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송세영] 왜 ‘쉼이 있는 교육’인가 기사의 사진
오는 7월이면 주5일 근무제가 20인 미만 사업장까지 전면 실시된 지 5주년을 맞는다. 지금은 당연하게 여기지만 주5일 근무제가 자리를 잡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정부가 노사정위원회를 구성, 주5일 근무를 통한 근로시간 단축을 본격 논의하기 시작한 것은 1998년 2월이었다. 찬반양론이 격렬하게 맞서 2004년 7월 일부 대기업부터 단계적으로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될 때까지는 무려 6년5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찬성론자들은 세계 최장 노동시간과 낮은 생산성, 삶의 질 저하, 내수 및 서비스시장 취약 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주5일 근무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대론자들이 들고 나온 것은 ‘시기상조론’이었다. 기업들의 국제경쟁력이 취약한데 임금을 그대로 두고 근로시간만 줄이면 외환위기로 어려운 경제가 더 어려워진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반대론자들이 무색하게 주5일 근무제 도입 후 한국경제는 외환위기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창의성이 중요한 인터넷 문화 디자인 게임 등의 산업이 발전했고, 전자 반도체 자동차 등의 제조업체들도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제는 주5일 근무도 모자라 설이나 추석, 어린이날이 다른 공휴일과 겹치면 대체휴일을 실시하고 징검다리 휴일이면 임시공휴일까지 만들어 더 쉬도록 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럽 선진국들처럼 주4일제나 4.5일제를 도입하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1주일에 이틀이나 쉬는 건 너무 많다고 했다가는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받기 십상이다.

이율배반적인 것은 주5일 근무도 길다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는 주7일 쉼 없는 교육을 강요하고 있다는 점이다. 입장을 바꿔보자. 아침 8시까지 회사에 출근해서 밤 10시까지 일한다. 집에 와서도 쉬지 못하고 새벽 1시까지 내일 업무 준비를 해야 한다. 이런 일상이 주7일 동안 쉼 없이 계속된다. 몇이나 이런 생활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가만히 앉아서 한다고 공부가 쉬운 건 아니다. 상당한 정신적 육체적 에너지가 소모된다. 주7일 쉼 없는 교육을 강요하는 것은 가혹행위이자 학대이고 인권탄압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쉼 있는 교육이 학습에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는 많다. 쉼은 자율성과 창의성을 함양하는 데도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웃음과 행복을 돌려줄 수 있다. 청소년기에 행복했던 경험은 살아가면서 부닥칠 수 있는 역경과 고난을 이겨낼 수 있는 정신적 자산이다. 선진국 대학들이 학업성적에만 의존하지 않고 스포츠 취미 봉사활동 등 다양한 경험을 신입생 선발에 반영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학부모들도, 학원경영자들도, 교육정책 입안자들도 이를 안다. 그럼에도 학원들은 불법 심야영업에다 주말까지 영업경쟁을 벌이고 학부모들은 못이기는 척 따라간다. 더 심각한 것은 주7일 쉼 없는 교육은 중학생과 초등학생까지 무서운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일보는 이 나라의 미래인 우리 아이들에게 쉼을 되찾아주기 위해 ‘쉼 있는 교육’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핵심은 학원 휴일휴무제의 입법화다. 학생의 선택권이나 학원의 영업권을 침해한다는 반대도 있었고 뜻은 좋지만 실현 불가능할 것이라는 비관론도 나왔다. 하지만 고무적인 것은 쉼 있는 교육의 취지에 공감하는 교회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동기가 학생 전도에 유리할 것이라는 1차원적 사고가 아니라 안식 즉 쉼이 인간다운 삶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라는 점도 다행스럽다.

대형마트 휴무제나 학원 심야영업금지 조례에서 볼 수 있듯이 학원 휴일휴무제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더 많은 교회가 힘을 모으고 뜻을 함께하는 더 많은 이들이 동참한다면 쉼 있는 교육도 주5일 근무처럼 당연하게 여겨지는 날이 올 것이다.

송세영 종교부장 sysoh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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