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삶의 끝을 아름답게 3부 ①] 대만 말기암 환자… 그들은 병원서 ‘마지막 소원’ 이룬다 기사의 사진
서른한 살의 말기 암 환자 린모씨가 2014년 6월 세상을 떠나기 3일 전 의료진이 마련해 준 ‘병상 결혼식’을 올리는 장면. 타이베이의과대학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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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 임종케어 선진국서 배우다

① ‘아시아 죽음의 질 1위’ 대만


죽음을 눈앞에 둔 자궁경부암 말기 환자인데도 얼굴은 평온했다. 우모(吳·51·여)씨는 지난 2월부터 대만 타이베이 시내에 있는 타이베이의과대학병원의 일반 암병동에 입원해 있다. 호스피스 전용 병동이 아니지만 통증 관리와 증상 완화, 심리·영적 돌봄을 받고 있다. 주치의는 살날이 얼마 안 남았다며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적극 권했다고 한다.

지난달 26일 만난 우씨는 “암 수술과 항암제 투여로 고통 받느니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고 싶다”고 했다. 주치의의 협진 요청을 받은 완화의료팀(PCT)은 하루 두세 차례 우씨가 있는 암병동으로 찾아와 편안하게 임종하도록 돕고 있다.

완화의료팀은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는 이벤트를 종종 연다. 2014년 6월 당시 서른한 살의 대장암 말기 환자 린모(林·여)씨는 약혼자와 ‘병상 결혼식’을 올렸다. 병원 측이 마련한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행복한 신부’가 됐다. 양가 가족과 친지, 친구도 초청받아 기념사진을 찍고 추억을 쌓았다. 린씨는 사흘 뒤 편안한 얼굴로 눈을 감았다. 그때를 기억하는 간호사 찬야루(28)씨는 “가발을 쓰고 화장을 했지만 신부는 매우 행복해 보였다”고 전했다. 이 병원의 일반 암병동에서 마지막 소원을 이루고 죽음을 맞은 환자는 모두 5명이다.

대만의 대부분 의료기관에는 병동, 가정 호스피스와 함께 ‘자문형 호스피스(Share care 혹은 Combined care)’가 정착돼 있다. 적극적 치료가 주목적인 중환자실이나 일반 병동에서부터 호스피스 의료진이 협진을 한다. 호스피스 간호사 황슈사(48)씨는 “주치의가 협진 요청을 하면 완화의료팀 의사가 환자 상태를 살피고 상담한다”면서 “매년 450여명이 자문형 호스피스를 이용한다. 80%는 암, 20%는 다른 말기질환”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4월 기준으로 대만의 자문형 호스피스팀은 126개에 이른다. 병동형(51개 기관), 가정형(80개팀)보다 많다. 대만 위생복지부는 병동이나 가정 호스피스를 운영하지 않는 의료기관의 경우 ‘자문형 호스피스’를 제공하도록 독려한다. ‘일반 병동→호스피스 병동→가정(지역)’으로 연결되는 선순환 고리를 형성한 것이다.

호스피스 이용에 따른 비용은 모두 국민건강보험으로 처리된다. 2009년부터 암과 운동성신경병 외에 알츠하이머치매, 뇌졸중, 만성폐질환, 만성간경화 등 8개 질환이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 지난해 대만 말기 암 환자의 호스피스 이용률은 59%에 달했다. 한국의 말기 암 환자 호스피스 이용률(2014년 기준 13.8%)보다 월등히 높다.

타이베이의과대학 호스피스 의사 우선치씨는 “대만도 한국처럼 ‘죽음을 금기시하는 문화’가 있지만 1996년 가정 호스피스에 첫 건강보험 적용, 2000년 ‘자연사법(Natural death act)’ 제정 등 일찍부터 국가 차원의 임종의료 전략을 마련하고 민·관이 지속적으로 교육과 홍보에 뛰어들면서 인식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타이베이=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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