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인의를 찾아서-(64) 아주대병원 사경센터] ‘사경’ 진료·연구·교육… 국내 최고 협진팀 갖춰 기사의 사진
아주대병원 사경센터 주요 의료진. 오른쪽 끝에 서있는 사람부터 시계방향으로 박혜정 치료사, 재활의학과 임신영 교수(센터장), 영상의학과 김현지 교수, 소아정형외과 조재호 교수, 명한얼 치료사, 소아안과 정승아 교수, 김선희·김해심·김재신·탁지연 치료사. 아주대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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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자세는 앉거나 섰을 때 코는 수직으로, 입은 수평으로 유지된다. 그런데 주위를 살펴보면 머리가 한쪽으로 삐딱하게 기울어진 채 생활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비스듬할 사(斜) 목 경(頸), ‘사경(斜頸)’으로 삐딱한 목을 갖게 된 환자들이다.

한국인 100명 당 1∼3명이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니 숫자도 만만치 않다. 삐딱한 목, 즉 사경을 치료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하면 얼굴과 척추가 비대칭 상태가 돼 보기 흉해진다. 가급적 생후 3개월 이내에 사경을 조기 발견해 적절한 치료가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아주대병원 사경센터(센터장 임신영·재활의학과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경 환자를 가장 많이 돌보는, 말 그대로 사경치료 전문 의료기관이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이곳에서 사경 진단을 받은 신규 환자만 1200여명에 이른다. 아주대병원 사경센터는 특히 신생아의 약 1%에서 발견되는 근성사경(목 근육의 단축으로 목이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증상) 환자들이 치료를 위해 꼭 찾는 곳이다. 그런가 하면 사경을 전공하는 국내 의사들이 원인불명의 사경환자를 만나면 안심하고 의뢰하는 곳이기도 하다.

사경은 목 부위 근육과 뼈, 눈, 뇌 또는 목의 신경계 이상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근성사경 아동들은 머리 한쪽이 납작한 사두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흔하다. 삐딱한 목 때문에 잠잘 때도 한쪽 머리만 바닥에 대고 생활한 것이 원인이다.

사두증은 원인 질환을 규명, 적절한 치료를 통해 제거하고 동시에 사경센터에서 머리가 납작해지지 않는 자세유지법을 환자들에게 교육하는 방법으로 교정한다. 물론 증상이 심할 때는 두상교정용 헬멧을 사용케 한다.

근성사경 어린이들에게선 귀 변형도 흔히 발견된다. 역시 머리를 한쪽으로만 심하게 기울여 지속적으로 귓바퀴에 압박자극을 가한 탓으로 발생한다. 이런 귀 변형은 특수 귀교정기로 치료한다. 영유아의 귀 연골은 매우 부드럽고 말랑말랑하다. 특히 생후 6주 이전은 임신 중 모체로부터 받은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의 영향으로 귀 연골이 가장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시기다. 이 시기에 귀교정기를 귓바퀴에 장착해주면 사경으로 귀 모양이 기형적으로 변형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사경 환자들은 이외에도 눈동자가 위로 쏠리는 상사시(上斜視)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 때도 목이 한쪽으로 기우는 사경 증상이 나타난다. 눈동자가 위로 올라가지 않도록 머리를 기울이게 되고, 머리가 반대쪽 어깨에 닿을 정도로 목이 심하게 기우는 것이 특징이다.

아주대병원 사경센터가 내세우는 또 다른 자랑거리는 국내 최고 수준으로 전문화된 재활치료팀이다. 센터장 임신영(52) 교수를 중심으로 사경에 대한 진료와 연구, 의료진 교육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덕분이다. 사경 치료 다학제 협진 교수들이 빠짐없이 참여하는 월례 집담회가 2010년부터 지금까지 거의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열릴 정도다.

아주대병원 사경센터 다학제 협진팀은 재활의학과 임신영 교수와 소아정형외과 조재호 교수, 소아안과 정승아 교수, 신경외과 안영환·김상현 교수팀, 영상의학과 박성훈·김현지 교수팀, 의학유전학과 정선용 교수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월 1회 집담회는 물론 사경치료 관련 연구 과제를 16편이나 공동으로 수행하면서 국내외 저명 학술지에 발표할 만큼 두터운 팀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이들은 사경 예방 및 치료에 도움이 되는 양질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2012년부터 ‘유튜브’에 자기 의지와 관계없이 목이 한쪽으로 자꾸 돌아가는 ‘연축성 사경’을 완화시키는 이완치료 동영상 15편, 근성 사경 및 측경(목을 좌우 한쪽으로만 가누는 증상) 교정에 도움이 되는 자가 운동 프로그램 4편을 각각 올렸다. ‘측경의 물리치료-아주대학교병원 사경센터 교육I·II’를 잇따라 제작해 게시하기도 했다.

아주대병원 사경센터는 2009년부터 사경 치료에 관심이 있는 국내 각 병원의 의사들과 치료사들을 대상으로 사경의 진단과 치료에 관한 워크숍과 연수강좌도 꾸준히 열고 있다.

임신영 교수는

196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 한양여고를 거쳐 89년 연세대 의대를 졸업했다. 96년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인턴 및 전공의 과정은 연세의료원 재활병원에서 마쳤다. 2000년부터 2년간 미국 뉴욕의 알버트 아인슈타인 의대 소아재활센터와 시애틀 워싱턴 대학 소아과의 유전 및 발달의학 분과에서 소아재활과 의학유전학을 연구했다.

임 교수는 현재 아주의대 재활의학교실 주임교수 및 의학유전학과 교수, 아주대병원 재활의학과장, 사경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소아재활발달의학회, 대한재활의학회, 대한의학유전학회, 미국뇌성마비 및 발달의학회, 미국 지적장애 및 발달장애 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임 교수의 전문 분야는 사경, 소아재활 및 의학유전학이다. 임 교수는 국내 재활의학과 전문의 가운데 유일하게 임상유전학 인증의 자격을 갖고 있는 의학자다.

최근 주요 관심 분야는 사경에 대한 임상연구 및 지적장애의 유전체 연구다. 지금까지 국내외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 수는 50편이다. 이 가운데 지적장애 관련 논문이 30편으로, 주 전공인 사경의 진단 및 치료에 관한 논문 20편보다 10편이 많다. 그만큼 지적장애를 유발하는 유전체 이상을 규명하고, 이를 어떻게 치료할지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뜻이다.

임 교수는 23일 “의학유전학을 공부한 게 사경의 조기진단 및 치료에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유전학의 실험기법을 이용한 연구를 통해 사경의 본질을 이해하고,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사경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 교수가 재활의학을 전공으로 선택하는 데는 부친의 영향이 컸다. 당시 모 언론사의 외신기자였던 부친이 “미국의 경우 재활의학이 크게 각광받고 있다. 한국에서도 장차 그런 날이 분명히 온다”며 재활의학과 의사가 되라고 권했다고 한다. 임 교수의 취미는 수영과 독서이다. 내성적이고, 조용한 성격으로 이른 아침 다양한 책을 읽고 생각하기를 좋아한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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