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이 있는 교육 <하>] ‘세계 최장’ 공부시간… 지친 다음세대에게 안식을 주어라

<하> 다음세대 위해 교회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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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경기도 수원 원천침례교회가 교회학교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안식 캠프’에서 학생들이 팔찌 만들기를 하고 있다. 원천침례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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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야, 쉬었다 가자!’ 3일 교육·시민단체들이 ‘학원 휴일휴무제 법제화 운동’을 출범시키며 내건 슬로건이다. 학생들이 하루 12시간, 주당 70∼80시간이란 살인적 공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루의 자유’를 선사하고, 일요일 하루만이라도 학원을 쉬게 해 공부와 쉼의 균형을 회복하자는 취지다. 대형마트도 격주로 쉬고, 국가시험도 주일 실시가 폐지됐다는 점에서 학원 휴일휴무제 법제화는 사회적 합의만 있으면 얼마든지 실현 가능하다. 지역 교회들도 ‘참된 안식’을 위해 학원 휴일휴무제 법제화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학생·학부모도 일요일에 쉬고 싶다=좋은교사운동이 2014년 전국 초중고 학생 645명과 학부모 44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생 85%(525명)가 ‘일요일 학원 휴무 법안 추진’에 찬성했다. 학부모는 95%(399명)가 찬성했다.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학생보다 학부모 찬성률이 높은 이유는 우리 아이 혼자 학원을 그만두는 것은 불안하지만 모두 함께한다면 찬성한다는 의미”라며 “지금은 사회 전체적으로 휴식과 여가의 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크다. 쉼이 있는 교육은 시대적 요청”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모든 학원들이 일요일 영업을 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7월 좋은교사운동이 조사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서울 지역 학원의 30%가 일요일에 영업을 하고 있었다. 학원 밀집 지역인 대치동(수학 학원)은 36%로 약간 높았다.

학원들이 일요일 영업을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학원 자유화 이후 경쟁이 과열되면서부터다. 동네학원까지 시험대비 보충 등을 이유로 일요일에 문을 열기 시작했다. 그러자 강사들이 주말까지 불려 다니며 혹사당했고 학원연합회는 일요일엔 무조건 쉬자고 합의를 했다. 그러나 소수 학원들이 이를 위반하면서 경쟁에 불이 붙은 것이다.

서울의 유명 학원 강사인 김모(40)씨는 “학원들은 일요일에 수업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모자란 공부를 주말에 보충해 주던 것을 지금은 아예 ‘주말반’이라는 정규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운영한다”고 말했다.

◇다음세대 위해 교회가 나선다=학원들은 이처럼 과열 경쟁의 악순환에 빠져들어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제 학원들의 자율적 결의만으로는 쉼이 있는 교육을 추진할 수 없는 상황이다. 법적 규제가 그래서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법제화의 길은 험난하다. 우선 학원 휴일휴무제를 법으로 정하면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반발이 나온다.

김 공동대표는 “학원들의 휴일 영업을 규제하는 것은 학생의 학습권을 제한하는 게 아니라 학생을 과열경쟁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라며 “학생들은 휴일에도 학원에 나감으로써 학원들의 영업 경쟁에 피해자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학원 업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7월 29일에는 학원 휴일휴무제 입법 발의를 위한 토론회가 예정돼 있었으나 학원 측의 압력으로 아예 열리지도 못했다. 학원심야영업금지조례에 따라 밤 10시까지로 제한된 영업시간을 11시나 12시까지 연장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학부모들의 인식 전환도 시급하다. 학부모들은 학원에 큰 기대를 하기보다 자녀들이 집에서 빈둥거리며 게임을 하는 것보다 학원에 보내는 게 안심이 된다는 심리가 크다. 교육 전문가들은 일요일에 학원을 보내지 않고 생기는 여유를 선용하기 위해서는 가정과 교회, 지역사회 등이 다양한 대안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런 가운데 지역교회들이 쉼이 있는 교육을 위한 공론화에 나서고 있다. 수원시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고명진 목사)는 6일로 예정돼 있는 회의에서 쉼이 있는 교육 정착을 위한 교회의 역할에 대해 논의한다.

고명진 목사는 4일 국민일보와 전화통화에서 “다음세대에게 쉼을 줘야 한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없다”며 “학원이 주일에 쉬려면 제도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한 입법 활동을 펼치려 한다”고 말했다. 연합회는 우선 수원 지역의 교회를 대상으로 캠페인을 벌이고 경기도 내 교회들과도 협력할 방침이다.

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는 “안식일은 종교적 의식이 아니라 인간에게 꼭 필요한 제도”라며 “학원 관계자도 하루 쉬는 걸 원할 것이다. 국가는 국민들이 덜 경쟁적으로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상목 양민경 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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