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신성환] 핀테크 혁명의 성공 조건 기사의 사진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 원장
최근에 불고 있는 핀테크 혁명은 기본적인 금융산업 구도, 참여자 및 전달 방식 전반에 걸쳐 질적인 변화를 수반하고 있다. 과거의 금융 인프라를 뛰어넘어 크라우드펀딩과 P2P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는 현실은 소리 없는 혁명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우리가 무작정 이러한 핀테크 혁명을 환영하기는 어렵다. 기존 금융체제의 와해와 혼란이 불가피한 데다 혁신 주체들에 대한 신뢰 기반이나 미래가 여전히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금융의 핵심인 시장의 신뢰를 얻어가려면 미래의 서비스는 공급자 중심이 아닌 고객 중심형 서비스로 구체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시장에 출현하는 서비스는 대부분 검증을 거치지 않은 실험단계에 불과하다. 향후 핀테크가 고객과 소비자의 혜택을 높이고 금융 안정을 지켜주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주려면 몇 가지 중요한 요건이 갖추어져야 한다.

첫째, 핀테크는 기존 금융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는 데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기존 제도권 금융에서 접근하기 어려웠던 금융배제 영역에 데이터 기반 기술로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핀테크 혁명의 주체는 민간과 시장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역설적이지만 기득권의 참여와 협조, 그리고 개방적인 리더십이 가장 중요한 성공 요소다. 정부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정착과 새로운 주역의 출현을 돕기 위해 민간 스스로 창의적 혁신에 나설 수 있는 여건 조성에 주력해야 한다. 셋째, 기존의 칸막이 식 법과 규제는 핀테크 변화를 수용할 수 있도록 진화해야 한다. 현재의 열거주의 방식 규제는 융합과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진화하는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포용하기 어렵다. 특히 사회적 공감대라는 새로운 검증 방식을 수용할 수 있는 법적 틀이 준비되어야 한다. 넷째, 단기 성과보다 장기적 안목으로 생태계적 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뿌리 없는 단기적 성과에 매달릴 경우 우리는 진정한 변화에 필요한 생태계적 준비를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금융이 규제 산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법과 규제의 틀 안에서 새로운 서비스가 녹여져야 비로소 시장에서 뿌리내릴 수 있다.

최근 미국과 영국이 주도하고 있는 R3 컨소시엄은 블록체인 기술을 금융 시스템에 접목시키기 위한 협의체인데 머잖아 금융업계의 중요한 플랫폼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실질적으로 오랜 기간에 걸쳐 주도면밀하게 준비해 왔으며 그 결과 현재는 미래혁신에 필요한 법적·사회적 인프라를 이미 구축한 상태이다. 이처럼 선진국에서는 싱크탱크와 시장 참여자들이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미래 생존의 길을 모색하며 미래의 금융 패러다임이 다져지고 있다.

우리는 어떤가? 금융회사들끼리 새로운 기술 기반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자발적 시도는 아직 소극적이고 절충적인 차원에 머물러 있다. 과거의 패러다임에 눌려 미래를 꿈꾸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칸막이 식으로 앞만 보고 달려온 경쟁 환경의 생태계에서 개방과 협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도모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이것이 가능하다면 전례 없는 개발 경험을 축적한 우리나라가 새로운 금융 생태계의 세계적 표준을 제시할 역량이 있다고 믿는다. 국경을 넘어서 우리의 저력을 펼쳐보이겠다는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자세를 시장 참여자들이 견지한다면 앞에서 열거한 필수요건들은 일거에 충족될 것이다. 정부도 새로운 금융 생태계 조성자로서 개방형 플랫폼을 구축하는 모든 노력에 대해 금융 및 세제 수단을 총동원해 적극 지원해주길 간절히 바란다.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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