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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와 축제 사이] <19> 인어공주의 새 집

[축제와 축제 사이] <19> 인어공주의 새 집 기사의 사진
코펜하겐 인어공주 동상
세계의 3대 허무 관광지, 유럽의 3대 썰렁 관광지라는 불명예를 동시에 안고 있는 두 주인공이 있다. 하나는 벨기에 브뤼셀의 오줌싸개 동상이고, 다른 하나는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인어공주 동상이다. 좁은 골목 끝에 존재감 없이 서 있는 오줌싸개 동상의 허무함은 두말할 것도 없고 코펜하겐 항구에서 우울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초라한 인어 동상을 만나는 순간 “설마 저거 보려고 우리 여기까지 온 거야?”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신기한 건 그토록 실망스러운 인어공주의 실체라도 직접 확인하고 싶어하는 여행객의 심리다. 동상을 직접 보면 하나같이 실망한다는 걸 알면서도 동화 속 주인공을 그렇게라도 만나고 싶어 연간 150만명 이상이 랑겔리니 공원을 찾는다.

그 인어공주가 요즘 서울에서 새 집을 찾고 있다. 2014년 서울시와 코펜하겐시가 도시를 대표하는 상징물의 조형물을 교환하는 데 합의하면서 인어공주 동상을 서울에 유치하는 사업이 시작됐다. 동상을 세우기 적합한 도심공원들이 검토되고 있고 각국 동화를 망라한 동화공원 조성 사업도 함께 진행 중인데 무엇보다 인어공주가 강북으로 가야 할지, 강변으로 가야 할지 의견이 무성하다.

각계각층의 의견을 모아 현명하게 해결할 일이겠으나, 분명한 건 인어공주가 가장 돋보일 수 있는 장소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이후의 공간디자인도 힘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2년 전 화제를 모았던 러버덕이 호수가 아닌 북서울숲에 나타났다면 과연 그렇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을까. 조가비 모양의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가 수변이 아닌 내륙에 있었어도 그렇게 유명세를 탔을까. 인어공주의 새 집 찾기도 공간과의 조화가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아무쪼록 서울의 새 친구가 될 인어공주가 빨리 이사 왔으면 좋겠다. 인어공주의 집들이 파티엔 어떤 밥상이 차려질까. 유경숙 (세계축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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