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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와 축제 사이] <18> 네덜란드 튤립 축제

[축제와 축제 사이] <18> 네덜란드 튤립 축제 기사의 사진
쾨켄호프 튤립 축제
아시아의 4월이 벚꽃 세상이라면 유럽은 온통 튤립 천국이다. 그중에서도 풍차의 나라 네덜란드는 오색찬란한 튤립 꽃들이 온 도시에 펼쳐져 그야말로 꿈속에 불시착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화사하게 피어난 튤립 꽃밭에 앉아 있으면 마치 머리를 산들산들 흔들면서 단체로 웃고 있는 꼬마들의 얼굴 같아서 저절로 웃음이 난다. 줄기 하나에 달랑 한 송이만 피는데도 빛깔은 어찌 그리 곱고 매혹적인지 사방에 비단길을 깔아놓은 것 같다.

튤립이 유독 유럽인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것은 우아함에 매료된 16세기 귀족들이 부와 명예의 상징으로 튤립을 소장하면서부터다. 지금이야 대량 생산이 가능하지만 당시에는 기후에 민감한 튤립 구근을 구하기가 어려워 황소 수백 마리와 튤립을 맞바꿀 정도였다고 한다.

네덜란드에서는 지난달부터 튤립 축제가 한창이다. 대표적인 것은 리서라는 도시에서 열리는 쾨켄호프 튤립 축제인데 1949년부터 세계 최대 지역 특산품 축제로 명성이 높다. 단순히 아름다운 봄꽃 축제가 아니라 꽃 품종의 대량 생산으로 가난한 농업국가의 대표 수익원으로 발전한 지역 특산품 축제의 성공 모델이란 뜻이다. 쾨켄호프는 리서 지역의 대규모 튤립 공원을 일컫는 말로 정원과 부엌이란 단어가 합쳐진 말이다. ‘부엌의 반찬거리를 위한 텃밭’이란 의미다. 결국 쾨켄호프는 한때 이곳을 소유했던 백작 가문의 찬거리를 재배하던 텃밭에서 오늘날 네덜란드를 먹여 살리는 세계 최대의 화훼 재배 단지로 거듭난 셈이다. 모양새는 꽃 축제지만 지혜로운 농업경제의 산업전이랄까. 5월부터는 본격적인 유럽 여행 시즌이 시작된다. 굳이 축제가 아니어도 네덜란드 전역에서 아름다운 튤립 동산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우리의 벚꽃과는 사뭇 다른 유럽의 봄꽃 축제를 만나보자. 꽃으로 먹고사는 이면의 지혜도 놓치지 말고.

유경숙 (세계축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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