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국내 넘어 세계적 명소로… 1000만 관광객 시대 ‘눈앞’ 기사의 사진
700여 채의 한옥이 모여 있는 전북 전주한옥마을은 국내 도시 재생사업의 모범 지역으로 꼽힌다. 1000만 관광객 시대를 눈앞에 둔 전주한옥마을은 전통문화 위에 새로운 콘텐츠를 부여해 국내 최대 도심 관광지로 거듭나고 있다. 사진은 2001년 조성한 전주한옥마을 전경. 전주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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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이었던 22일 오후 전북 전주한옥마을. 경기전 앞 태조로에 수백명의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걷고 있었다. 마침 웃옷 뒤에 ‘밥상 가득 안심 먹거리’라는 글씨를 새긴 150여명의 사람이 자전거를 끌고 이 대열에 합류했다. 전동성당 앞에서는 한복을 입은 젊은이들이 성당을 배경으로 한껏 포즈를 취했다. 이 같은 모습은 몇 년 전부터 전주한옥마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그림이다. 주말의 서울 명동이나 인사동 못지않은 풍경. 4일 연휴에 전주국제영화제와 전주한지문화축제가 겹쳐 열렸던 지난 5∼8일 이 도로는 그야말로 ‘사람 천지’였다.

◇한옥마을 조성 17년=전주한옥마을은 대한민국 대표 도심 관광지 중의 하나다. 교동과 풍남동 일대 30만㎡가 채 안 되는 이 마을엔 전주시 인구 65만명의 10배가 넘는 관광객이 해마다 찾아오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다. 700여 채의 한옥이 모여 있는 이 마을은 국내 도시 재생사업의 모범 지역으로 꼽힌다.

전주한옥마을은 1930년대 조성됐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들이 전주부성의 성곽을 헐고 성안으로 들어오자, 이에 대한 반발로 조선인들이 풍남문 동쪽에 한옥촌을 형성했다.

1977년 ‘한옥보존지구’로 지정되면서 국내 최대 한옥촌으로 이름을 날렸지만 주민들은 낡고 오래된 마을에 살면서 불편만 감수해야 했다. 벽에 금이 가고 기왓장이 떨어져도 함부로 개보수를 할 수 없었다.

이에 1999년 김완주 시장이 침체된 도심을 되살려 보자며 팔을 걷어붙였다. ‘한옥마을 조성사업’의 시작이다.

2002년 한옥 개·보수비 지원 등을 할 수 있는 조례가 제정되고 이듬해 전통문화구역 지구단위계획 결정이 났다. ‘전주한옥마을’이라는 이름도 이때부터 공식 사용됐다.

2013년까지 15년간 국비 353억원과 지방비 949억원 등 모두 1302억원이 투입됐다. 도로가 정비되고 건물이 반듯해지고 중요 문화재들의 겉옷이 치장됐다. 또 전통문화관을 비롯해 공예품전시관, 한옥생활체험관, 소리문화관, 부채문화관, 완판본문화관, 최명희문학관, 공예공방촌 등의 문화시설이 잇따라 들어섰다.

◇1000만 관광시대 눈앞=천년 고도(古都)의 역사와 경기전, 전동성당, 향교, 오목대 등을 바탕으로 한식과 한지, 한복 등 전통 문화자원들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한 땀방울이 이어졌다. 일방적인 개발이 아닌 주민들과 머리를 맞대고 콘텐츠를 만드는데 주력했다. 여기에 판소리와 한지 공예 등의 전통 체험은 물론 비빔밥, 콩나물국밥 등 먹을거리가 보태졌다.

이후 차츰 사람이 몰려왔다. 그리고 돈이 돌았다. 기대만 했던 일들이 실제로 일어났다. 한옥마을은 어느새 ‘한스타일’의 1번지로 우뚝 섰다.

네티즌 ‘초코쪼꼬’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친구들과 즐거운 추억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볼거리가 굉장히 많아서 많은 추억도 쌓았고 맛집 먹거리 투어도 했네요. 전주에서 살고 싶었답니다”라고 적었다.

