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예술이 되다… 한눈에 보는 한국 현대 사진사 기사의 사진
구본창의 사진 작품 ‘태초에 10-1’. 인화지를 실로 꿰매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인간이 가지는 삶의 무게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 이래 첫 대규모 사진전이다. 참여 작가만 53명, 작품 수 200여점. 수치도 엄청나다.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는 ‘아주 공적인 아주 사적인: 1989년 이후 한국현대미술과 사진’전 얘기다. 한국 현대 사진사를 총정리 하는 듯한 홍보 문구만으로도 솔깃해진다.

1930년대생 이승택, 50년대 태어난 구본창, 주명덕, 성능경, 70년대생 노순택, 조습 등 세대를 넘나드는 유명 작가들이 총집합했다. 아방가르드 1세대인 이승택의 ‘이끼 심는 예술가’ 퍼포먼스를 기록한 사진, 인체의 모습을 조각보처럼 꿰맨 구본창의 ‘태초에’, 박찬경의 창간 잡지 ‘포럼 A’ 아카이브 자료…. 하나하나는 ‘눈요기 거리’가 될 만큼 의미 있다. 국립기관의 소장품과 동원력이 빛을 발했다. 그럼에도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왜일까.

종합하자면 유명작가 작품의 ‘종합선물세트’ 이상은 아니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작품을 한 자리에 모으는데서 나아가 맥락을 짚어야하는데 이 지점에서 실패했다는 지적이 많다.

전시는 한국 현대사진의 출발을 89년을 기점으로 잡는다. 88년 올림픽 개최 이후 해외여행 자유화가 이뤄지고, 독일·프랑스 유학파들이 귀국해 활동하던 시기가 이때부터다.

전시 구성은 ‘실험의 시작’ ‘개념적 미술과 개념 사진’ ‘현대미술과 퍼포먼스, 그리고 사진’ ‘이미지 너머의 풍경: 상징, 반미학, 비평적 지평’의 네 가지로 분류됐다. 그 많은 작가들이 경계가 애매하기 짝이 없는 분류 속에 들어가면서 무리수가 빚어졌다.

현대사진의 출발을 89년으로 선언하면서도 이승택의 ‘이끼 심는 예술가’ 등 70년대의 실험적 사진을 소환했는데, 두 시기를 잇는 연결고리는 없다. 생뚱맞은 분류도 적지 않다. 사진 비평가 A씨는 15일 “배병우 작가의 ‘동양화적인 소나무’ 사진, 디자인적인 효과가 나는 ‘제주 오름’ 사진을 실험적인 사진으로 해석했는데 그게 과연 실험적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로 알려진 노순택의 북한 아리랑 페스티벌 작품, 미군과 여성 문제를 고발한 강용석의 ‘동두천 시리즈’ 등이 개념적 사진으로 분류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특히 노 작가는 개념미술과 퍼포먼스 등에 중복으로 들어갔다. 사진을 주 매체로 쓰지 않는 양혜규씨, 작가보다는 미술관장으로 더 왕성하게 활동하는 송영숙씨 등을 한국 현대사진사의 중요 맥락 속에 편입시키는 것도 신중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사진전문가 B씨는 “구미에서 50년대 팝아트, 60년대 개념미술과 퍼포먼스 등에서는 사진이 현대미술의 보조수단으로 쓰였다. 80년대 포스트모더니즘이 시작돼서야 현대미술의 주매체로 등장하는 발전단계를 거쳤다”며 “우리는 한꺼번에 수용되면서 장르가 명확하게 구분이 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서양과 다른 발전을 겪었는데, 서양미술사의 틀 안에 꿰맞추면서 어패가 생긴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주 공적인 아주 사적인’이라는 전시 담론도 단선적이다. 다큐 사진을 공적인 것, 예술적 사진을 사적인 것으로 구분해 한국 사진이 발전해왔다고 보지만, 노순택 등 요즘 중견 작가들은 사진을 통해 사회문제를 고발하는 경향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C씨는 “국립현대미술관은 새로운 사진 담론을 생산해야 하는데 거창한 컬렉션의 과시에 머문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7월 24일까지.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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