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 최운열 국회의원 “與-고용 유연성 野-고용 안정만 강조…임금 줄여 해고 막는 구조조정 해야” 기사의 사진
최운열 당선인은 부실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력감축 방안의 해법으로 임금 구조조정을 들었다. 최고경영자부터 정규직 노조원에 이르기까지 고통을 나누면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밝혔다.이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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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운열(66)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인은 당의 핵심 경제 전문가다. 4·13 20대 총선 때는 선거대책위원회 국민경제상황실장을 맡아 당의 경제공약을 총괄했다. 지난 11일 정책위 부의장으로 선임됐다. 23일에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등 당 지도부와 함께 경남 거제의 대우조선 등을 방문,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는 김 대표 사람이다. 김 대표가 ‘당의 정체성과 어울리지 않는다’라는 당 안팎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비례대표 6번으로 배정할 정도다. 그의 발언이 김 대표의 의중으로 받아들여진다. 지난 10일 최 당선인을 만나 현 경제상황과 당의 경제정책 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구조조정이 현안이다. 현재 추진 중인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을 어떻게 보나.

“돌아가는 걸 보니 앞뒤가 바뀐 것 같다. 해당 기업을 살릴 것인지, 청산 또는 매각할 것인지 먼저 판단하는 게 순서다. 회생이 결정된 다음 자금을 지원하는 게 맞다. 지금처럼 일단 돈부터 쏟아붓고 보자는 식은 곤란하다. 더 중요한 것은 책임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점이다. 부실기업에 돈을 빌려준 시중은행들은 대부분 빠져나가고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주로 물려 있지 않나. 이 과정에서 정부와 정치권의 압력은 없었는지는 물론 대주주와 경영자의 책임을 철저히 물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고통분담이 전제돼야 한다. 물론 근로자의 아픔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우리 현실에서 구조조정은 사실 2∼3년 전부터 했었어야 했다. 늦은 감이 있다. 앞으로는 부실기업에 대해서는 상시적인 구조조정이 단행돼야 한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적 구조조정을 임금 구조조정으로 풀자고 주장했다. 실효가 있을까.

“‘구조조정=인원 감축’의 등식은 곤란하다. 전체 사이즈를 줄이면 사람 자르는 일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다. 내 나름의 공식이 있다. PQ=S(x). P는 임금, Q는 근로자 수다. S는 매출액, x는 기업의 인건비 감내 비용이다. 즉 근로자 수와 임금이 매출액을 바탕으로 한 인건비 감내 범위 내에서 결정되면 문제가 없다.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초과하면 사람을 줄이든지, 임금을 낮추든지 선택하면 된다. 그런데 여권은 고용의 유연성, 즉 사람 자르는 걸 용인하자는 주장만 하고 야권은 무조건 고용의 안정성만 강조한다. 이래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인력을 감축하는 대신 근로자가 임금을 줄이는 등 희생을 감수하는 대안을 찾자는 것이다. 이게 성과를 거두려면 지나친 고연봉의 최고경영자들이 먼저 대폭 임금을 삭감하는 등 모범을 보일 필요가 있다. 국회에 등원하면 노동자와 경영자들을 만나 이런 식으로 설득해 나가겠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 구조조정 사령탑들의 혼선이 문제 아닌가.

“한은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외압을 스스로 끌어들인 꼴이 아닌가 싶다. 한은은 금융안정기금 등 구조조정을 압박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이 있다. 한은이 주도적으로 했었어야 함에도 그러지 못했다는 데서 문제가 비롯됐다. 물론 대통령이 중앙은행의 ‘양적완화’를 직접 거론함으로써 혼선이 가중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본의 아베 총리를 제외하고 세계 어떤 나라 대통령이나 총리가 중앙은행을 대상으로 구체적 주문을 직접 하지 않는다. 대통령이 중앙은행의 기능에 간여하는 듯한 태도는 위험하다.”

-한국형 양적완화는 어떻게 보나.

“반대한다. 양적완화의 용처가 무엇인지 면밀하게 검토한 다음 재정 등 여러 수단을 따져봐야 한다. 중앙은행한테 무조건 돈부터 내라고 해서는 안 된다. 선후를 따지면 재정이 먼저다. 그래도 안 될 경우 ‘올 코트 프레싱’으로 가야 한다. 지금은 그런 상황까지는 아니다. 정부가 너무 쉬운 방법만 찾는 것 같다. 이런 식이면 시행착오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재정 조달 문제가 나오면 당연히 추가경정예산이 대두된다. 정부가 잘못이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 국회 절차를 거치는 추경을 피하려 하는데 잘못됐다. 필요하다면 야당도 추경에 협조할 것이다.”

-증세 얘기가 꿈틀거린다.

“법인세는 증세 아닌 정상화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자 당론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이명박정부 때 법인세를 내린 명분이 제대로 실천되지 않기 때문이다. 법인세 인하의 목적은 투자 촉진과 고용 창출이다. 그런데 지난 8년간 30대 그룹의 투자는 제자리걸음이고 고용은 오히려 줄었다. 대기업들의 사내 유보금은 700조원이 넘는다. 우리 재정형편은 어떤가. 세수가 감소하면서 매년 50조원의 국가채무가 쌓이고 재정적자는 심화되고 있다. 결국 누가 부담해야 하나. 국민들이다. 법인세만 정상화돼도 연간 24조원이 더 걷힌다. 답은 뻔하지 않은가. 박근혜 대통령이 ‘증세는 없다’고 못을 박는 바람에 여권 누구도 말을 못 꺼낸다. 큰일이다. 돈 쓸 일은 많아지는데 더 내자는 사람은 없다. 이렇게 쌓인 나랏빚은 우리 자식들이 떠안는다. 당장 쓴소리 하기 싫다고 부담을 후세에 전가하는 것은 비겁하다. 한마디로 정치권이 재벌에 포획된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현 조세제도와 조세정책은 어떻게 보나.

