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윤중식] “내 잘못이에요, 미안해요” 기사의 사진
평생을 함께 살아도 도통 알 수 없는 게 부부관계다. 그래서일까. ‘결혼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는 줄어들고, “이혼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지난달 23일 발표한 ‘2015 한국의 사회지표’ 자료에 따르면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56.8%(2014년)로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2008년에는 68.0%였다. 반면 같은 기간 ‘이혼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58.6%에서 44.4%로 감소했다.

결혼과 이혼에 대한 인식은 바로 현실로 연결됐다. 2014년 혼인건수는 30만6000건으로 1990년 이후 2005년까지 급감하다가 다시 약간 증가했다. 하지만 2012부터 3년간은 다시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기간 이혼건수는 11만6000건으로 1990년 이후 2005년까지 높은 증가세를 보이다가 최근 10년간은 현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세계적인 결혼전문가 존 가트맨 박사는 3600쌍의 부부를 40년간 연구한 끝에 이혼하는 부부와 해로하는 부부의 차이를 알아냈다. 그가 밝힌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부부갈등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성격 차이 때문’이 아니다. 부부갈등은 나이 차이, 자녀 문제, 돈 씀씀이 문제, 고부갈등 때문도 아니었다. 갈등을 야기하고 증폭하는 원인은 바로 서로 주고받는 ‘말’이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갈등관리’ 역량이 최하위권이다. 이로 인한 비용만 해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27%를 지출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갈등관리 실패로 오늘날의 경제 위기를 자초한 대표적인 국가다. 반면에 독일은 투명하고 연속성 있는 ‘합의의 기술’을 통해 갈등을 사회 에너지로 전환시킨 좋은 예로 꼽힌다.

갈등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대화의 문을 닫기도 하지만 닫힌 문을 열어주기도 한다. 갈등은 부부생활에서 흔히 만나는 현실이기에 우리는 이를 선한 목적을 위해, 성장하는 과정에서 꼭 만나게 되는 것으로 여기게 된다. 그래서 갈등을 창조적으로 다룰 수 있어야 한다.

김장환 극동방송 이사장은 부인과 치약 때문에 많이 싸웠다고 한다. 김 이사장은 끄트머리에서 조금씩 짜서 쓰는데, 부인은 중간쯤 허리를 쿡 찔러서 쓰기 때문에 늘 충돌했다고 한다. 사실 치약을 아래서부터 차근차근 짜서 쓰든, 아무렇게나 눌러서 사용하든 무슨 상관인가.

단지, 보기에 다를 뿐이고 보는 사람에 따라 이렇게 했으면 좋을 텐데 하는 정도다. 김 이사장은 이 같은 생각을 나이가 든 후에 깨닫게 됐단다.

이상수 전 노동부 장관이 결혼식 주례를 할 때 빼놓지 않고 들려주는 얘기가 있다. “사랑하는 이를 만나기 전에는 두 눈을 부릅뜨고 다녀라. 그러나 웨딩마치를 울리는 순간부터는 한쪽 눈을 슬쩍 감아야 한다. 그래야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정동섭 가족관계연구소장은 ‘교회성장’ 5월호에서 “상대방이 말을 걸어올 때 대답하는 방식에는 ‘다가가는 말, 멀어지는 말, 원수가 되는 말’ 세 가지가 있다”며 “즐거워하는 자와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와 함께 울 수 있는(롬 12:15) 의사소통 기술을 부부에게 가르쳐야 한다”고 권면한다.

세계적인 기독교 사상가 C S 루이스는 ‘헤아려본 슬픔’(홍성사)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수많은 환자 중 하나였고, 아직까지 치유받지 못한 남녀들이었다”면서 “거기엔 닦아 주어야 할 눈물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박박 닦아내야 할 얼룩도 있었음을 나는 안다”고 고백했다.

미국 바이올라 대학교와 탈봇 신학교 교수로 지내면서 40년 동안 상담과 심리학을 가르치고 있는 노먼 라이트가 가정의 달을 맞아 ‘사랑의 열쇠’(사랑플러스)를 펴냈다. 이 책에는 부부관계 치유와 성장을 위한 마법의 문장들이 들어있다. “내 잘못이에요, 당신이 옳아요, 미안해요, 당신을 용서해요, 나를 용서해주세요, 사랑해요, 고마워요.”

윤중식 종교기획부 부장 yun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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