 사과 대신 애플망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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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의 변화는 그 땅에서 살아가는 생태계를 바꾼다. 당장 체감되는 것은 먹을거리의 변화다.

지구 온난화에 따라 아열대 기후로 변하고 있는 한국도 다르지 않다. 태국이나 필리핀 등 동남아 여행을 가서야 맛볼 수 있던 파파야와 패션푸르츠, 애플망고 등의 열대과일이 국내에서 재배되기 시작했다. 멜론과 같은 아열대 과일은 제주도 등 남쪽 지방만의 전유물을 넘어 강원도까지 올라왔다.

바다도 달라지고 있다. 한반도 연안에서는 잡히지 않아 어획 쿼터조차 배정받지 않았던 참다랑어(참치) 30kg짜리 성어까지 잡히기 시작했다. 반면 전어와 오징어는 사라지고 있다.

국산 열대 과일 들어봤나요? 바나나에서 애플망고까지 변천사=강원도 양구에서는 대표적인 아열대성 작물인 멜론이 재배된다. 양구산 멜론은 과채 품질평가회에서 대상을 받는 등 맛과 품질을 자랑하는 품종이다. 전남 담양이나 곡성 등에서 주로 재배되던 멜론은 한국의 온난화와 기술 발전 등으로 강원도까지 올라와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끈 지 오래다.

한발 더 나아가 열대과일도 강원도에 등장했다. 강원 삼척시 농업기술센터는 2011년부터 시작한 열대과일 재배 연구 성과를 거두고 있다. 파인애플을 비롯해 그린파파야와 망고, 용과 등을 재배해 결실을 얻었다.

열대과일의 한반도 상륙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요 열대과일 재배 면적은 106.6㏊, 재배 농가는 264호였다. 106.6㏊는 여의도 면적의 37% 규모다. 절대적인 면적 자체가 아직 크지는 않지만, 증가 속도는 매우 빠르다. 재배 면적은 2014년보다 83.7%나 늘었고, 농가 수는 51.7% 증가했다. 열대과일 생산량도 지난해 1174.1t으로 52.5% 늘었다.

농경연은 국내 소비자들의 수입 과일 수요가 늘어나고 지방자치단체 등을 중심으로 고소득 작목을 육성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속도가 붙은 데는 기후 온난화의 영향이 가장 크다. 겨울이 따뜻해지면서 겨울철 비닐하우스 내부 온도를 유지시키기 위한 난방비와 기술 등의 부담이 낮아진 것이다. 기상청은 2020년이면 한반도 남부지방이 완전히 아열대 기후로 들어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한국에 이미 들어온 열대과일들은 한반도 내에서도 북상하고 있다. 2014년에는 전체 열대과일 재배 농가 중 절반가량이 제주 농가였지만, 지난해는 제주 비율이 33.3%로 낮아졌다. 경북, 경남, 전남 등에서도 열대과일 재배가 활발해지는 추세다. 열대과일 재배 실적이 아예 없었던 대구, 부산, 전북, 충남, 충북 등에도 신규 열대과일 농가가 등장했다.

열대과일 종류가 달라지면서 한국의 대표 열대과일이었던 바나나와 파인애플은 뒤로 밀렸다. 1970∼80년대 ‘비싸서 못 먹던’ 바나나와 파인애플은 제주도에서 본격 재배하기 시작하며 국내산 생산량이 급속도로 늘었다. 그러나 90년대 우루과이 라운드 등 시장 개방으로 수입산이 값싸게 들어오면서 대부분 폐농하고 국내산 바나나는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패션프루트와 망고, 용과, 파파야 등이 등장해 시장을 대체하고 있다.

농경연은 “제주도와 경남, 전남 남부지역은 기후가 아열대화돼 큰 무리 없이 열대과일 생산이 충분히 가능해졌다”면서 “그러나 바나나 등의 선례에 비춰볼 때 아직은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가을 전어’ 대신 참치 먹어야 하나?=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가을 전어’를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대신 자리를 차지한 것은 멸치와 고등어, 오징어다. 온난화로 바다 속 어종이 대이동하면서 식탁 풍경까지 바꾼 것이다.

국립수산과학원 연근해자원과는 “80년대 한류성 어종이었던 명태나 말쥐치(쥐치류), 갈치, 정어리 개체 수가 줄었다”며 “이후 그 자리를 대신했던 고등어도 최근 들어 감소 추세”라고 설명했다. 대신 흑새치, 제비활치류 등 온대성·아열대성 어종의 출현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제주 연안에서는 일본과 동남아에서 잡히던 30㎏짜리 참다랑어(참치) 성어가 출몰하고 있다.

제주대학교 해양과학대학 정석근 교수팀은 지난해 11월 국립수산과학원제주수산연구소와 공동으로 발표한 ‘기후변화에 따른 국내 주요 수산어종의 서식지와 어장 변화 예측 결과’에서 기후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 어장이 북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어종으로 방어, 삼치, 참다랑어 등 대형 부어류와 무척추동물인 살오징어를 꼽았다.

한류성 어종은 차가운 곳을 찾아 떠나고 난류성 어종은 북쪽으로 올라오면서 생긴 현상이다. 실제 우리나라 주변 해역 수온은 68년 연평균 16.14도에서 2014년 17.32도로 1.18도 올랐다. 이는 육지로 치면 10도 이상 상승한 것과 맞먹는다.

전문가들은 수온이 1도씩 오를 때마다 물고기의 서식 환경이 크게 변한다고 했다. 수산과학원에 따르면 대표 한류 어종인 명태의 경우 81년 어획량이 16만5837t으로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감소해 지난해엔 5t에 그쳤다. 수온이 오르면서 명태의 어린 새끼인 노가리가 살기 어려운 환경이 됐기 때문이라는 게 수산과학원의 설명이다.

말쥐치도 마찬가지다. 정 교수는 “말쥐치는 80년대 대한해협과 동해 남부에서 많이 어획됐다”면서 “따뜻해진 표층수와는 반대로 동해 연안과 대한해협 저층수가 차가워지면서 서식처가 동중국해쪽으로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대신 난류성 어종인 멸치와 오징어 등은 제주와 남해를 넘어 서해와 강원도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멸치는 어획량이 20년째 20만t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2일 제주도 앞바다에선 우리나라에서 잘 잡히지 않던 30㎏ 이상의 참다랑어 성어가 무더기로 잡혔다. 어획량은 모두 합쳐 470t에 달했다. 참치의 일종인 참다랑어는 통조림으로 쓰이는 가다랑어에 비해 맛이 좋고 칼로리와 지방은 낮다. 회를 좋아하는 일본에서 인기가 많다.

그동안 치어만 잡히던 우리나라에 이렇게 큰 성어가 잡힌 것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 그러나 뜻밖의 문제가 생겼다. 일본이 해양수산부에 강력히 항의한 것이다.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WCPFC)에서 정한 태평양 참다랑어 보존 조치를 따르라는 게 일본 측 주장이었다. WCPFC는 참다랑어 보존을 위해 2002∼2004년 국가별 평균 어획실적을 기준으로 쿼터를 정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2008년 이후에야 성어의 어획 자료를 정리했기 때문에 성어에 대한 쿼터 자체를 배정받지 못했다.

수산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참다랑어 성어가 잡히는 상황이 늘어날 텐데 정부는 잡지 말라고만 한다”면서 “만약 할당량 배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눈앞의 참치 떼를 보고만 있어야 하는 상황이 계속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민영 기자, 세종=서윤경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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