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한민수] 새누리당과 열린우리당 기사의 사진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하던데, 새누리당이 무서우리만큼 옛 열린우리당을 닮아가고 있다.

두 당은 출발부터 유사하다. 사실 열린우리당은 ‘노무현의 개인기’, 새누리당은 ‘박근혜의 개인기’로 탄생했다. 2003년 노 대통령이 집권하자 그해 11월 열린우리당이 만들어졌고, 노 대통령은 지지를 보내다가 탄핵소추됐다. 하지만 당은 2004년 총선에서 탄핵역풍을 타고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노사모’는 친노로 확장됐다. 새누리당은 한나라당의 인기가 바닥을 헤맬 때인 2012년 2월 박 대통령이 이름을 바꾼 당이다. 두 달 뒤 총선에서 과반을 확보하고 연말에는 정권재창출에 성공했다. 비주류 친박은 주류가 됐다.

그러나 집권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은 이후 한시도 조용하지 않았다. 친노와 비노, 호남, 전문가그룹은 끊임없이 충돌했고 당 지도부의 리더십은 매번 6개월을 넘기지 못했다. 결국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쪼개졌다. 열린우리당은 같은 해 8월 대통합민주신당에 합당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제 새누리당은 어떻게 될까? 박근혜 대통령은 어떤 처신을 할까? 열린우리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을 보면 어느 정도 답을 찾을 수 있다. 100% 확신할 수는 없지만 새누리당 행태를 보면 아주 흡사하게 굴러갈 것 같다.

우선 새누리당은 친박, 비박 간의 극한 갈등으로 한쪽이 보따리를 쌀 가능성이 높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보수 진영의 후보 단일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 열린우리당이 그랬던 것처럼 나뉜 보수정당들이 다시 합칠 수는 있겠지만 그때는 이미 버스 떠난 뒤다. 또 당시 노 대통령은 분당을 막으려고 끝까지 애를 썼다. 정동영 전 장관을 비롯한 실력자들을 청와대로 불러 설득했지만 힘이 빠진 대통령의 말은 먹히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계파 지도자들을 붙들고 당을 깨지 말아 달라고 애걸하더라도 이 역시 별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4·13총선을 거치며 ‘선거의 여왕’ 신화가 깨진 탓이다.

그런데 레임덕에 빠진 현직 대통령도 ‘뭐가 되게 할 힘’은 없지만 ‘안 되게 할 힘’은 갖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통설이다. 노 대통령은 여당의 대선후보 경선에서 친노계 거두 이해찬 전 총리가 후보가 되길 바랐지만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자신의 맘에 들지 않았던 고건 전 총리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에게는 태클을 걸었다. 고 전 총리는 출마를 포기했고 한나라당에서 넘어온 손 전 대표는 노 대통령이 붙여준 ‘보따리장수’라는 오명을 쉽게 떼어내지 못했다.

그럼 박 대통령은 누굴 밀고, 누구를 막을까? 총선 전에는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설이 돌았지만 참패로 원점에서 새로 생각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따라서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내년 대선에서 새누리당 계열의 당이 질 개연성이 높다. 보수 진영이 각자도생의 길로 접어들 것이라는 점도 분명해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망해가고 있을 즈음 한나라당에는 이명박과 박근혜라는 걸출한 스타가 있었다. 지금 야권에 문재인과 안철수가 건재한 것과 닮았다. 진보는 딱 10년 정권을 잡고 보수에 10년을 내줬다. 이번에 새누리당이 사라지고, 박 대통령이 정권재창출에 실패할 경우 비슷한 길을 걸을 수 있다는 얘기다.

걸핏하면 내부 싸움을 하던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이 당시 사석에서 한나라당 의원에게 이같이 물은 적이 있다. “어떻게 그쪽 당은 계파 갈등이 있다가도 금세 조용해집니까?” “10년간 정권을 잃어보니까 배고픔과 설움을 알겠더라고요. 그래서 우린 위기가 오면 뭉칩니다(하하).” 지금 새누리당에는 그런 절박감과 헝그리 정신이 없다.

한민수 논설위원 ms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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