관광객은 2006년 102만명에서 2009년 284만명, 2011년 409만명, 2013년 508만명을 넘어섰다. 급기야 지난 1년간 965만여명이 한옥마을을 찾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자치부와 전북도, 전주시가 공동으로 2014년 10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이동통신과 신용카드 매출 데이터, 포털사이트 리뷰, SNS 등을 살펴본 빅데이터 분석 결과였다. 이 기간 매출액은 1150억원으로 집계됐다.

조영호 전주시 관광마케팅팀장은 “생각하지 못한 수치였다”며 “전주한옥마을은 오래되고 낡은 것들에 새로운 가치를 부어놓고 새로운 브랜드를 창조한 보물창고와 같다. 가치의 재발견과 성공 사례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이곳은 2010년 ‘한국관광의 별’로 선정되고 ‘국제슬로시티’로 지정됐다. 2013년 국토교통부의 대통령업무보고 때 도시재생모범사례로 보고 됐다.

이로 인해 주변 땅값은 10배 이상 오른 곳도 있다. 이미 집을 팔고 나온 주민은 땅을 치고 후회하고, 남아 있는 주민은 옆집·뒷집까지 사 놓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한옥마을은 각종 여행목적지 순위에서 곧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성공으로 전주는 이제 1000만 관광객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나친 상업화는 걱정, ‘지속가능’ 숙제로=하지만 극심한 상업화로 인한 우려도 커가고 있다. 마을 내 커피숍은 30여개, 음식점은 150여 곳으로 6년 전에 비해 5배나 늘었다. 국적 불명의 길거리 음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원래 살던 주민은 떠나고 한 집 건너 가게로 바뀌었다. 2008년 1060가구에 2339명이었던 주민 수는 2014년 말 653가구 1300여명으로 줄었다.

전주시는 정통성을 지키고 지속가능한 문화관광의 대표 공간으로 만드는 숙제를 안고 있다. 시는 가장 한국적인 전통문화를 살리고 방문객들이 품격 있고 가치 있는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최락기 전주시 문화관광체육국장은 “전주시는 한옥마을을 국내 대표관광지를 넘어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만들겠다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꼭 이뤄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승수 전주시장 “전주의 보물단지… 제2, 제3 한옥마을 만들 것”

“한옥마을은 전주의 ‘보물단지’입니다. 그 보물을 소중히 지키고 더 발전시켜 지속가능한 관광명소로 만들어 가겠습니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24일 “전주한옥마을은 이제 전북을 넘어 대한민국 전체를 대표하는 관광지로 발돋움했다”며 “앞으로 전주만의 정체성을 잘 가꾸어 가장 한국적인 곳, 세계속의 관광지로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김 시장은 2000년대 초반 김완주 시장이 한옥마을 조성사업을 한창 펼칠 때 그의 비서로 일하며 현장에서 한옥마을이 어떻게 변신해 왔는지를 몸소 겪어왔다.

“대단한 변화입니다. 몇 십년간 개발에서 소외돼 애물단지 취급을 받던 한옥마을이 이처럼 급성장한 것을 보면서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그는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전주를 방문한 사람이 30만명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1000만명 가까이 찾아오고 있다고 회고했다.

김 시장은 한옥마을 방문객들의 발걸음을 남부시장, 전라감영, 한국전통문화전당, 국립무형유산원 등 인접 원도심으로 확장, 외연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더불어 1978년 개원한 전주동물원을 생태동물원으로 바꾸고 있고, 연꽃이 아름다운 덕진공원을 새 단장하는 등 새로운 관광 거점을 마련하는 데도 노력하고 있다.

“전주는 원도심에 근·현대건축물과 오래된 가게, 생활유산 등이 집중돼 있고, 시민들의 이야기와 기억을 많이 간직하고 있는 미래유산의 보고입니다.”

1000만명 관광시대에 책임감도 크다는 김 시장은 ‘미래유산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제2의 한옥마을, 제3의 한옥마을을 만들어 가겠다고 다짐했다.

전주=글·사진 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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