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축제와 축제사이

[축제와 축제 사이] <21> 비주류의 힘

[축제와 축제 사이] <21> 비주류의 힘 기사의 사진
영국 바스 프린지 페스티벌
축제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프린지(fringe)’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 같다. 가장자리, 변두리를 뜻하는 단어인데 한국에서는 난타의 해외 진출 교두보로 영국의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이 기사화되면서 알려진 계기가 되었다. 에든버러 페스티벌은 1947년 시작된 세계 최대의 공연예술 축제인데, 당시 축제에 초대받지 못했던 무명 예술인들이 축제장 인근 거리에 모여 자발적으로 공연하던 것이 오늘날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의 모태가 되었다. 이 축제로 에든버러시는 1년 내내 축제로 먹고사는 대표적인 축제도시의 표본이 되었다. 이른바 비주류의 힘이다. 이후 전 세계적으로 도심 거리를 장식하는 공연예술 축제에서는 프린지라는 말이 퍼지기 시작했는데 주로 영국, 아일랜드, 동유럽, 미국, 캐나다, 아시아, 호주 등에서 인기를 끌었다. 반면 영국과 문화예술로 자존심 대결을 하는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스페인 등에서는 의도적으로 프린지라는 말을 쓰지 않는 재미있는 현상도 나타났다.

그렇게 성장한 프린지 축제가 요즘 유럽에서 한창이다. 성공 전략도 없이 베끼듯 생겨났던 각국의 프린지 축제들도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걸러져 지금은 지역사회와 잘 조화된 우수한 사례들만 살아남았다. 영국 남부의 브라이튼 프린지 페스티벌(5.6∼6.5)과 바스 프린지 페스티벌(5.27∼6.12), 체코 프라하 프린지 페스티벌(5.27∼6.4) 등이 대표적이다. 세 축제 모두 규모와 수익성보다는 숨겨진 도심 공간의 활용과 시민들의 소통창구 역할을 하는 특징이 있다. 온갖 잡다한 지역 행사와 문화 축제를 싸잡아 비판하며 돈 번 축제에 순위 매기는 우리나라와는 천지 차이다. 다양성과 소통을 중시하던 유럽의 비주류 축제들이 어떻게 성장했는지 5월 유럽여행 중에 꼭 한번 둘러보면 좋을 것 같다. 브라이튼과 바스는 런던에서도 지척이다.

유경숙(세계축제연구소 소장)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