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시인이 된 아내, 사랑은 그래서 힘들었습니다

천국으로 떠난 아내… 남편 김재호씨가 부르는 ‘사부곡’

하늘 시인이 된 아내, 사랑은 그래서 힘들었습니다 기사의 사진
아내 이경은씨가 세상을 떠나기 한 달 전, 전남 여수에서 바다가 보이는 산에 올라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

이전이미지다음이미지

세상의 모든 부부에게 네 가지 큰 고통이 있다. 첫째는 육체의 질병이요, 둘째는 가난이다. 셋째는 외로움이고, 넷째는 사별이다. 질병과 가난, 외로움은 함께 가는 이가 있어 그 무게가 훨씬 가벼워진다. 그러나 동고동락했던 배우자와의 사별은 이 모든 것보다 더 견디기 힘든 좌절과 고통을 안겨준다.

김재호(57) 제2경인연결고속도로 관리본부장은 4년 전 아내가 간암에 걸리기 전까지 승승장구했다. 공무원의 꽃이라 불리는 기획재정부(재정경재부) 국장으로 명예롭게 퇴직했다.

김 본부장은 55년을 무신론자로 살았다. 터무니없는 신념이었다. ‘예수님을 믿으면 천당에 갈 수 있다’는 말에 ‘치사하게 천당 가기는 싫으니 자기들이나 가라’는 심정으로 살아왔다고 했다.

이 때문에 김 본부장은 아내와 가끔씩 갈등을 겪었다. 일주일에 하루 노는 날 교회에 가는 아내를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좀 지나서는 ‘나는 가기 싫으니 당신 혼자 가라’는 선으로 후퇴했다. 그러다가 아내의 기분을 좀 맞추려 마지못해 따라 다니게 됐다.

2012년 10월 아내 이경은(당시 52세)씨가 간암 판정을 받았다. 그로부터 2년9개월간 그는 하나님께 간구하고 또 간구했다. 아내는 하나님이 천국에 먼저 데려가셨다. 그는 아내의 투병생활을 통해 천국을 알게 됐다.

이씨는 성경 말씀 속에서 깨닫고, 아름다운 자연을 보면서 느낀 창조주 하나님의 사랑을 글로 적었다. 그리고 가족과 환우들, 지인들과 함께 나누었던 사랑을 틈틈이 시와 기도문으로 남겼다. 김 본부장은 이 기록을 모아 지난 1월 초 ‘이경은 유고집 사랑이 힘들었습니다’(신세림출판사)를 출간했다.

이씨는 1984년 서울 덕수중을 시작으로 서운중 풍납여중 풍성중 신명중 월곡중학교에서 중학생들을 가르쳤다. 집과 교회, 학교밖에 모르는 선생님이었다. 2009년 학교에서 시 연수를 받은 것을 계기로 시모임 ‘해토머리’에 참여한 이후 가족 간 사랑을 주제로 한 시 50여편을 남겼다.

그는 인간적 마음에 가끔씩 아내가 갑자기 자기 곁을 떠난 것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성경에 수없이 기록돼 있는 부활에 대한 하나님의 약속을 발견하고 고개를 숙이고 회개한다.

“성경에는 예수 재림에 관하여 300번 이상 기록돼 있으며, 사람이 죽는 것을 잠든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때 하나님 안에서 잠든 사람들이 부활한다는 약속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들을 모두 다시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죽음은 영원한 이별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부활 신앙을 믿는 우리들에게 이별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닙니다.”

그는 이전까지 자신의 능력이나 판단에 의해 살았다. 자신이 가장 잘난 줄 알았다. 하지만 아내가 떠나면서 가르쳐준 성서적 교훈을 통해 거듭났다. 인간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 존재이며 혼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사실 말이다.

그는 요즘 기도로 하루를 시작한다. 지난밤을 편안하게 잘 수 있고 새로운 하루를 주심에 감사하고, 몸의 주인은 자신이 아니고 주님이며, 그러므로 주님의 영광을 위해서 살아갈 수 있도록 지혜를 주십사 하고 매달린다.

“아내는 하늘나라 시인이 되어 있을 겁니다. 맑은 언어로 주님을 찬양하고 경배하는 천국의 시인 말입니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