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원윤희] 소중한 가족관계는 노력의 산물이다 기사의 사진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등이 빼곡하게 달력을 채우고 있다. 자녀들에게 기억에 남을 이벤트를 만들어주어야 하고 동시에 부모님께 섭섭지 않은 선물을 준비하면서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도 있지만, 가족과 가정의 의미를 되새기고 주위의 인간관계를 돌이켜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주는 달이다. 인간의 삶 속에서 가족과 가정이 주는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가훈 중 하나가 가정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다 잘 이뤄진다는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며, 오늘날 초강대국으로서의 미국이 있게 한 아메리칸 드림의 핵심도 가족의 중요성이다.

이와 같이 가족은 우리 삶에 있어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지만 가족을 둘러싼 여러 관계가 잘못 꼬이고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 그 폐해들은 더욱 파괴적이다. 갖가지 형태의 가정폭력과 아동학대 등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 미디어에서 다루어지는 어두운 사건들을 접해야 하는 현실은 그만큼 가족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갈등들이 심각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부정적인 가족관계에서 파생되는 불행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문학작품의 단골 소재인 것은 엄연한 현실의 반영인 셈이다. 한 예로, 인간의 본성을 다룬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은 모두 심각한 가정폭력과 갈등을 핵심 소재로 다루고 있다. 왕권을 차지하기 위해 친형을 살해한 동생과, 그에 대한 복수로 삼촌을 죽여야 하는 것이 햄릿의 운명이다. 모든 재산을 물려받은 딸들이 아버지를 잔인하게 학대함으로써 리어왕은 비통한 후회와 죽음을 맞게 된다. 부하의 거짓말에 현혹되어 질투심에 불타올라 무고한 아내를 죽이는 오셀로의 이야기와 함께 차마 왕을 죽이지 못하고 망설이는 남편 맥베스에게 맘만 먹으면 자신의 젖을 빨고 있는 갓난아기의 머리를 부숴 죽일 수도 있다고 호언하는 아내 등 파괴적인 가족관계를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톨스토이의 작품인 ‘안네 카레리나’는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라는 유명한 문장으로 시작한다. 행복한 집안은 가족 구성원들의 건강이나 부유함 등과 같은 행복의 조건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지만 불행한 집안은 제각기 다른 문제들 때문에 고통 받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실제로 주위를 둘러보면 행복한 가정들 못지않게 여러 가지 다양한 이유로 인해 불행한 가정도 많다.

하버드대생들과 보스턴의 어려운 지역 젊은이들을 선별하여 그들의 삶을 70여년 이상 추적 조사한 ‘그랜트 연구’는 “과연 인간의 행복한 삶에 공식이 있다면 무엇일까”를 찾아내는 것이 목적이었다. 몇 년 전 발표된 연구 결과는 인간이 행복하기 위한 공식을 일곱 가지 정도로 요약하고 있는데, 첫 번째가 어려움에 대응하는 성숙한 자세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따라서 젊은 세대에게 화목한 가정을 꾸려야 한다는 취지의 추상적이고 이상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 오히려 가족 구성원들 사이에서 갈등이 발생했을 때 이를 적극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외부 도움을 구할 수 있는 객관적 판단력과 행동력 등을 학교 혹은 사회에서 구체적으로 학습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이들을 지켜낼 수 있는 효율적인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정부의 중요한 임무임을 강조하고 싶다.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의 소중함과 나를 있게 해준 모든 분들에 게 감사의 마음을 되새기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동시에 그 소중한 가족관계도 당연히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물심양면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여 쌓아올린 결과물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원윤희 서울시립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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