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 기밀해제 문서 단독 입수 <1>] “전두환에 불만 군부 세력, 美에 ‘逆쿠데타’ 지원 요청” 기사의 사진
기존에 나온 전두환 축출설의 중심에는 윌리엄 글라이스틴(사진)전 주한 미국대사가 있다. 그는 1978년 6월부터 1981년 7월까지 한국에서 대사를 지냈다.

80년 2월 4일 데이비드 에런 국가안보 부보좌관이 지미 카터 대통령에게 전한 백악관 일일 보고(Daily Report)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글라이스틴 대사에 따르면 12월 12일과 13일 사이에 있었던 사건(12·12사건)보다 훨씬 더 심각한 한국 군부 내부의 폭발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 장교들이 12월 사건에 대해 격분하고 있으며 그 책임자들을 겨냥한 보복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다.’ 여기서 ‘그 책임자들’은 12·12사건을 주도한 전두환 노태우 등이다.

이 내용은 글라이스틴 전 대사의 회고록 ‘알려지지 않은 역사’에도 실려 있다. 그는 79년 12·12사건 이후 전두환에게 불만을 가진 일부 군부 세력이 80년 1월 말 나를 찾아와 ‘역(逆)쿠데타’를 모의하고 있으니 미국이 지원해 달라는 요청을 한 적이 있으나 이를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미심장한 문장을 남겼다. 역쿠데타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전하려고 했을 때 ‘워싱턴에서는 예상외로 단안을 주저했다. 이유 중 하나는 미국 주도에 의한 전두환 제거를 모색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썼다.

일단 글라이스틴 전 대사가 밝힌 ‘역쿠데타’ 모의는 시기와 주체, 방법 등에서 CIA의 전두환 축출 계획과 전혀 다르다.

그는 ‘미국 주도의 전두환 제거’를 어떤 기관이, 어떻게 준비했는지에 대해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다. 더 이상 설명하지 않은 이유는 두 가지다. 알고도 안 썼거나 몰라서 못 쓴 경우 말고는 없다.

첫째, 그가 업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두환 축출 계획이 세상에 알려지면 한·미 관계에 예상치 못한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했을 가능성도 있다.

둘째, 그는 회고록에서 ‘워싱턴은 내가 전두환의 대리인이라도 되는 듯 나를 애먹이는 경우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결국은 나를 지원했다’고 고백했다. CIA와 백악관이 ‘전두환의 대리인’으로도 비쳤던 그에게 전두환 축출이라는 엄청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 현대사의 많은 비밀을 간직했던 글라이스틴 전 대사는 2002년 12월 숨졌다.

블루밍턴(미국 인디애나)=하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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