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 어버이연합의 ‘자금줄’ 의혹을 받고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미국 상원에 지난 10년간 총 394만 달러(약 44억원)를 로비 자금으로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로비 내용이 회원 기업의 이익을 넘어 정부가 역점을 두는 사안이어서 적절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1일 미 상원의 로비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전경련은 지난 20일 두버스타인 그룹을 통해 10만 달러(약 1억1500만원)를 미 상원에 로비자금으로 제공했다. 로비 명목은 한국인 전문직 취업비자(Professional Visas for South Korea) 쿼터 확대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내용이다. 전경련은 같은 내용으로 2012년 7월부터 매분기 10만 달러를 상원에 지급해 왔다.

해당 사안은 박근혜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미국 측에 강하게 요구해왔던 것으로 지난해 6월 조지 아이잭슨 상원의원이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전문직 인력에 취업비자를 연간 1만5000개 내주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Partner with Korea Act·S1547)을 발의해 상원에 계류 중이다. 하원에도 같은 내용의 법안이 계류돼 있다.

전경련은 노무현정부 당시인 2006년 11월 미 상원에 로비기관으로 등록했으며 다음해인 2007년 2월부터 2012년까지 한·미 FTA 통과를 위해 234만 달러의 로비자금을 썼다. 미국의 경우 로비가 합법화돼 있으며, 우리나라의 전경련과 유사한 일본의 게이단렌도 미 의회를 상대로 자국 기업의 이해관계에 얽힌 사안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로비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의 회비로 운영되는 전경련이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안까지 돈을 대고 로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전문직 비자쿼터 확대라는 정부 정책이 기업 이익과 직접적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경실련 권오인 경제정책팀장은 “전경련과 정부 간 유착이 심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정현수 최예슬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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