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만 칼럼] 마음을 여는 사람이 차기대통령 기사의 사진
백인 귀부인이 붐비는 기차역에서 흑인 신사와 부딪쳐 쇼핑백을 떨어뜨린다. 쏟아져 나온 물건을 주워 담느라 기차를 놓친 귀부인은 카페테리아로 가 샐러드 한 접시를 주문한다. 자리를 잡은 그녀는 포크를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을 깨닫고 포크를 가지러 간다. 그 사이에 걸인처럼 보이는 흑인 한 사람이 태연히 자리에 앉아 샐러드 접시를 앞에 놓고 있다. 미국 단편영화 ‘런치 데이트’ 이야기다. 흑인은 음식을 먹기 시작한다. 화가 난 귀부인도 포크를 집어 든다. 흑인 한 번, 귀부인 한 번. 둘은 경쟁하듯 교대로 음식을 퍼먹는다. 음식을 다 먹자 흑인이 커피를 두 잔 가져와 하나를 귀부인에게 건넨다. 흑인이 준 커피를 마시고 나서 그녀는 기차를 타러 간다. 순간, 그녀는 쇼핑백을 음식점에 놓고 나온 것을 깨닫는다.

급히 카페테리아로 뛰어오지만 흑인도 쇼핑백도 보이지 않는다. 놀란 귀부인이 음식점 여기저기를 훑어본다. 옆 테이블 위에 손대지 않은 샐러드 접시가 놓여 있다. 의자 위에 있는 쇼핑백도 그대로다. 자리를 잘못 앉은 부인이 흑인의 점심을 빼앗아 먹은 것이다. 흑인 남자는 미소를 보이며 음식을 나눠먹었고, 식후에는 커피까지 대접했다(귀부인은 화를 내며 음식을 먹었다). 인종이나 빈부를 떠나 마음을 여는 사람이 이긴다는 것을 보여준다.

새누리당이 점점 심한 계파주의에 빠져간다. 파벌과 배타성 때문에 4·13총선에서 참패를 당하고도 계파주의, 친박 순혈주의가 더 기승을 부린다. 간신히 비상대책위를 출범시켜놓았지만 친박과 비박계의 갈등으로 위원회 구성조차 못하고 있다. 끝나가는 파벌의 내 편 가르기로 비친다.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가문은 중세에서 1차대전 말기까지 유럽을 장악했다. 이 가문은 13세기에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를 낸 후 혼인동맹을 맺어가며 유럽 최대의 영토를 확장했고, 14개국의 왕위를 차지했다. 그들은 권력을 자기들끼리만 누리고 혈통의 순수성을 유지하기 위해 유럽 왕실들과 계속 근친혼 관계를 맺었다. 합스부르크 출신인 신성로마제국 황제 카를 5세의 초상화를 보면 턱이 늘어져 있다. 프랑스 루이 14세의 왕비인 마리 앙투아네트의 초상화 중에는 부채로 얼굴 아랫부분을 가린 그림이 많다. 역시 스페인 펠리페 4세의 초상화와 그의 딸 마르가리타 공주가 중심인물로 나오는 벨라스케스의 명화 ‘시녀들’의 공주도 주걱턱이다. 이들 외에도 주걱턱, 지능저하, 조기 사망 등 합스부르크 왕가의 근친혼으로 유전병을 가졌던 유럽 왕족들은 오스트리아 여왕 마리아 테레지아의 여러 자녀들을 비롯해 수십 명에 이른다.

일본에 치열 부정교합을 가진 사람이 많은 것은 근친혼이 잦은 사회의 부작용이라고 분석하는 사람도 있다. 진평왕과 선덕여왕, 진덕여왕을 마지막으로 신라 성골의 대가 끊긴 것은 혈통의 순수성과 정통성을 지킨다는 명목 아래 이루어진 근친혼 때문이라는 것이 관련 학계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요즘 열기를 더해가는 프로야구의 예를 보자. 최다승 투수 밴 헤켄의 일본 진출, 거포 강정호와 박병호의 미국 진출, 최고 타율 유한준 kt 이적, 최고 마무리 손승락 롯데 이적, 중간계투 조상우·한현희의 부상 등으로 넥센 히어로즈는 시즌 초반 꼴찌 후보로 분류됐다. 그러나 넥센은 신인을 키우고, FA 이전에도 해외 리그에 진출시키는 동기를 부여한 결과 현재까지 2∼5위권을 오가고 있다. 반면 한 사람이 팀 운영을 독주하는 최고 연봉의 한화 이글스는 우승 후보라는 예상과 달리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마음을 열고, 믿고 나누는 것이 답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과 독선에 진력이 난 유권자들은 개방적이고 통합을 실천하는 사람을 차기 대통령으로 선택하게 될 것 같다.

임순만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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