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朴 “美 오판으로 전쟁 발발 땐 엄청난 대가 치를 것” 기사의 사진
1979년 6월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 방한 공식 환영행사. 왼쪽부터 영애 박근혜(현 대통령), 카터 대통령, 박정희 대통령, 로절린 여사(카터 대통령 부인). 문화체육관광부 ‘대한민국 정부 기록 사진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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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지미 카터 최악의 정상회담 대화 내용

최악의 한·미 정상회담이었다. 당시 확대정상회담에 배석했던 리처드 홀브룩 국무부 차관보는 훗날 “동맹국 정상 간의 회담이라고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했다”고 말했다.

박정희·카터, 서로 “네 탓” 거친 설전

박정희 대통령과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은 1979년 6월 30일 청와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가졌다. 의제는 주한미군 철수 문제, 남한의 인권 문제, 당시 북한의 군사력 우위, 남한의 핵무기 개발 의도 등 하나같이 민감한 내용들이었다. 두 정상은 상대방에게 책임을 돌렸다.

회담은 양국 장관들과 청와대·백악관 참모들이 배석한 확대정상회담과 이후 두 대통령이 회의 정리를 위해 각각 1명만 대동한 채 진행한 단독정상회담 형식으로 열렸다. 회담은 오전 11시에 시작돼 2시간30분이 지난 오후 1시30분에 모두 끝났다.

당시 백악관은 7월 3일 확대회담 회의록을, 7월 5일에는 단독회담 회의록을 각각 작성했다. 국민일보는 두 건의 백악관 기밀해제 문서를 모두 입수했다. 회의록의 주요 내용을 요약했다.

확대정상회담(오전 11시∼낮 12시20분)

박 대통령: 한국 국민과 정부를 대표해 지미 카터 대통령 내외분의 방문에 진심어린 환영의 뜻을 전합니다.

최근 우리는 북한이 군사력을 크게 증강시킨 것을 확인했습니다. 북한 공산당은 땅굴을 파고 있습니다. 그들의 의도는 분명합니다. 기습공격을 감행하는 것입니다. 귀순자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 정예 특공대인 특수 8군단이 특수훈련을 받고 있으며 서울지역, 특히 청와대 주변을 능숙하게 익히고 있다고 합니다. 10여년 전인 1968년 1월 북한은 바로 이 건물(청와대)을 습격하기 위해 31명의 특공대원을 파견했습니다.

당신이 주한미군 철수 정책을 채택한 1977년 이후 많은 변화들이 있었습니다. 북한의 군사력은 크게 강화됐고 아시아에서 소련의 군사 능력은 매우 증강됐습니다.

공산주의자들이 군사력을 증강시킬 때 미군이 주둔 병력을 감축하거나 철수한다면 미국의 많은 우방들은 실망감과 불안감을 갖게 될 것입니다. 동시에 적들은 이 지역에 대한 안보 공약을 지키겠다는 미국의 의도를 오판할 수 있습니다. 주한미군은 한국뿐만 아니라 모든 자유세계의 안보와 안정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미국이 전쟁이 발발한 뒤 도움을 주기 위해 오는 것보다 전쟁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기를 원합니다. 만약 오판의 결과로 전쟁이 발발한다면 미국의 군사적, 정치적 비용은 막대할 것입니다. 희생은 엄청날 것입니다. 희생을 방지하기 위한 방법은 지금 한국에 주둔하는 병력 수준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대통령 각하께 강력히 요구할 기회를 주십시오. 그것은 한반도의 긴장이 완화됐을 때까지 미군 지상병력 철수를 중단하는 것입니다.

대통령께서 질문이 있으시면 기쁜 마음으로 답변해드리겠습니다.

카터 대통령: 저는 아무 질문이 없고 몇 마디 코멘트를 하겠습니다.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중요성을 매우 잘 인식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지역에서나 유럽, 그리고 세계 어느 지역에서 군사적 균형이 미국으로부터 소련으로 넘어가는 어떠한 변화도 감지하거나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본,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뉴질랜드, 호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등 다른 나라들은 자기 국가를 지키기 위해 굳건한 행동들을 하고 있습니다.

