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류길재] 7차 당대회의 진짜 메시지 기사의 사진
조선노동당 7차 당 대회를 통해 공개된 북한의 메시지는 전혀 새롭지 않다. 핵·경제 병진노선과 핵보유국 지위 고수 의지를 재천명했고, ‘세계 비핵화’에 노력하며 ‘핵 전파 방지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했지만, 과거 북한이 누차 밝힌 바 있는 내용의 반복이다. 핵보유국으로서 미국 등과 대등한 입장에서 전 세계 비핵화를 주도하겠다는 오만함조차 새로운 것이 아니다.

대남 군사회담 제안이나 ‘조국통일 3대 헌장’ 언급도 흘러간 유행가를 듣는 듯하다. ‘경제발전 5개년 전략’이란 표현은 얼핏 새로워 보이지만, 그 내용 역시 식상할 뿐만 아니라 비현실적이다. 예컨대 4차 핵실험으로 강력한 유엔 제재를 받고 있고, 중·러 등 우방국도 적극 동참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외경제관계 확대를 언급하고 있으니 핵 우선 전략을 폐기라도 하겠다는 것인지 어리둥절할 뿐이다. 당 규약 개정과 지도기관 인선 등이 예정되어 있으니 ‘혹시나’ 새로움을 보여줄 기회는 남아 있지만, 지금까지로 봐서는 ‘역시나’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일각의 예상대로 당 규약에 핵보유국이 명기된다고 하더라도, 김정은의 직함을 무슨 위원장으로 한다고 하더라도, 김여정이 지도부에 지명된다고 하더라도 이번 당 대회는 ‘우리에게 그 어떤 변화도 기대하지 마라’는 의미 외에는 찾아볼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러면 이번 당 대회가 갖는 진짜 의미는 무엇일까. 필자의 견해로는 당 대회를 36년 만에 개최했다는 사실 자체에 있다고 보인다. 당 대회는 모든 공산주의 국가들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행사이다. 비록 사전에 치밀하게 각본을 짜서 개최하지만 이 대회를 통해 공산당 지도부의 업적과 미래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당원과 인민들의 지지와 정당성을 끌어내는 계기로 삼는다. 또한 중앙위원회 등 당의 주요 기구에 대한 인사를 실시하고, 당의 헌법인 규약을 개정한다. 당의 사무가 철저하게 비밀에 싸여 있는 공산당의 활동과 생각을 보여주는 흔치 않은 계기인 셈이다.

그러나 북한은 공산주의를 표방하면서도 당 대회를 개최하지 않았다. 당 대회 사이에 당의 사무를 결정하는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조차도 1993년 6기 21차 전원회의를 끝으로 정례적인 회의를 하지 않았다. 김정은이 등장하고 나서 당의 회의체들이 다시 정상 가동되는 것처럼 보인다. 당 대회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시급한 사안을 결정할 때 개최하는 당 대표자회의 경우 1966년 2차 회의가 개최된 지 44년 만인 2010년에 3차 회의가 개최된 데 이어 2012년에 4차 회의까지 개최되었다.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도 개최되고 있다. 말하자면 2010년 이후 노동당은 다시 정상적인 공산당으로서의 활동을 재개한 것처럼 보인다.

당의 정상화를 통해 김정은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심산인 것이다. 김정일 시대가 선군의 시대였다면 김정은 시대는 정상적인 당-국가 체제로의 복원이라는 이미지를 갖추겠다는 것이다. 후계자로서의 경험이 짧은 김정은으로서는 자신의 정권이 지극히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등장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김정일 사후 북한을 통치해 온 김정은이 지난 5년 동안 벌였던 정책들도 이번 당 대회를 통해 당의 노선으로 정립되는 것이며, 앞으로도 지금까지와 같은 방향으로 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로 미뤄볼 때 이번 당 대회의 메시지는 한마디로 ‘북의 변화를 기대하지 마라’는 것이 된다. 외양은 정상화되어 당의 집체적 결정구조가 작동할 수 있는 듯 보이지만, 내용은 김정은의 개인적 퍼스낼리티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북한이 공식화되는 메시지도 덧붙일 수 있겠다. 헌 술을 새 부대에 담았으니, 앞으로 새 부대가 어찌 될지 염려스럽다.

류길재(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전 통일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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