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삶의 끝을 아름답게 3부 ②] “개개인 상황에 맞는 통합 돌봄 위해서는 공동체가 나서야” 기사의 사진
3부 : 임종케어 선진국서 배우다

② 호스피스의 원조, 영국


호스피스의 ‘원조’인 영국은 개개인 상황에 최적화된 ‘통합 돌봄’을 지향한다. 한 환자를 위한 정책은 ‘공동체’와 ‘지역사회’의 협업으로 완성된다는 신념이 깔려 있다. 국가보건의료서비스(NHS) 임종 돌봄 국장을 맡고 있는 비 위(Bee Wee·사진) 박사를 지난달 28일 영국 옥스퍼드대학병원 호스피스센터 ‘소벨 하우스’에서 만났다.

-영국이 이코노미스트의 ‘죽음의 질(Quality of death) 지수’ 조사에서 2010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영국 임종 돌봄의 ‘키워드’는 무엇인가.

“개인(individual)을 위한 ‘맞춤형 통합 돌봄’이다. 지난해 NHS와 유관기관이 속한 ‘국가완화의료 및 임종 돌봄 파트너십’에서 ‘지역적 행동을 위한 국가 체제: 완화의료와 임종 돌봄을 위한 포부’를 내놨다. 여기엔 2020년까지 추구할 6가지 지향점이 담겼다. 그건 ①각 사람을 ‘개인’으로 여길 것 ②개개인이 공평한 돌봄을 받을 것 ③편안과 행복을 극대화할 것 ④돌봄이 조화로울 것 ⑤모든 직원들이 준비돼 있을 것 ⑥각 공동체가 도울 준비가 돼 있을 것 등이다.”

-왜 개인이 중요한가.

“영국인의 70%가 집에서 임종하길 원한다는 통계가 있지만 무조건 집이 최고는 아니다. 집안 환경, 가족의 지지, 증상에 따라 집보다 병원이 나은 환자들도 많다. 통계나 정책의 틀에 갇혀 ‘사람’을 놓치면 안 된다. ‘암 환자’ ‘소아 환자’ ‘저소득층 환자’로 구분해 정답을 찾을 게 아니라 각 사람이 나이, 성별, 인종, 종교, 지위와 무관하게 자신에게 필요한 양질의 생애 말기 돌봄을 받게 해야 한다.”

-맞춤형 돌봄을 가능케 하는 제도적 기반이 있나.

“2008년 ‘생애말기 돌봄 전략’을 세워 여명이 길지 않은 모든 국민에게 의료보장제도와 사회복지제도를 연계한 ‘통합 돌봄’을 제공해왔다. 불필요한 중복은 줄이고 다면적 돌봄이 필요한 사람은 면밀히 돌보기 위해서다. 오늘 혈액암 3기인 A씨(85·여) 집에 다녀왔다. 근로소득 없이 혼자 사는 그에게 사회복지사가 하루 3번 들러 끼니를 챙기고 건강이 악화되면 담당 일반의(GP)가 동행한다. 오늘은 통증이 심해서 나도 GP와 함께 방문했다. 2∼3일 뒤에도 차도가 없으면 완화의료 병동에 입원키로 했다. 의료, 복지, 임종 돌봄 전문가가 협업해 환자에게 가장 필요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지역이나 시설 역량에 따라 원활하게 운영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공동체’를 강조한다. 정책에만 의존하는 것보다 주변 사람들이 일상에서 개입하는 게 맞춤형 돌봄에 효율적이다. 지역사회 이웃, 교회 등의 종교단체, 동호회 등 다양한 공동체가 이미 있다. 환자나 가족과 유대관계를 맺고 있는 데다 전문가가 닿지 못하는 부분까지 챙길 수 있어 임종의 전 과정에 실질적으로 더 큰 역할을 한다. 다만 교육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호스피스 시설이 ‘교육’을 병행하는 이유다.”

-한국에서는 사회·경제적 형편에 따라 ‘존엄한 죽음’이 ‘사치’로 여겨지기도 한다.

“의료서비스가 무료인 영국과 비용이 드는 한국을 단순 비교하긴 힘들지만 영국도 아직 모두가 죽음 앞에 평등하지 않다. 그래서 수감자, 노숙자, 이민자 등 소외된 개인의 임종에 더 관심을 쏟는다. 호스텔을 떠도는 노숙자를 위해 호스텔 직원에게 임종 돌봄 교육을 하는 식의 시도를 한다. 곧 임종할 수감자에게 계속 수갑을 채워야 하는지 관계 부처와 함께 고민도 한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의료기관, 공동체, 지역사회 등에 동력을 만들어줘야 한다. 실제로 대만 등이 그렇게 해서 죽음의 질을 끌어올렸다.”

옥스퍼드=전수민 기자

후원 : 한국언론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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