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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메르스 사태 1년 방역체계 점검해보니… ‘중앙’만 개편, 보건소·의원은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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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이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첫 환자가 발생한 지 꼭 1년이 된다. 메르스는 지난해 허술한 방역체계를 뚫고 186명을 감염시켰고 38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정부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 국가방역체계 대수술을 예고했다. 그러나 지금 당장 메르스와 같은 감염병이 들이닥치면 또다시 허둥댈 가능성이 크다는 게 감염병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방역의 최일선인 보건소와 의원급 병원이 취약 지점으로 지적됐다.

◇보건소 감염병 대응능력은 제자리걸음=지난달 13일 새벽 방역 당국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국적의 20대 여성 메르스 의심환자를 잠시 놓쳤던 사건은 감염병 대응에서 보건소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줬다. 당시 강북삼성병원은 감염병 의심환자를 응급실로 들여보내지 않고 병원 밖에 음압텐트를 설치하는 등 적절히 조치했다. 다만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환자를 붙잡아둘 수는 없었다. 강제로 격리할 수 있는 권한은 보건복지부 장관과 지방자치단체장이 갖고 있다. 원칙대로라면 지자체 산하 보건소 직원이 출동해 환자를 붙잡아뒀어야 했다. 보건소가 방역망 구석구석에서 움직여야 체계가 작동하는 구조인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이뤄진 방역체계 개편은 주로 ‘중앙'에 집중됐다. 지난 연말 법 개정을 통해 질병관리본부가 차관급 기관으로 승격됐고 올 1월에는 질본에 24시간 긴급상황실(EOC)이 설치됐다. 반면 각 보건소의 감염관리 능력 향상은 여전히 지자체에 맡겨진 상태다. 대부분 보건소는 주로 만성질환 관리를 하고 있어 감염병 예방 업무까지 맡기에는 여력이 부족하다. 질본 관계자는 “보건소를 지휘하거나 감사할 권한은 각 지자체장이 갖고 있어 개입하기 힘들다”면서 “교육을 시키고 있지만 보건소의 감염병 역량 강화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동네 의원에서 집단감염 가능성 우려=병원도 ‘급’에 따라 대비 체계가 다르다. 메르스 최대 전파 장소였던 삼성서울병원을 비롯한 대형 병원은 사태 이후 응급실의 환자 대응 방식을 확 바꿨다. 발열 증세로 감염병이 의심되는 환자는 일단 선별진료소로 옮겨진다. 정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감염 예방 및 관리 강화를 위한 건강보험 수가 개편 방안’도 큰 병원 중심이다. 감염관리 전담인력을 배치하고 감염관리실을 설치한 병원에 재정 지원을 해준다는 것이다.

동네 병원은 이러한 감염관리 대책을 세우기 힘들고 지원도 받기 어렵다. 문제는 감염병 환자들이 가장 처음 찾는 곳이 동네 의원이라는 점이다. 올 들어 발생한 국내 지카바이러스 감염증 환자 5명 가운데 3명이 동네 병원을 방문해 감염 사실을 알게 됐다. 기모란 국제암대학원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예약하지 않고 환자들끼리 모여 앉아 있다가 진료를 받는 시스템”이라면서 “감염 우려가 크지만 동네 의원을 제도적으로 어떻게 변화시킬지 방안이 나오지 않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시·도 5곳에만 감염병 본부 설치=서울과 경기도를 제외한 대부분 광역 지자체의 감염병 대응 능력이 낮은 것도 우려된다. 질본은 최근 공모를 통해 서울과 부산, 전북, 제주도 등 4개 시·도를 감염병 관리본부 설치 시·도로 선정했다. 기존에 설치된 경기도를 포함하면 17개 시·도 중 5곳에서만 감염병 대응 기관이 활동하게 된다. 전국 모든 시·도에 관리본부를 설치할 수 없는 이유는 예산이 부족해서다. 질본 관계자는 “8개 시·도가 원했지만 한정된 예산 탓에 4곳만 선정했다”고 밝혔다. 감염병 관리본부 한 곳당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연간 예산은 3억원에 불과하다.

이관 동국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자체의 감염병 대응 역량이 질본이 강화된 만큼 향상됐는지 의문”이라면서 “메르스가 다시 발생하면 지난해와 비슷한 상황이 되풀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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