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히스토리] 日 부품 사다 조립하던 한국 ‘TV 세계 1위’ 10년 장기집권

[경제 히스토리] 日 부품 사다 조립하던 한국  ‘TV 세계 1위’ 10년 장기집권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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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TV 역사가 50년을 맞았다. 외국 부품을 수입해 조립하던 수준이었던 한국 TV산업은 반세기 만에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한때 부의 상징이었던 TV는 이제 한 가정 내에도 여러 대 있을 정도로 보편화됐다.

추첨받아 사던 흑백 TV

우리나라에서 처음 생산된 TV는 1966년 8월 금성사(현 LG전자)가 만든 ‘VD-191’이다. 59년 처음 라디오를 만든 지 7년 만에 TV 생산에 성공했다. 우리나라 TV 방송은 61년 12월 KBS TV가 개국하면서 시작됐다. 약 5년간은 수입한 외국 TV로만 시청할 수 있었던 셈이다.

금성사는 63년부터 TV 생산을 준비했다. 일본에 기술연수팀을 파견하고 회사 내에 TV과를 신설했다. 일본 히타치제작소와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기술이 부족해 부품의 상당수를 수입해야 했는데 외환위기 때문에 부품 수입 허가가 나지 않아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금성사는 라디오 수출 대금으로 부품을 수입하는 등의 조건으로 정부를 설득했고, 마침내 65년 12월 생산 허가가 떨어졌다. 금성사가 VD-191을 처음 내놨을 때 가격은 8만6000원가량이었다. 당시 대졸 신입사원 월급의 3∼4개월치에 달할 정도로 고가였다. 그럼에도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아파트 청약을 하듯 추첨을 통해 TV를 구입할 정도였다. 가정마다 TV를 사기엔 부담스럽다보니 마을에 한두 대 TV가 있는 집에 옹기종기 모여 스포츠 경기를 시청하는 일이 보편적이었다. 금성사는 77년 국내 최초의 컬러 TV(CT-808)도 생산한다.

금성사를 시작으로 이후 67년 동남전기, 한국마벨, 삼양전기 등이 선진국과 기술 제휴를 맺고 TV 시장에 뛰어들었다. 삼성전자는 73년 흑백 TV를 선보이면서 TV 사업을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비디오와 연결할 수 있는 ‘엑설런트 V’, 평면 브라운관과 이중 우퍼 스피커를 탑재한 ‘명품 TV’, 기존 4대 3 화면 비율에서 벗어나 더 많은 화면을 보여주는 ‘명품 플러스 원’ 등의 제품을 출시하며 입지를 다져나갔다.

후발 주자에서 세계 1위 등극

정부는 69년 전자공업진흥법을 제정하면서 전자제품을 수출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천명했다. TV는 국내 전자업계의 주요 수출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브라운관 TV 시절에는 선진국을 따라가는데 급급했다. 선두주자인 일본의 소니, 파나소닉 등과 비교해 브랜드 파워와 품질이 떨어지다보니 가격도 낮게 받았다.

상황이 반전되기 시작한 건 TV 디스플레이가 브라운관에서 LCD, PDP 등 평판 디스플레이로 바뀌면서였다. 평판 TV 시장 시작 단계였던 2000년대 초반에는 LCD와 PDP가 혼재했다. 일본 업체들은 PDP에 집중했고, 우리나라 업체들은 LCD에 투자 비중을 높였다. PDP는 대형화에 유리하고 색상 표현 등 여러 면에서 LCD보다 우세했지만 전기 소모량이 많고 발열이 심하다는 단점도 있었다. 200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LCD 기술이 발전하고 대형화에 성공하면서 TV 시장은 LCD 중심으로 재편됐다. 특히 LCD에 집중 투자했던 삼성전자에 큰 기회가 왔다.

2004년 세계 최초로 46인치 LCD TV를 내놓은 삼성전자는 2006년 와인잔을 형상화한 ‘보르도 TV’를 선보이면서 TV 시장 세계 1위에 등극한다. 40인치 제품의 두께가 8.7㎝로 당시 세계에서 가장 얇은 TV였다.

시장조사 기관 IHS의 자료를 살펴보면 2005년 세계 TV 시장 1위는 소니였다. 삼성전자는 2위, LG전자는 5위였다. 하지만 2006년에는 삼성전자가 1위, LG전자가 3위에 오르며 한국 기업이 TV 시장의 맹주로 자리를 잡게 된다. 삼성전자는 2006년 이후 10년 연속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LG전자도 프리미엄 시장에서 선전하며 2009년 이후 2위를 달리는 중이다.

퀀텀닷, 올레드로 중국 추격 따돌린다

2014년을 기점으로 PDP TV는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브라운관 TV도 2015년으로 수명을 다했다. LCD TV로 세계를 석권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차세대 TV 시장에 대한 대비도 철저히 하고 있다.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지 못하거나 잘못된 결정을 하면 순식간에 도태된다는 것을 과거 일본 업체의 사례를 보면서 배웠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퀀텀닷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SUHD TV로 올해 11년 연속 세계 1위 자리를 노린다. 퀀텀닷 기술은 나노미터 크기의 퀀텀닷 입자를 통해 정확한 색을 표현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나도 색이 변하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올해 총 14개 모델의 SUHD TV를 선보일 계획이다.

LG전자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각광받는 유기발광다이오드(올레드·OLED) TV에 승부수를 던졌다. LG전자는 2013년 세계 최초로 백라이트가 필요 없이 픽셀이 스스로 빛을 내는 대형 올레드 TV를 출시한 이래 올레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세계 최초로 커브드 TV를 출시하는 등 세계 TV 시장의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최근 세계 TV 시장은 프리미엄을 앞세운 삼성, LG와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삼은 중국 업체가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하이센스, TCL, 스카이웍스 등은 최근 몇 년 사이 선두권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싼 가격과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입고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면서 “결국 국내 업체는 프리미엄 시장을 겨냥한 제품으로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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