비록 북한은 상대적으로 작은 국가이며 작은 경제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나 지난 2년 동안 군사력을 극적으로 증가시켰습니다. 이런 변화는 우리에게 충격을 안겼습니다.

우리는 대략 4만명의 병력을 한국에 주둔시키고 있으며 이는 남한 전체 병력의 약 5%에 해당합니다. 우리는 한국 병력의 0.5%에 해당하는 약 3000명(정확히는 3400여명)의 병력 감축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미래 안보와 이 적은 수의 병력을 동일시하는 것은 정확한 평가가 아닙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언론과 미국에서 한국정부의 이미지가 훼손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슬프고 안타깝습니다. 저는 미국 국민들이 존경심을 갖고 한국을 바라보게 만드는 몇몇 조치들을 취하는 방안에 대해 조용히 당신과 토론하고 싶습니다.

저는 당신이 핵 발전의 미래에 대해 약간의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저는 핵 원료의 향후 공급에 대한 당신의 관심이 줄어들기를 희망합니다.

박 대통령: 우리는 당신 정부와 충분한 사전협의를 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우리의 우려들을 당신에게 전달했으며 이를 이해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카터 대통령: 제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당신은 핵무기에 대해 말씀하신 겁니까?

박 대통령: 아닙니다. 원자력 발전입니다.

휴식시간 3분(낮 12시 20∼23분)

짧은 휴식시간에 카터 대통령이 단독회담 기록자에게 설명한 내용이 백악관 기밀문서에 포함됐다.

카터 대통령: (기록자에게) 나는 남한 전체 병력의 0.5%(79년 철수 예정 병력이었던 3400여명을 의미)에 불과한 주한미군 병력 수준이 변화돼서는 안 된다는 대담한 요구에 깜짝 놀랐다. 박 대통령은 1977년 우리가 주한미군 철수 정책을 발표한 이후 북한의 군사력 증강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나는 그에게 우리의 정보 소스에 의하면 그 정보는 틀린 것이며 그토록 짧은 시간에 군사력이 그렇게 두드러질 정도로 확대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단독정상회담(낮 12시23분∼1시30분)

박 대통령: 저는 주한미군이 영원히 한국에 주둔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제가 부탁드리는 것은 남북한 군사력 격차에 변화가 발생할 때까지, 그리고 북한이 자신들의 노선을 바꿀 때까지 더 이상 주한미군을 철수하지 말아달라는 것입니다.

카터 대통령: 저는 우리 병력 동결을 약속드릴 수 없습니다.

박 대통령: 북한이 자신의 군사력을 상당히 증강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전부터 우리는 국군전력증강계획(율곡사업)을 수립했습니다. 첫 단계는 1981년 끝납니다. 우리의 목표는 첫 단계가 끝날 때까지 군사력 균형을 이뤄내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군사력을 증강했습니다. 그 결과로 우리는 국군전력증강계획의 다른 단계를 마련해야 했습니다.

카터 대통령: 국군전력증강계획의 두 번째 단계에서는 북한 군사력과 대등해질 수 있습니까?

박 대통령: 북한이 크게 군사력을 증강시키지 않는다면 우리 군사력이 북한과 대등해질 것입니다.

카터 대통령: 당신은 군사력 격차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습니까?

박 대통령: 더욱 노력을 기하고 있습니다.

카터 대통령: 우리는 국민총생산(GNP)의 6%를 국방예산으로 쓰지만 당신은 GNP의 5%를 국방예산에 쓰고 있습니다. 반면 북한은 군사력 확충에 20%를 쓰고 있습니다. 북한 군사력에 대등해지기 위해 5년 또는 6년이라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점이 저에게는 걱정입니다.