“국민개세주의가 제대로 실천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 납세는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기본의무임에도 전체 국민의 47% 정도가 세금을 한 푼도 안 낸다. 일단 근로소득세 면제 대상자를 대폭 줄여 적은 돈이나마 세금을 내게 해야 한다. 또 음성·탈루소득을 엄정 관리해야 한다. LG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하경제는 320조원 규모로 추정되며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22%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 10%에 비해 너무 많다. 이 부분에 대한 세원관리만 제대로 해도 40조원가량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 전반적인 조세개혁이 절실하다.”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폭탄인데.

“자칫 내년에 가계부채발 경제위기가 우리를 짓누를지 모른다. 걱정이 많다. 1250조원이라는 규모가 너무 크다. 가처분소득으로 가계 빚을 제때 갚지 못하는 한계가구가 점점 늘고 있다. 이 와중에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 스탠스를 취하고 있어 위기감은 더욱 심각하다.”

-어떤 대책이 있을까.

“결국 가계소득이 늘어나야 해결되지 않겠나. 가계소득 증대는 좋은 일자리가 많이 생기는 것 외에 답이 없다. 우선 전체 근로자 1930만명 중 정규직 대기업 노조에 가입하지 못한 1700여만명에 주목해야 한다. 임금 구조조정과 관련해 이들 노조가 양보해야 한다. 현대차를 비롯해 정규직 노조원들이 법정근로시간만큼만 일하면 잡셰어링을 통해 18만명의 일자리가 생긴다. 좀 전에 말했지만 대주주, 특히 경영진들의 고통 분담은 필수다. 국내 어느 한 CEO의 연봉이 150억원이라고 한다. 너무 많지 않나. 좀 낮추고 그 몫으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사회안전 분야 등 공공부문의 일자리 창출에도 정부가 더 노력해야 한다. 그 분야에 30만개는 새로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금리를 더 내려야 된다고 보나.

“한은의 고민이 깊을 것이다. 인하시기를 놓쳤다. 이상 징후가 보였을 때 선제적으로 금리를 더 내리든지 했어야 했다. 지금은 금리인하에 따른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것 같다. 금리를 내린다고 돈이 돌겠나. 기업들이 돈이 없어 투자를 하지 않고 경영에 애로를 겪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금리를 내리면 자본 유출 우려에다 환율 문제까지 겹칠 수 있다. 역기능이 훨씬 클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뭔가.

“공정한 경쟁을 하는 것이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적정한 이윤을 보장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1997년 외환 위기 이전 중소기업의 임금은 대기업의 80%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50∼60%에 불과하다. 이러니 젊은이들이 누가 입사하겠나. 재벌들의 주주권과 경영권을 분리하는 것도 과제다. 오너 등 주주들은 배당을 받으면 된다.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재벌 2, 3세가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직원들은 물론 국민들에게도 재앙이다.”

-경제민주화란 뭔가.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주인으로서 대접받으며 살 수 있는 경제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결과의 평등이 아닌 기회의 평등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양극화 해소와 공정거래질서 확립, 지하경제 양성화, 조세제도 개선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마치 재벌을 혁파의 대상으로 삼는 것으로만 오해해서는 안 된다. 노동자 가운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를 스스로 해소하려는 노력을 보이는 태도 역시 경제민주화의 한 과정이다.”

-국회의원으로서 어떤 법안을 먼저 발의할 생각인가.

“기업지배구조 개선, 순환출자 해소, 금융경쟁력 강화 방안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김 대표와는 어떤 인연인가.

“그분은 1982년까지 서강대에 계셨고 나는 82년 부임했다. 같이 근무한 적은 없다. 평소 내 논문이나 신문 기고를 보시고 가끔 연락하시는 정도였다. 그러나 지난 대선 이후 박근혜 대통령과 소원해진 후 자주 만나는 사이가 됐다. 작년 10월쯤인가 내가 ‘우리 경제민주화연구소를 만들어 장관님이 이사장하고 내가 원장하고 그럽시다’라며 지나가는 말을 하기도 했다. 국회의원은 뜻밖이었다. 3월 19일 오전 전화를 하셔서 의중을 묻기에 대답했더니 다음 날 아침 운동 중에 비례 6번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나는 소망교회 집사다. 내 계획대로 된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뜻이 인도하신 게 아닌가 싶다.”

-어떤 정치인이 되고 싶나.

“작년 (서강대) 정년퇴직 때 학생회가 주관해 ‘주류학자의 참회록’이란 제목의 고별강의를 했다. 나는 경영학자로서 여태 주류에 서 왔다. 대기업 위주의 성장을 강조했고,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던 사람이다. 법인세 인상에도 반대해 왔다. 그러나 수년 전부터 우리 사회에 불균형, 양극화가 지나치게 심화되는 것을 확인하고는 그동안 학자로서의 길에 대해 반성하기 시작했고 제2의 인생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학생들에게 다짐했다. 이 약속을 실천하는 길이 생각보다 빨리 온 것 같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정치인이 되려고 한다.”

만난 사람=정진영 논설위원 jy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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