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인의를 찾아서-(62) 고대 안암병원 대장암수술센터] 난치성 대장·직장암 전문 ‘특성화 센터’ 기사의 사진
고대 안암병원 대장암수술센터의 주요 의료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대장항문외과 이지수·정태영 전공의, 곽정면·김선한·김진(센터장) 교수, 이선화 전공의, 강동우·양인수 교수. 곽경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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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치성 대장·직장암 수술 전문기관’이라는 평가를 받는 병원이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대장암수술센터를 운영하는 고대 안암병원(병원장 이기형·소아청소년과 교수)이다.

이 병원은 정확하고 신속한 진료와 개인 맞춤형 의료 시스템을 통해 수술이 필요한 대장·직장암 환자의 편의를 최대한 보장해주기 위해 2014년 7월부터 대장암수술센터(센터장 김진·대장항문외과 교수)를 운영 중이다. 특정 질환에 대한 센터 또는 특수클리닉 형식의 진료소를 운영하는 병원은 많다. 하지만 장 수술만을 위한 특성화센터를 일반 소화기병센터와 따로 분리해 운영하기는 고대 안암병원이 처음이다.

고대 안암병원 대장암수술센터는 경직장 초음파, 비디오항문내시경 등 대장·직장암 진단 및 치료에 필요한 전문 의료기기를 모두 갖췄다. 진료실과 검사실 뿐 아니라 화장실, 탈의실 등 대장·직장·항문질환 환자의 사생활 보호에 꼭 필요한 개인 시설도 구비하고 있다.

한국 남성의 대장암 발병률은 현재 아시아 1위, 세계 4위로 극히 위험한 수위다. 국제암연구소 보고에 따르면 2008년 기준 한국 남성의 대장암 발병률은 10만명당 46.92명이다. 슬로바키아(60.62명)와 헝가리(56.39명), 체코(54.39명) 다음으로 높다. 아시아 국가 중에선 가장 높은 수치다. 세계 18위 일본(41.66명)은 물론 대표적 대장암 위험 국가로 꼽히는 미국(34.12명·28위), 캐나다(45.40명·9위), 영국(37.28명·26위), 독일(45.20명·10위) 등보다도 높다.

여성도 10만명당 25.64명의 발병률로 조사대상 184개국 중 19위에 올라 있다. 이 역시 영국(25,28명·20위), 미국(25.03명·21위), 일본(22.78명·30위) 등 주요 선진국보다 높은 수치다. 의료계는 2030년 무렵 지금 수준의 두 배까지 대장암 발병률이 상승할 것으로 추정한다. 개인은 물론 국가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인 대장암 예방과 치료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재발성 직장암 환자들의 5년 평균 생존율은 세계적으로 20∼40%로 병원마다 편차가 크다. 고대 안암병원 대장암수술센터에선 이 역시 최근 5년간 평균 생존율이 40%로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다.

이 센터는 또한 직장암 수술 후 항문기능을 상실해 복벽에 인공항문(장루)을 만들어주는 비율이 5%에 불과하다. 직장에 생긴 암을 도려낼 때 가능한 항문기능을 살려놓는 항문보존 괄약근간절제술을 시행해 수술 후 삶의 질이 일반인과 별반 차이가 없도록 의료진이 힘쓰는 덕분이다.

최근 들어 고대 안암병원 대장암수술센터를 찾아 진료를 받는 대장·직장암 환자는 연간 5000여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약 45%가 암 절제 시 항문보존이 힘들어 자칫 인공장루를 만들어야 할지도 모를 직장암 환자들이다.

고대 안암병원 대장암수술센터의 개복수술과 복강경수술 비율은 2%대 98%다.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거의 모든 수술이 복강경 수술로 진행된다는 얘기다. 직장암과 같이 수술범위가 좁아 여러 사람이 동시에 들여다보기가 어렵고, 외과적으로 보다 정교한 처치가 필요하다 판단될 때는 로봇을 활용하기도 한다.

고대 안암병원 대장암수술센터는 김선한(58) 교수를 필두로 김진(47·센터장), 곽정면(44), 백세진(37) 교수 등 4명의 교수진이 이끌고 있다. 이들은 대장암환우회 ‘장사랑회’를 결성해 수술 및 투병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는 마당을 조성하는 등 유대를 강화하려는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환자와 병원, 환자와 의사의 관계가 암 수술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암을 이기고 극복하는 제2의 삶으로 이어진다고 굳게 믿는 까닭이다.

◆ 김진 센터장은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라벌고교를 거쳐 95년 고대 의대를 졸업했다. 95년 3월부터 2000년 2월까지 고대 안암병원에서 인턴 및 전공의 과정을 마쳤다. 98년 석사학위, 2003년 박사학위를 각각 고대 의대 대학원에서 취득했다.

고대 안암병원 외과 전임의 및 조교수와 부교수(2003∼2009년)를 거쳐 현재 외과 교수 겸 대장암수술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다. 대한내시경복강경외과학회 학술위원(2008년∼현재), 대한대장항문외과학회 학술위원회 상임이사(2013년∼현재), 대한소화기학회 학술위원(2014년∼현재) 및 외과대사영양학회 학술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0년 3월 세계 의학계에 재발성 직장암 치료 전문병원으로 명성이 높은 ‘로얄 프린스 알프레드 병원’(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외과를 방문해 2011년 2월까지 1년간 재발성 직장암 치료법을 집중 탐구하고 돌아왔다.

지금까지 ‘한국인 대장암 환자의 생존율에 영향을 미치는 예후인자들’과 ‘복강경 결·직장암 수술 후 조기 항암치료의 안전성에 관한 비교 연구’ 등 연구논문 30여편을 국내외 학술지에 발표했다. 고교시절 제2 외국어로 접한 일본어를 혼자서 공부하며 2년여에 걸쳐 일본인 의사가 지은 ‘대장암 수술술기’란 제목의 전문 의학서적을 번역해 출간하기도 했다.

김 교수의 롤(역할)모델은 고교와 의대의 직계 선배인 김선한(58·고대안암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와 전공의 수련 시 최고참이었던 김남열(49·고대구로병원 중환자의학과) 교수다. 김 교수는 9일 “대장암 환자들을 대할 때 늘 진지하고, 빈틈이 없으면서도 후배들에겐 소탈한 모습이 보기 좋아 닮으려 많이 애썼다”고 말했다.

“은퇴 후 기회가 닿는다면 비정부기구(NGO) ‘국경없는 의사회’의 한국 멤버로 봉사하는 김남열 교수처럼 외과적 처치를 필요로 하는 지구촌 불우 환자들을 돌보며 여생을 보내고 싶다.” 김 교수의 바람이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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