박 대통령: 우리가 5년 또는 6년 뒤에 국방예산을 늘리기 시작할 것이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우리 계획은 올해 GNP의 6%에서 6.5%를 국방비에 쓰는 것입니다. 우리는 북한이 GNP의 몇 퍼센트를 군사비에 쓰는지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일반적인 추산은 20%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경제 규모는 매우 작습니다. 우리 GNP의 6%와 그들 GNP의 20%는 동일합니다. 그들이 군사비를 GNP의 20%로 유지하는 것은 힘든 일이 될 것입니다.

카터 대통령: 저는 논쟁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북한 GNP의 20%가 남한 GNP의 6%에 해당된다면 북한의 군사력 증강이 남한보다 어떻게 그토록 빨리 이뤄졌을까요? 우리의 정보에 따르면 북한에 대한 소련과 중국의 지원이 최근에는 매우 적다고 합니다.

박 대통령: 북한은 우리와 완전히 다른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우리가 만약 GNP의 20%를 국방비에 쓴다면 즉시 폭동이 일어날 것입니다. 북한은 그렇게 할 수 있고,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사회의 안정성이나 국민 삶의 수준을 훼손시켜가며 군사비를 증강시킬 수는 없습니다.

카터 대통령: 당신은 미국이 방어적인 핵우산을 유지하기를 희망합니까?

박 대통령: 예.

카터 대통령: 제가 걱정하는 다른 이슈를 제기하겠습니다. 바로 인권 부분입니다. 저의 바람은 긴급조치 9호를 해제하고 당신이 붙들고 있는 양심수를 가능한 한 많이 석방하는 것입니다. 명백히 저는 당신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아무런 소망이나 능력이 없습니다만 이런 조치들이 단행된다면 미국과의 관계에 엄청난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는 개인적 의견을 피력합니다.

박 대통령: 저는 당신의 인권 정책에 대해 존경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나라에 같은 척도를 갖다 대지 말아줄 것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우리의 수도는 비무장지대와 단지 25마일(40.2㎞)밖에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얼마 전 여러 미국 하원의원들이 방문했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소련군 수십 개 사단이 볼티모어(미국 수도 워싱턴에서 동북쪽 60㎞에 있는 도시. 워싱턴과 가깝다는 의미에서 사용)에 배치돼 있다면 미국 정부는 지금 국민들이 누리는 것과 똑같은 자유를 허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소련군이 땅굴들을 파고 DC(워싱턴)에 특공대를 투입한다면 미 국민들의 자유는 더욱 제한받을 것입니다. 남한 3700만명의 생존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일부 제한은 필요합니다.

미국의 일부 기자들은 제가 독재권력을 행사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긴급조치 9호를 해제하고 정치범들을 석방한다면 한·미 관계가 호전되는 영향을 낳고 당신과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만날 수 있겠지요. 그러나 이 정부를 전복시키려는 사람들이 있고 우리는 그런 일이 발생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과거를 반성한 정치범들을 석방했으며 앞으로 석방을 늘릴 것입니다. 우리가 모든 조치를 한 번에 단행할 수 없다는 점을 당신이 이해주시기 바랍니다.

카터 대통령: 당신의 대답은 긴급조치 9호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뜻인가요?

박 대통령: 이 시점에서 긴급조치 9호를 해제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물론 긴급조치 9호를 영구적으로 유지할 생각은 없습니다. 저는 당신의 조언을 유념하고 그 방향으로 더욱 노력하겠습니다만, 이 시점에서 그런 조치들을 취할 수 없습니다. 제가 만약 그런 조치들을 단행한다면 미국 국민들은 저를 칭찬하겠지만 사람들은 제가 당신의 자문에 따라 그런 조치들을 했다고 말할 것입니다.

카터 대통령: 제가 원하는 것은 우리 사이의 모든 문제들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당신에게 저의 의지를 강요할 생각이 없습니다. 오직 당신만이 이런 조치들의 중요성을 판단할 수 있습니다.

블루밍턴(미국 인디애나)=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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